“뻥튀기 전력 수요로 원전 건설 유도” vs “위험하면 체코가 왜 사나”
"전기본 백지화" 주장 시위 환경단체 18명 연행되기도
2038년까지 국가 중장기 전력수급계획 수립을 위한 공청회에서 신규 대형원전 3기와 소형모듈원전(SMR) 1기를 건설하는 안을 두고 정부와 환경단체 사이 치열한 공방이 오갔다. 신규 원전 건설계획을 담은 제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전기본) 실무안에 대한 ‘백지화’를 요구하며 공청회장에서 시위를 벌인 환경·시민단체 관계자 18명이 경찰에 연행되기도 했다.
26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제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 수립을 위한 공청회’에서 산업통상자원부(산업부)와 11차 전기본 총괄위원회는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NDC) 이행을 위해 “무탄소에너지 전원(원전+재생에너지) 확대”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향후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와 데이터센터 같은 시설 확충 등으로 2038년 전력 수요가 10차 전기본 대비 10%(157.7GW) 늘어나는 만큼 탄소가 발생하지 않는 원전과 재생에너지 설비용량을 각각 33.6GW와 115.5GW까지 늘려야 한다는 게 핵심으로, 이를 위해 신규 원전 4기 건설을 11차 전기본 발전시설 계획에 넣었다는 것이다. 산업부는 2035년 전후 소형모듈원전을 지어 실증에 들어가고 2038년 전후 1.4GW급 대형원전 3기를 건설한다는 계획을 세운 상태다.
공청회에선 “신규 원전 같은 발전 시설을 늘리기 위해 무리한 수요 전망을 수립했다”는 항의가 이어졌다. 환경단체들은 “이전 10차 전기본 당시 추가 전력 수요가 10.5GW 늘어났는데 11차 전기본에선 이보다 더 큰 16.7GW로 늘어났다”며 “사실상 수요 관리를 포기했거나 수요를 부풀린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이에 대해 총괄위원회 수요전망분과의 김대욱 숭실대 교수는 “기존 10차 전기본까지 수요예측 모형수요 함수를 그대로 사용해 경제성장률, 기온, 인구수, 전기료 등 공신력 있는 변수를 바탕으로 세운 과학적인 수요예측 결과”라고 설명했다. 정동욱 총괄위원장도 “현재 원전과 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이 30% 대 10%인데 향후 15년간 35% 대 29%까지 격차가 줄어든다. ‘탄소국경조정세’ 같은 (국제적) 규제 대응을 위해 원전과 재생에너지를 함께 끌고 가는 정책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수도권에서 쓰는 전기를 위해 왜 원전 지역 주민들만 위험해야 하느냐”는 항의도 터져나왔다. 이에 대해 정동욱 위원장이 “원전이 위험하면 체코가 우리한테 왜 원전을 왜 사겠느냐”고 언성을 높여 공청회장 전체가 소란에 휩싸이기도 했다. 정 위원장은 문재인 정권 시절 ‘탈원전’ 정책을 앞장서 비판했고 국외 신규 원전 건설과 수출을 통한 ‘원전 부흥론’을 주장해온, 대표적인 ‘친원전’ 인사로 꼽힌다.
반면 원자력지지시민단체 회원들은 공청회에서 “우리나라 태양광 전기가 250원인데 55원짜리 원전 전기를 못 쓰면 가계 전기료 부담이 커질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질의응답 과정에서 노후 석탄발전소를 중장기적으로 수소·암모니아 혼소 발전소로 전환하고, 전력망 부족으로 재생에너지 발전이 제한된 상황 해소를 위한 국가기간망 확충 특별법 계획 등도 소개됐지만, 친원전-탈원전 공방에 묻혔다.
한편, 이날 공청회 시작 전 “11차 전기본을 백지화하라”는 구호를 외치며 단상 점거 시위를 벌인 환경시민단체 관계자 18명이 경찰에 연행되기도 했다. 환경운동연합과 녹색연합은 공청회 전 정부세종청사 앞 기자회견을 열고 11차 전기본이 “모든 노후 원전의 수명을 무리하게 연장하고 신규 원전에 소형모듈원전까지 추가하는 계획”이라며 “석탄발전 퇴출과 재생에너지 확대 의지가 없는 핵발전 계획을 당장 백지화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날 공청회 절차를 마친 산업부는 향후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에 보고한 뒤 산업부 산하 전력정책심의위원회를 거쳐 11차 전기본 최종안을 확정할 계획이다.
옥기원 기자 o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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