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00억 대출까지… 장형진의 야욕"

장우진 2024. 9. 26. 16: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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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아연, 영풍매수가 인상 비판
"경영권 뺏겠다는 '묻지마 빚투'
실패한 경영인 다시한번 입증"
최윤범(왼쪽부터) 고려아연 회장과 장형진 영풍 고문. 각사 제공.

영풍과 MBK파트너스(이하 MBK)가 고려아연 공개매수 가격을 올리기로 하면서 최대 3000억원가량을 더 쓰기로 하자, 고려아연이 "장형진 영풍 고문의 검은 야욕"이라며 날선 비판을 가했다. 영풍·MBK는 공개매수 수요를 확보하기 위해 가격 인상을 결정했지만, 추후 매각 단가를 그만큼 높여야 한다는 의미여서 자칫 '승자의 저주'에 빠질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영풍·MBK, 3000억 차입해 공개매수가↑…고려아연 "장형진 검은 야욕"

고려아연은 26일 자료를 내고 "영풍은 대표이사 2명이 구속돼 사내이사가 없는 상황에서 전문성 없는 사외이사로 구성된 이사회가 핵심 자산인 고려아연 지분을 MBK에 내주기로 한 데 이어, 이번엔 3000억원 대출까지 받아 이를 MBK에 빌려주는 믿을 수 없는 결정까지 내렸다"고 밝혔다.

이어 "누가 이런 결정을 주도했는지, 무리한 결정을 내리는 과정에서 사외이사들은 무엇을 하고 있었는지 또 다시 법적 심판대 놓일 수밖에 없는 처지가 됐다"며 "'묻지마 빚투'로 고려아연의 경영권을 뺏겠다는 투기자본 MBK와 실패한 경영인 장형진 영풍 고문의 검은 야욕이 다시 한번 입증됐다"고 비판했다.

이날 MBK는 자료를 통해 금융감독원에 고려아연 공개매수가격을 주당 66만원에서 75만원으로 13.6% 인상한다는 내용의 정정신고서를 제출했다고 밝혔다. 영풍정밀 공개매수 가격도 주당 2만원에서 2만5000만원으로 25% 높였다.

영풍·MBK는 고려아연 지분을 최소 7%(144만5000만주)에서 최대 14.6%(302만5000주)까지 확보하기로 했다. 목표 지분을 전량 인수(14.6%)한다고 가정했을 때 인수 가격은 2조원에서 2조2700억원으로 2700억원가량 불어난다.

또 영풍정밀 지분은 43.4%(684만주) 인수하기로 했는데, 이번 매수가 인상으로 인수가격은 최대 1700억원으로 종전보다 340억원 늘게 된다.

이에 따라 영풍·MBK는 이번 고려아연 지분 인수가격이 당초 계획보다 최대 3000억원을 더 써야할 것으로 풀이된다. 전날 영풍은 이사회를 열고 MBK의 특수목적법인(SPC)인 한국기업투자홀딩스에 3000억원의 금전 대여를 의결했다고 공시했다. 대여 기간은 1년, 이율은 5.70%로, 이자 비용만 171억원이다.

앞서 김광일 MBK 부회장은 지난 19일 기자간담회에서 인수금융 조달과 관련해 "많게는 40~50%가량 차입으로 조달할 계획"이라고 밝힌 바 있다.

◆추후 매각가 인상 불가피…中매각 논란 여전

인수비용이 높아질 경우 추후 매각 단가도 최소 인상분 수준으로 높여야 한다. 만약 3000억원을 더 쓴다고 가정하면, 매각할 때도 3000억원 이상을 높게 책정해야 손해를 보지 않는다는 얘기다.

고려아연은 "MBK와 영풍은 고려아연에 대한 적대적 M&A를 진행하면서 8개월짜리 빚인 단기차입금 1조4905억원을 조달하더니 다시 3000억원의 빚을 내 고려아연에 대한 적대적 공세 수위를 높이고 있다"며 "빚만 무려 1조8000억원으로 말이 사모펀드지 펀드자금은 몇천억원 수준에 불과한 '빚투 펀드'"라고 날을 세웠다.

MBK는 고려아연이 기간산업 핵심기술을 보유한 만큼 중국을 포함한 해외 매각은 하지 않겠다고 수차례 약속했다. 하지만 매각가격이 올라가 수요가 제한적일 경우, 매각 대상을 넓힐 수 있다는 점에서 중국으로의 매각 우려는 여전히 나온다.

이제중 고려아연 최고기술책임자(CTO) 부회장은 지난 24일 기자간담회에서 "모든 비철금속 생산을 중국이 바란다. 누구한테 팔아먹겠느냐. 중국 자본 아니겠느냐"고 강하게 주장했다. 정치권 등에서도 중국으로의 기술 유출 우려를 보이고 있다.

이러한 시장 분위기에 MBK는 "핵심 기술이 유출되고 심지어 인수 후에는 중국에 매각될 것 같이 말하고 있다는데, 근거없는 억측이고 현실성 없는 주장"이라고 반박하고 있다. 김광일 MBK 부회장도 기자간담회서 "한국의 기간산업, 토종산업인 만큼 중국을 포함해 해외에 매각할 생각이 전혀 없다"며 "고려아연은 국내 대기업들이 가져가길 희망한다"고 말했다.

앞서 영풍은 MBK가 설립한 투자목적회사인 한국기업투자홀딩스(MBK)와 주주간 계약에 해당되는 경영협력 계약을 체결했다. 영풍과 장형진 고문, 그 특수관계인이 보유한 고려아연 주식에 대한 의결권을 사실상 MBK에 넘기고 영풍이 보유하는 고려아연 주식에 대해 콜옵션과 처분권한도 넘겼다. 사실상 영풍이 보유한 고려아연의 자산 대부분을 처분했다. 영풍은 10년간 고려아연 주식을 제3자에게 처분할 수 없고, 10년이 경과한 이후에는 MBK에 우선매수권을 부여하도록 하고 있다.

영풍·MBK는 이번 매수가 인상에도 공개매수 거래일은 연장하지 않기로 했다.

고려아연이 대항공개매수 카드를 꺼낼지는 아직 공식 발표나지 않은 상태다. 다만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이 김동관 한화 부회장을 비롯해 국내외 다수 기업·투자자들과 만남을 갖는 것으로 알려져 반격 카드를 꺼낼지 시장의 관심이 쏠린다.

고려아연은 영풍·MBK이 제시한 공개매수가보다 높게 제시해야 하는 만큼 자금조달 여부가 관건이다. 특히 영풍·MBK가 공개매수 거래일을 연장하지 않은 데다, 내달 징검다리 휴일이 껴있다는 점에서 시간압박도 받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장우진기자 jwj17@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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