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보위, ‘국내 3만명 홍채 수집’ 올트먼의 월드코인에 과징금 11억원 부과

월드코인의 홍채 정보 등록 기기인 ‘오브’(Orb). AP 연합

코인을 미끼로 개인의 홍채 정보를 무단으로 수집한 월드코인이 개인정보보호위원회(개보위)에 덜미가 잡혔다. 월드코인은 생성형 인공지능으로 주목을 받은 샘 올트먼 오픈에이아이(AI) 최고경영자(CEO)가 만든 가상자산이다.

개보위는 전날 전체회의를 열어 월드코인이 국내 고객 약 3만명의 홍채 정보를 무단 수집하고 이를 국외로 이전하는 과정에서 법을 위반했다며 과징금 11억400만원을 부과했다고 26일 밝혔다. 월드코인은 생성형 인공지능 챗지피티(GPT)를 개발한 오픈에이아이 창업자 샘 올트먼이 지난 2019년 만든 암호화폐다. 국내엔 지난해 7월 출시됐으며 개보위의 조사는 지난 2월부터 시작됐다.

개인정보보호위원회 제공

월드코인 자체는 홍채 인식 없이도 가상자산 지갑 앱인 ‘월드앱’에서 계정을 만들면 거래할 수 있다. 그러나 이 코인을 발행하는 월드코인 재단은 개인이 ‘오브’(Orb)라는 홍채 인식 기기를 통해 생체 정보를 제공할 경우 그 대가로 월드앱 계정에 코인을 주기적으로 지급해 ‘홍채 정보 장사’ 논란에 휩싸였다.

개보위 쪽은 “홍채 정보 수집은 먼 미래에 인공지능이 더 발전했을 때 인간과 로봇을 구분할 수 있는 인증체계를 만들기 위한 목적”이라며 “(월드앱) 가입자 확대를 위해 인센티브 개념으로 코인을 지급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개보위 조사 결과, 지난 6일 기준 국내에서 월드앱을 설치한 9만3463명 가운데 2만9991명이 홍채를 인증했다. 월드코인 재단은 홍채 정보를 수집하면서 수집·이용 목적과 보유·이용 기간 등 법이 정한 고지사항을 이용자에게 알리지 않았다. 또 재단과 개인정보 처리 업무를 위탁받은 티에프에이치사(TFH·월드앱 운영사)는 이런 정보를 독일 등 국외로 옮기면서 개인정보가 이전되는 국가와 정보를 이전받는 법인 및 연락처 고지 등 개인정보보호법상 의무를 지키지 않았다.

홍채 정보는 개인을 유일하게 식별할 수 있고 변경이 불가능한 민감정보(생체인식정보)로, 개인정보보호법상 처리 때 별도 동의를 받고 안전성 확보조처 등이 필요하다. 월드코인은 이날 입장문에서 “개인정보 보호를 최우선으로 한 최신 보안 조처와 익명화 기술을 구현했고, 이에 대한 이해를 돕기 위해 개보위와 의미 있는 대화를 이어갈 것”이라고 밝혔다.

선담은 기자 sun@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