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권 분쟁’ 고려아연 신용등급, 최근 갑자기 공시된 까닭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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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일과 23일 국내 두 신용평가사의 회사별 신용평가등급 공시 목록에 고려아연이 돌연 등장했다.
한국기업평가는 지난 23일자로 고려아연의 기업신용등급을 AA+(안정적)으로, 기업어음(CP) 신용등급은 A1으로 각각 평가했다고 공시했다.
앞서 지난 20일 나이스신용평가도 고려아연에 대해 기업신용등급(AA+·안정적)과 기업어음 등급(A1)을 각각 부여했다고 공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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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일과 23일 국내 두 신용평가사의 회사별 신용평가등급 공시 목록에 고려아연이 돌연 등장했다. 영풍·MBK파트너스 연합과 경영권 분쟁을 벌이고 있는 와중에 고려아연의 기업신용등급이 갑자기 투자자들에게 공표된 까닭은 뭘까?
한국기업평가는 지난 23일자로 고려아연의 기업신용등급을 AA+(안정적)으로, 기업어음(CP) 신용등급은 A1으로 각각 평가했다고 공시했다. 앞서 지난 20일 나이스신용평가도 고려아연에 대해 기업신용등급(AA+·안정적)과 기업어음 등급(A1)을 각각 부여했다고 공시했다. 두 신용평가사는 고려아연 기업신용등급에 대해 “기존 미공시 신용등급의 공시 전환에 따른 수시평가로 진행했다”는 설명을 붙였다. 고려아연이 기존에 이미 두 신용평가사에 의뢰·약정해 기업신용등급을 받아뒀으나 ‘미공시’ 조건으로 의뢰한 것이어서 그동안 투자자 등 외부(신용평가사 누리집, 금융감독원, 금융투자협회, 한국거래소 등)에는 공개되지 않았는데, 이번에 공시로 전환됐다는 설명이다.
기업 신용등급은 공모회사채 또는 기업어음·전자단기사채 발행 목적을 위해 평가등급이 부여되는 경우엔 공시가 의무화돼 있다. 그 외에 신용등급평가를 요청한 회사가 내부 목적으로만 신용등급을 사용하거나 제한된 특정기관에 제출할 용도로만 사용한다는 등의 사유로 ‘신용등급 미공시’를 요청하면 공시하지 않을 수 있다. 그런데 이번에 공시된 고려아연의 기업어음 신용등급은 정시·수시평가가 아니라 ‘본평가’, 즉 이번에 새로 평가의뢰가 들어와 이뤄졌다. 고려아연은 지난 24일 기업어음 2000억원을 발행한데 이어, 오는 27일 2000억원을 추가 발행할 예정이다.
한기평 쪽은 “고려아연이 기존에 채무증권 발행 목적이 아니라 내부적으로 자체 신용등급을 받아보려고 평가의뢰를 해와 신용평가등급을 부여한 뒤 미공시 상태로 있었었다”며, “그런데 최근에 기업어음 발행을 위해 본평가 의뢰를 해왔다. 어음발행 목적으로 평가받은 등급은 투자자 누구나 볼수 있도록 의무 공시해야 하는터라 이번에 어차피 기업어음 등급이 공시되면서 기존에 미공시로 돼 있던 기업신용등급도 공시로 전환하게 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나이스평가도 “이번 평가는 지난 4월에 이미 확정되어 있던 고려아연 미공시 기업신용등급을 공시로 전환하는 (고려아연 쪽의)요청으로 이뤄졌다”고 설명했다.
고려아연이 회사채와 기업어음 등 차입으로 자금을 조달하는 것은 지난 2001년(회사채 300억원 발행) 이후 23년 만에 이뤄지는 이례적인 일이다. 경영권 분쟁에 휩쓸리면서 오랜 무차입 경영기조가 깨진 셈이다. 고려아연이 기업어음 발행에 나선 건 창사 이래 이번이 처음이다. 기업어음은 만기 1년 이내인 단기채무로, 발행절차가 간소하고 이사회 결의 없이 대표이사 직권으로 발행이 가능해 담보없이 빠르게 시장에서 자금을 조달할 수 있다.
이번 경영권 분쟁에서 공개매수를 앞두고 있는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으로선 주식담보대출을 받기는 쉽지 않다는 평가가 나온다. 최 회장이 보유한 고려아연 지분은 1.84%에 불과하다. 그래서 시장에서는 사실상 총수 일가의 대출이 막힌 고려아연이 꺼낸 카드가 기업어음 발행이라고 해석한다. 고려아연 쪽은 “이번 기업어음 발행 목적은 운영자금 마련”이라고 말하지만, 이 자금이 경영권 방어에 활용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다만 기업어음으로 마련된 자금은 고려아연 회삿돈이라서 최 회장 등 특수관계인에게 신용 공여할 수 없다는 분석도 있다.
조계완 선임기자 kyew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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