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쏙쏙] "천년의 보금자리"…반포 아파트 '찬양가' 논란
[앵커]
경제쏙쏙 시간입니다.
오늘도 경제부 강은나래 기자와 함께하겠습니다.
안녕하세요.
첫 번째 주제인 '반포 아파트 찬양 비석', 어떤 내용인가요?
[기자]
네,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한 아파트 사진이 화제입니다.
서울 서초구 반포동 아파트 단지 내부에 설치된 비석을 찍은 사진입니다.
긴 시가 적혀있는데, 내용이 구설에 올랐습니다.
일부를 제가 직접 읽어드리겠습니다.
제목은 '천년의 보금자리'입니다.
'한강변 남쪽 안자락에 희망을 묻어둔 준비된 땅', '빼어난 자태의 진주가 폭포를 품은 아름다운 꿈 동산이 되어','육백년 도읍지의 희망으로 흘러라', '영원한 우리들 꿈의 보금자리' 이런 시어가 담겨있습니다.
다른 시가 적힌 비석도 있습니다.
이 시의 제목은 '영원한 파라다이스'입니다.
'서울은 나라 얼굴, 반포는 그 눈동자, 우면산 정기 받고 한강의 서기 어려, 장엄한 우리의 궁궐', '해 같은 인재들과 별 같은 선남선녀…겨레의 심장 되시는 고귀하신 가족들', 어떠신가요?
[앵커]
본인이 사는 곳에 대해 애정을 가질 수 있지만, 표현들이 과하다는 생각이 드는데요.
어떤 아파트길래 이런 찬양 시까지 비석에 새긴 거죠?
[기자]
해당 아파트의 최근 매매 실거래가가 40억원을 넘었습니다.
반포 주공 2단지를 재건축해서 지은 반포동 래미안 퍼스티지인데, 국민평형인 전용 34평이 지난 7월에 43억 원에 거래됐다고 합니다.
이 아파트의 찬가 비석 사진을 본 누리꾼들은 대체로 "낯 뜨겁다"는 반응을 보였습니다.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북한 김정은 백두혈통 찬양 글 같다", "아파트 주민들도 민망해할 것 같다", "콘크리트 유토피아의 단상이다" 이런 댓글들이 달렸습니다.
반면에 "단지 내에 있어서 주민들만 볼 비석인데 뭐가 어떠냐?", "40억원이면 자부심 가질 만하지 않냐", "부러우면 부럽다고 말을 해라"라는 반응도 있었습니다.
'아파트 찬가' 논란 이번이 처음이 아닙니다.
2020년에 서울 강동구의 한 아파트 단지 비석을 두고도 당시 갑론을박이 이어졌습니다.
입주 기념 시조를 새겨 넣은 비석 사진이 온라인에 돌았는데, '살아서 진정 행복한 아파트', '분양 1순위 높은 청약률에 완판 계약까지, 천우신조로 순조롭게 잘 마무리' 이런 내용이 담겼습니다.
그 당시에도 "내가 주민이라면 이런 시를 보고 너무 부끄러울 것 같다", "자화자찬이 너무 심한 것 아니냐", "아파트를 숭배하는 것 같다"라는 비판이 많았습니다.
[앵커]
물론 아파트 단지에 주민들이 합의해서 조형물을 설치하는 것은 자유지만, 글쎄요.
우리가 훌륭한 시나 시조를 읽을 때 느끼는 울림과 감동은 없는 것 같네요.
다음 주제 보시겠습니다.
'포장김치, 불티'. 배춧값 이야기죠?
[기자]
네, 폭염 등의 영향으로 배추 가격이 크게 올랐다는 뉴스 요즘 계속 전해드리고 있는데요. 앞으로 더 오를까 봐 서둘러 배추를 사는 소비자들이 많아지면서 큰 마트에선 '배추 품절', '마트 오픈런' 모습도 관찰되고 있습니다.
이렇다 보니, 직접 배추를 사서 김치를 담그는 대신 '포장김치'를 찾는 소비자가 대폭 늘었다고 합니다.
국내 포장김치 시장에서 합계 점유율이 50%가 넘는 대상과 CJ제일제당의 최근 포장 배추김치 매출을 보시겠습니다.
대상의 종가 김치, 지난달 전체 김치 매출이 1년 전보다 14% 늘며 월간 기준 역대 최대를 기록했는데, 특히 배추김치 매출은 17% 증가했습니다.
CJ 제일제당의 비비고 배추김치는 지난달 매출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2% 뛰었습니다.
이번 달 들어서도 둘째 주까지 매출이 1년 전보다 14% 늘었습니다.
가을배추 물량은 10월 중순은 돼야 본격 출하되기 때문에 배춧값이 고공행진 하는 추세나 포장김치에 소비자들이 몰리는 현상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입니다.
[앵커]
일반 가정도 그렇고 특히 자영업자분들 시름이 깊어지겠네요.
다음 키워드는 신용카드 관련이네요.
요즘 연회비가 비싼 '프리미엄 카드'가 늘고, '알뜰 카드'는 점점 단종되면서 양극화가 심해지는 추세라고요?
[기자]
네, 저도 연회비가 저렴한 신용카드를 쓰고 있는데, 좀 더 연회비가 비싸고 혜택이 더 많은 카드로 바꾸는 게 어떠냐는 카드사 안내를 받은 적이 있습니다.
실제로 신용카드 평균 연회비가 갈수록 올라가고 있는데요.
지난해 상반기에 주요 59개 카드의 평균 연회비가 8만3천여원이었습니다.
지난해 전체로 놓고 보면 그보다는 다소 낮은 6만9천여원 수준이고요.
올해 상반기 주요 44개 카드를 분석해봤을 때는 113만원이 넘었습니다.
지난해 상반기와 올해 상반기를 비교하면 평균 연회비가 36% 증가했습니다.
일반적인 카드 연회비는 1만~3만원대지만, 프리미엄이나 플래티넘 같은 이름이 붙은 카드들은 최소 10만원에서 200만원 이상의 연회비를 받습니다.
[앵커]
카드사들 연회비 수익도 늘어날 수밖에 없겠네요?
[기자]
네, 주요 8개 카드사가 올 1분기 연회비로 벌어들인 수익은 3,500억원 가까이 되는 것으로 집계됐습니다.
작년 같은 기간과 비교하면 10% 넘게 늘었습니다.
연회비가 비싼 '프리미엄 카드'가 많아진 영향이 큽니다.
가맹점 수수료율 인하 등으로 수익성이 악화하자 카드사들이 비용 효율화에 나선 것으로 풀이됩니다.
실제로 최근 현대카드는 VIP 고객을 대상으로 하는 '더 블랙 카드' 혜택을 정비해 재단장하면서 연회비를 기존의 250만 원에서 50만원 더 올리기로 했습니다.
이번 인상으로 현대카드의 더 블랙카드가 한국에서 가장 비싼 카드가 됐습니다.
현대카드뿐 아니라, 다른 카드사들도 혜택을 늘린 VIP 카드를 새로 출시하거나, 기존 카드를 정비하고 있습니다.
우리카드가 작년 11월 연회비 250만 원의 '투체어스 카드'를 내놨고, 하나카드도 지난 2월 연회비 100만 원의 '제이드퍼스트센텀 카드'를 출시했습니다.
[앵커]
예전에 연회비는 낮고 그에 비해서 혜택은 쏠쏠했던 '알뜰 카드'들도 많았는데, 요즘 많이 줄어든 것 같아요.
[기자]
맞습니다.
카드사들 입장에서 연회비가 상대적으로 저렴한 카드들은 신규 고객 유입에는 효과가 크지만, '덜 남는' 카드이기 때문인데요.
카드 업계에 따르면 8개 카드사가 올해 1~6월 단종한 신용·체크카드는 총 370종 정도입니다.
연도별 추이를 보면, 2022년에 잠시 주춤했지만, 지난해 들어 458개의 신용카드나 체크카드가 신규 카드 발급이 중단됐습니다.
올해는 상반기에만 벌써 380종에 가까운 카드가 무더기로 단종돼서, 업계에서는 올해 단종되는 카드 수가 역대 최대 수준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습니다.
[앵커]
다음 키워드 보시겠습니다.
'오마카세 대신 아보하'. 오마카세는 아는데 '아보하'는 뭔가요?
[기자]
'아주 보통의 하루'를 뜻하는 트렌드 키워드입니다.
김난도 서울대 소비자학과 교수가 최근 내놓은 새 책 '트렌드 코리아 2025'에 담은 내년 트렌드 가운데 하나입니다.
무탈하게, 특별한 일 없이 보낸 하루에 대한 고마움을 나타낸 말입니다.
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이라는 뜻에서 '소확행'이 인기를 끌었는데, 이 소확행의 대안적 성격이라고 합니다.
소확행이 SNS 등에 '오마카세'나 '명품' 사진 등을 올리는 자기 과시적인 행동으로 일부 변질되면서, 오히려 피로감을 양산했다는 지적입니다.
행복을 과시해야 한다는 의무감에서 탈피하고, 나 자신에게만 집중하려는 태도가 바로 '아보하'라고 합니다.
[앵커]
내년 대한민국을 관통할 새로운 트렌드 다른 것은 어떤 게 있나요?
[기자]
네, 방금 소개드린 '아보하' 외에 '옴니보어'는 본래 '잡식성'이라는 의미지만, '여러 분야에 관심을 갖는다'는 뜻도 가지고 있다고 합니다.
집단 특성이나 분야 경계를 신경 쓰지 않고, 자유분방하게 소비하는 사람들을 뜻합니다.
수천억 자산가가 저가 상품을 파는 '다이소' 쇼핑을 즐기는 것이 대표적인 예입니다.
다음으로 '토핑 경제'입니다.
기본 음식 위에 추가로 얹는 것들 '토핑'이라고 하지요.
토핑 경제에서는 본품보다 액세서리 같은 추가적인 요소에 더 투자합니다.
소비자가 창의성을 발휘해서 같은 물건이라고 개성 있게 개조해 자신만의 물건으로 만드는 겁니다.
자극적인 콘텐츠가 넘치는 요즘, 자극 없고 스트레스 안 주는 작고 귀엽고 순수한 존재가 사랑받는다는 '무해력'도 10대 키워드 중 하나입니다.
가상 세계와 관련된 기술이 발달할수록 직접 보고 만질 수 있는 물건에 대한 욕구가 강해진다는 '물성매력'도 내년도 키워드 가운데 하나입니다.
이 밖에 기계에 표정을 입히고 사람의 얼굴을 정확하게 인식하는 기술 '페이스테크', 기후 위기에 대한 문제의식 '기후 감수성' 도 내년 키워드로 꼽혔습니다.
[앵커]
마지막 키워드 보시겠습니다.
'어른 포대기'요? 포대기는 어린아이를 업을 때 쓰는 작은 이불을 뜻하잖아요.
지금 사진에 보이는 건 누가 봐도 다 큰 성인인데요.
[기자]
네, 요즘 특히 영미권 SNS에서 불면증 개선 방법 가운데 하나로 소개되면서 관심을 끌고 있는 물건인데요.
부드럽고 잘 늘어나는 얇은 천으로 만들어진 침낭 같은 걸 입고 자는 모습 보이시죠.
얼굴과 발만 겨우 내놓고 웅크려서 태아 같은 모습으로 '꿀잠'을 자는 듯한 만족스러운 표정입니다.
어른 포대기는 영어권에서 '수면 캡슐', 혹은 '어른용 속싸개'로 불립니다.
잘 늘어나고 피부에 자극 없는 천으로 온몸을 감싸서 누에고치 같은 형태로 만들어줍니다.
이걸 파는 업체들은 약한 압박이 우리 몸이 수용체를 적절히 자극해서 잠이 잘 오도록 진정시켜주는 효과를 낸다고 말합니다.
심부 자극 압력원리라는 용어로 설명하는데요.
사실 이 어른 포대기는 일본에서 아기를 출산한 여성들의 몸을 유연하게 회복시키기 위한 '오토나 마키'에서 유래했습니다.
천으로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큰 천으로 감싸서 뭉친 근육을 이완시키고, 관절 통증을 완화하는 전통적인 치료법입니다.
이걸 토대로 불면증을 앓던 전직 디자이너가 어른 포대기를 만들었다고 합니다.
[앵커]
신기해 보이긴 하는데, 이게 정말 불면증 개선에 효과가 있는 건가요?
[기자]
전문가들은 몸에 가볍고 적절한 자극을 주는 게 수면과 관련이 있긴 하다고 말합니다.
다만, 온몸을 감싸는 이 '어른 포대기'가 실제 숙면 유도에 도움이 되는지, 과학적으로 완전히 확인되지 않은 만큼 사용에 주의하라고 당부했습니다.
특히 폐소공포증이 있거나 거동이 불편한 사람, 질환이 있는 사람은 사용을 피하는 게 좋다고 조언했습니다.
[앵커]
오늘도 재미있는 경제 소식 잘 들었습니다.
지금까지 경제 쏙쏙이었습니다.
강은나래 기자 (ra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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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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