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사 98%가 의약품 수급 걱정… “복제약 생산 지원 필요”
원료의약품 자급률, 12%대로 하락
“제약사에 복제약 생산 자금 지원해야”
의약품 수급 불안정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선 의약품 공급을 체계적으로 관리하고, 복제약(제네릭) 생산을 제도적으로 지원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이 나왔다. 전문가들은 국내 약사 10명 중 9명은 의약품 공급에 불안감을 느끼고 있는 만큼, 복제약 관련 제도가 빠르게 개선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김미애 의원실은 26일 오전 10시 서울 영등포구 국회의원회관에서 한국제약바이오협회, 대한약사회와 함께 ‘제약산업 육성 및 의약품 수급 안정화를 위한 정책토론회’를 개최했다. 이날 토론회에는 김미애 국민의힘 의원과 노연홍 한국제약바이오협회장, 최광훈 대한약사회장이 참석했다.
김동숙 국립공주대 보건행정학과 교수는 의약품 수급 현황을 지속적으로 감시할 체계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 교수에 따르면 의약품 공급 부족·중단은 원료물질 공급이 부족하거나, 복제약 값이 점차 내려가면서 제약사가 생산을 포기하면서 나타난다. 또 정부가 어떤 의약품이 부족한지 제대로 파악하지 못해 분배가 잘못되면서 일어나기도 한다.
의약품 공급중단·부족 현상은 고혈압약이나 항생제, 신경계 계열 약물처럼 주로 저가약에서 나타났다. 의약품 공급중단·부족 건수는 2022년에만 229건으로, 2018년(107건)보다 두 배 넘게 늘었다. 공급 부족인 의약품은 ‘제조원 문제(36.2%)’를 주요 원인으로 꼽았고, 공급중단 의약품은 ‘채산성 부족(35.5%)’이 가장 많았다. 채산성은 수입과 지출 등의 손익을 따져서 이익이 나는 정도를 말한다.
김 교수는 의약품 수급을 제대로 파악하기 위해 해외사례를 참고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국내 약사 중 98.6%가 의약품 수급 불안정을 경험했다”며 “미국은 약물부족대책위원회를 개최하고 식품의약품화장품법(FD&C법)을 개정해 신약 부족 건수를 줄였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한국도) 수급 불안정 위험 감지와 저가 필수 의약품의 생산성을 강화하고, 처방 자제 알림 방안을 마련하는 방식으로 의약품을 전 주기에서 체계적으로 관리해야 한다”고 했다.
이종혁 중앙대 약대 교수는 의약품 수급을 위해 복제약 생산 기반을 유지하고 확대하는 게 중요하다고 주장했다. 이 교수에 따르면 국내 원료의약품 자급률은 2022년 기준 11.9% 수준인데, 2015년(24.5%)과 비교하면 12.6%P 낮아졌다. 복제약의 채산성이 맞지 않아 중국과 인도 원료를 사용한 탓이다.
이 교수는 “고품질의 복제약 생산기반을 유지하는 것은 의약품 자급률 향상과 원활한 공급을 위해 반드시 필요하다”며 “어려운 복제약 생산을 위한 기술·자금 지원, 원료물질 국산화 지원, 약가 우대 같은 정부 지원책이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복제약 재정 절감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 복제약 개발 관련 제도적·행정적 지원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산업계에서도 정부가 공급중단 의약품에 대한 지원을 확대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왔다. 김진이 보령 개발전략실 상무는 “보건복지부가 2025년도 예산안에 공급중단 의약품 생산 기업에게 시설 보조금을 지원하는 예산을 편성했지만 제조기업과 연구기업 각 한 곳씩만 계획됐다”며 “더 많은 의약품 제조기업을 대상으로 하면 실질적인 효과가 나타날 것”이라고 말했다. 또 “생산 원가를 현실적으로 반영하고, 사후 인하에 대해선 안전장치를 제도적으로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부도 의약품 공급 부족과 중단을 막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손태원 보건복지부 보험약제과 사무관은 이날 토론자로 참석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이후 늘어난 의약품 부족 문제는 의약품수급불안정민간협의체를 참석해 소통하고 있다”며 “원가 보전 등의 문제로 수급 불안정이 생길 경우는 신속히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김미애 의원은 “지난 4년여간 팬데믹(감염병 대유행)을 거치면서 제약·바이오산업을 기반으로 한 보건안보의 중요성을 실감했다”며 “의약품 수급 불안을 안정적으로 대처할 수 있는 보건안보 기반을 다지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한 시기”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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