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쩐의 전쟁' 경영권 분쟁 점입가경…고려아연 대항매수 나설까(종합)
고려아연 "MBK, 핵심기술 해외로 넘기면 국가적 손실 지대"
(서울=연합뉴스) 이슬기 기자 = MBK파트너스(이하 MBK)와 영풍이 26일 고려아연의 공개 매수 가격을 기존 66만원에서 75만원으로 상향하면서 고려아연 경영권 분쟁이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었다.
재계 안팎에서는 기존 공개 매수가보다 13.6% 높은 가격을 들이민 영풍·MBK에 맞서 고려아연이 대항 매수에 나설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고려아연은 일단 다음 달 4일 지분 공개 매수가 종료되기까지는 대항 매수 여부를 공개하지 않은 채 영풍·MBK 측의 행보를 예의주시한다는 입장이다.
MBK 측이 이날 한 차례 공개 매수가를 상향했지만, 이후 또다시 매수 가격을 조정해 공개 매수 기간을 연장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점에서다.
고려아연 관계자는 이날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상대의 패를 최종적으로 보고 회사의 입장을 신중히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시장에서는 고려아연이 결국 대항 공개 매수에 나서면서 영풍·MBK 측에 역공을 취할 것이라는 전망이 적지 않다.
고려아연은 이번 경영권 분쟁에서 '명분'과 '지분 확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는 전략을 취하고 있다.
이차전지 공급망의 핵심 축을 떠받치는 국가기간산업이라는 명분을 내세우는 동시에 1조원 안팎의 자금 확보에 주력하고 있다.
앞서 고려아연은 기존의 무차입 경영 기조를 깨고 이례적으로 기업어음(CP)을 발행해 4천억원을 확보키로 했다. 고려아연은 지난 24일 2천억원 규모의 CP를 발행한 데 이어 오는 27일 추가 CP 발행을 통해 2천억원을 조달할 계획이다.
고려아연은 이번 CP 발행을 놓고 '운영자금 마련을 위해 예정된 일정'이라는 입장이지만, 시장에서는 해당 자금이 영풍·MBK의 공세에 맞서 경영권을 방어하기 위한 '실탄'으로 활용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양측의 경영권 분쟁이 점입가경으로 치달으면서 고려아연의 주가는 이날 오전 현재 70만원을 웃도는 수준으로 거래되고 있다.
고려아연의 주가는 MBK가 제시한 기존 공개매수가 66만원을 훌쩍 넘긴 데다, 이날 상향 제시한 75만원에도 오전 장중 한때 근접했다.
시장에서는 고려아연이 실제로 대항 매수에 나설 경우 MBK의 지분 확보를 저지하는 한편 경영권 방어에 대한 최윤범 회장 측의 의지를 한층 강화하는 효과를 거둘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아울러 고려아연은 해외 투자자들과 협업해 전략적 우군을 확보하는 데도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특히 최윤범 회장이 국내외 우군 확보에 전방위적으로 나서는 모습이다.
최 회장은 지난 추석 연휴를 전후해 일본 도쿄를 찾아 세계 최대 광산 기업인 BHP 일본법인 소속 고위 관계자와 회동하고, 글로벌 투자회사인 일본 소프트뱅크 측과도 접촉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 회장은 고려아연의 우호 지분으로 분류되는 한화그룹의 김동관 부회장도 만났다.
한편, 고려아연은 영풍이 공개매수 자금 조달용으로 MBK에 3천억원을 빌려주기로 한 데 대해서도 "'묻지마 빚투'로 고려아연의 경영권을 빼앗겠다는 야욕"이라며 강하게 비판했다.
고려아연은 영풍의 대표이사 2명이 구속돼 사내이사가 없고, 이사회 의장 자리도 비어있는 상황에서 3천억원 대출을 받아 MBK에 빌려주는 결정을 내린 것은 법적으로 문제가 있다고 주장한다.
고려아연 관계자는 "적자 기업인 영풍이 수천억원 대출에 대해서 일말의 부끄러움도 없다"며 "적대적 인수합병(M&A)의 명분으로 '최 회장의 독단적 경영'을 내세우던 MBK의 내로남불"이라고 말했다.
고려아연은 MBK 측이 "고려아연을 중국에 매각하는 일은 없다"고 밝힌 데 대해서도 강제성이 없기 때문에 믿을 수 없다는 입장이다.
고려아연은 이날 보도자료를 통해 "MBK가 중국에 팔지 않겠다고 하지만 아무런 강제성이 없고, 핵심기술을 넘기거나 공유하는 것만으로 국가적 손실은 지대하다"며 "공개 매수가 인상은 결국 국가기간산업을 지키겠다는 의도가 없음을 여실히 보여주는 방증"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MBK의 적대적 M&A가 성공할 경우 고려아연의 핵심 기술진이 모두 이탈하고 인력 감축과 노조 파업, 각종 금속의 생산 차질, 국내 산업을 넘어 국제금속 가격의 교란 등의 후폭풍이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wis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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