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인 지정 면제, 회계기본법… 최운열 한공회장, 공약 추진현황 살펴보니
“밸류업 우수기업, 감사인 주기적 지정 ‘면제’ 아닌 ‘유예’ 필요”
“회계사 취업난 고민 많아… 한공회 자체 연수 고려”
“금투세, 돈이 빠져나가고 증시가 폭락한다? 그건 공포마케팅”
주식회사 등의 외부감사에 관한 법률 개정안(신외감법) 발의를 주도했던 한국공인회계사회 최운열 회장이 취임 100일을 맞았다. 당선 이후 최 회장의 공약 이행 상황을 짚어봤다.
한국공인회계사회는 26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에서 최운열 회장 취임 100일 기자간담회를 개최했다. 최 회장은 20대 국회에서 민주당 의원직을 수행할 당시 신외감법을 발의하고 통과시킨 당사자다. 1950년생 최 회장은 서울대 경영학과를 졸업했고 1971년 회계사 시험에 합격해 30년 동안 서강대 경영학과 교수로 재직했다. 지난 6월 제47대 한국공인회계사회 회장으로 선출됐다.
최 회장이 당면한 과제로는 우선 주기적 감사인 지정제 면제 사안이 있다. 2019년 시행된 주기적 지정제는 기업이 6년 연속 자율적으로 감사인을 선임하면 다음 3년은 금융당국이 감사인을 지정하는 제도다. 앞서 금융위원회는 밸류업(가치 상승) 기업들에 대한 감사 면제 등 인센티브를 방향성으로 해 구체적인 가이드라인을 마련하겠다고 했으나, 확정이 늦어지고 있다.
이날 최 회장은 “밸류업 우수 기업에 대한 감사인 주기적 지정 면제 방안은 시장에 좋지 않은 시그널(신호)을 주고, 회계투명성을 포기한 듯한 인상을 줄 수 있다”고 반대 의견을 다시 한번 밝혔다. 최 회장은 당선일 기자들과 만나 “국제 금융 시장에선 회계 투명성의 가치와 지배구조 가치 중 회계 투명성의 가치를 더 우선시한다”며 “이건(지정 감사 면제 인센티브) 밸류업이 아니고 밸류 다운”이라고 강조한 바 있다.
최 회장은 이어 “지배구조가 우수한 기업에는 1번 정도 주기적 지정을 유예한 뒤 다시 지정받게 하는 방향으로 정부와 논의를 진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윤창호 한공회 부회장도 “아직 당국과 주기적 지정제 관련한 논의를 진행 중인 단계로 결론난 것은 없다”라며 “주기적 지정제 유예 등도 고려 중인 방안이며 태스크포스(TF)를 통해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라고 부연했다.
신외감법 도입 이후 최근 금융당국이 회계법인의 감사 품질 제고를 강조하며 인사, 자금 관리 등 경영 전반을 들여다보는 점도 업계 불만 중 하나다. 당국은 업계의 회계 비리를 근절하고 회계법인의 감사 품질을 높이는 취지라는 입장이다. 그러나 업계에서는 금감원이 일반직원 채용과 급여 등 회계법인 내부 상황을 보는 건 지나친 경영권 개입이라고 반발하고 있다.
최 회장은 “(회계법인에 물어보니) 과거 감리 행태와 지금 상황은 너무 달라져서 준비할 겨를이 없다고 한다. 사전에 구체적인 가이드라인을 제공하고, 제대로 지켜졌는지 감리하면 회계법인 입장에서 대응하기 편하다고 하더라”면서 “이런 내용을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을 만나 전달했다”고 했다. 최 회장은 이전에도 “회계법인에 대한 감리 목표는 감사 품질의 제고이지 인사, 노무 등 경영 전반에 대한 지나친 경영지도는 아니라는 의견에 공감한다”며 “(당국과) 대화를 통해 정상화하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한 바 있다.
또 다른 공약인 회계기본법 제정과 관련해선 “회계 기본법을 만들어 장기적으로 회계 정책의 합리성을 높이려 한다. 이는 궁극적으로 우리 사회 전체의 투명성을 높이고 국가 경쟁력을 키우는 길”이라며 “한국회계학회에 연구 용역을 의뢰해 진행하고 있는데, 12월 초쯤 중간발표를 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최 회장은 수습 회계사들의 취업 문제에 대해선 “고민이 많다”고 털어놨다. 올해 공인회계사 최종 합격자는 1250명에 달하지만 삼일·삼정·한영·안진 등 ‘빅4′ 회계법인 취업자 수는 842명에 불과하다. 최 회장은 “전원이 수습회계사로 자리를 잡게 하는 것이 목표라 빅4 대표들을 만나 간청도 하고 호소도 했다”며 “그래도 마지막까지 취업이 안 된 분들이 있으면 한공회 내 자체적으로 신입 연수 프로그램을 만들어 이들이 피해를 보지 않도록 할 계획을 갖고 있다”고 했다.
다음 달 중 논의가 시작될 내년 선발인원 결정에 대해선 “보다 객관적인 데이터를 갖고 얘기해야 하므로 한국회계학회 용역을 의뢰해 연구가 진행 중”이라며 “우리 사회 전체의 회계사 수요, 인공지능(AI)이 보편화됐을 때 업계에 미칠 영향, 경력 단절 여성 회계사들의 복귀 등 여러 변수를 놓고 합리적인 안을 교수님들이 주시면 저희가 정부와 최종적인 안을 만들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날 최 회장은 금융투자소득세(금투세)와 관련해 “금투세는 투자자 친화적인 세금이자 글로벌 스탠다드에도 들어맞는 세제”라며 “다수 투자자를 불안하게 하는 공포 마케팅은 문제”라고 강조했다. 이어 “자본시장에 대한 과세를 합리적이고 투자자 친화적으로 만들어서 시중 유동성이 부동산이 아닌 자본시장으로 가도록 하는 게 국가 경제의 선순환”이라고 덧붙였다. 최 회장은 지난 20대 국회의원 시절 금투세 법안을 주도해 ‘금투세의 설계자’라고 불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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