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부수 띄운 영풍·MBK, 공개매수가 75만원으로 상향…본격 ‘쩐의 전쟁’

이진주 기자 2024. 9. 26. 16: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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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형진 영풍 고문(왼쪽)과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 각사 제공

경영권 분쟁으로 연일 치열하게 맞붙고 있는 고려아연과 영풍이 본격적인 ‘쩐의 전쟁’에 돌입했다. 고려아연 경영권 인수를 추진 중인 영풍과 사모펀드 MBK파트너스는 고려아연 공개매수 단가를 올리면서 승부수를 띄웠다.

MBK는 26일 고려아연 공개매수 가격을 인상한다는 내용의 정정신고서를 금융감독원에 제출했다고 밝혔다. 공개매수 가격은 기존에 밝힌 주당 66만원보다 13.6% 높은 75만원이다. 인상된 공개매수 가격 75만원은 상장 이래 역대 최고가인 67만2000원보다도 11.6% 높은 수준이다. 아울러 MBK는 영풍정밀에 대한 공개매수 가격도 주당 2만원에서 2만5000원으로 25.0% 상향 조정했다.

고 장병희·최기호 회장이 공동 창립한 영풍그룹은 최씨 일가가 고려아연을 운영하고, 장씨 일가가 영풍그룹 전체와 전자 계열사를 맡아 75년간 공동경영 체제를 이어왔다. 그러나 영풍이 MBK와 손잡고 고려아연 지분 공개매수에 나서면서 경영권 분쟁에 불이 붙었다.

현재 두 집안의 고려아연 지분은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 측 33.99%, 장형진 영풍 고문 측 33.13%로 비슷하다. 영풍·MBK는 약 2조원을 투입해 고려아연 지분 7.0∼14.61%를 공개매수한다는 계획이다.

공개매수 예정 수량과 상향된 공개매수 가격을 고려하면 MBK 측이 투자하는 총 금액은 최소 1조837억원에서 최대 2조2680억원이다. 그간 MBK는 공개매수 가격을 올리지 않겠다고 했지만 주가가 공개매수가보다 높은 수준으로 유지되고 있어 단가를 올린 것으로 풀이된다. 이날 유가증권시장에서 고려아연 주가는 전 거래일보다 1.28% 오른 71만3000원으로 거래를 마쳤다.

MBK 측 공개매수 주체인 한국기업투자홀딩스는 자금 마련을 위해 전날 영풍에서 3000억원을 대여했다. MBK는 “기타 주주 구성원 대부분이 기관투자자인 만큼 확실하게 이익을 실현할 수 있는 이번 공개매수 청약에 참여할 가능성이 높다”고 자신감을 보였다. MBK가 자체 파악한 기관투자자들의 평균 매수단가는 45만원이다. 영풍은 27일 기자간담회를 열어 입장을 소상하게 밝히겠다고 전했다. 이번 간담회는 강성두 영풍 사장이 주도할 것으로 알려졌다.

영풍·MBK가 자금을 쏟아붓는 가운데 고려아연은 이날 보도자료를 통해 “MBK와 영풍은 고려아연에 대한 적대적 인수·합병(M&A)를 진행하면서 8개월짜리 빚인 단기차입금 1조4905억원을 조달하더니 다시 3000억원의 빚을 내 고려아연에 대한 적대적 공세 수위를 높이고 있다”며 “빚만 무려 1조8000억원, 말이 사모펀드지 펀드자금은 몇천억원 수준에 불과한 ‘빚투 펀드’”라고 비판했다.

공개매수가 인상에 대해선 “국가기간산업을 지키겠다는 의도가 없음을 여실히 보여주는 방증”이라며 “MBK의 적대적 M&A가 성공할 경우 고려아연의 핵심기술진이 모두 이탈하고, 인력 감축과 노조 파업, 이로 인한 각종 금속의 생산 차질, 국내 산업을 넘어 국제금속 가격의 교란 등 앞으로의 후폭풍은 상상을 초월한다”고 강조했다.

MBK가 공개매수 금액 상향 카드를 내놓으면서 최 회장 측이 대항 공개매수 등으로 대응할 수 있는 날짜는 공개매수 마감일인 다음달 4일까지 5거래일 남았다. 경영권 방어를 위한 최 회장 측의 ‘백기사’ 확보와 자금 조달이 시급한 상황이다.

고려아연은 지난 24일 2000억원 규모의 기업어음(CP)를 발행한 데 이어 27일 추가 CP 발행을 통해 2000억원을 조달한다는 계획이다. 업계에서는 무차입 경영 기조를 이어온 고려아연으로서는 이례적인 행보로 보고 있다. 일각에서는 이 자금이 영풍·MBK의 공세에 맞서 경영권 방어를 위한 용도로 활용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왔지만, 고려아연은 운영자금 마련을 위한 예정된 일정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는 이날 전체회의를 열고 김병주 MBK 대표, 장형진 영풍 고문,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 등을 국정감사 증인으로 채택했다.

이진주 기자 jinju@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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