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서 몰려온 위암학회, 한국 전공의 10명뿐…이사장 "내년이 더 심각"
전 세계 위암 술기의 최신 정보를 공유하는 국제학술대회가 우리나라에서 열리는데도, 정작 국내 전공의는 고작 10명만 참석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는 지난해 전공의 참석자 40명의 4분의 1 수준에 불과하다.
해외에서 복강경 수술, 로봇수술, 내시경 치료 등 우리의 선진화한 술기를 배우기 위해 한국으로 몰려왔지만 정작 국내 전공의 참여는 저조한 한 것으로 평가된다. 의정갈등 여파가 연구나 새로운 술기의 도입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지적도 나온다.
26일 대한위암학회에 따르면 이날부터 28일까지 사흘간 서울 중구 롯데호텔서울에서 대한위암학회 국제학술대회인 '킹카 위크(KINGCA WEEK) 2024'가 열리는데, 참석인원과 출품한 논문 수 모두 역대 최대 규모다. 사전등록 인원은 국내 457명, 해외 35개국 243명으로 총 700명이고, 무료 등록자까지 포함하면 754명이 등록한 상태다. 또 접수된 논문 초록 건수는 425편으로, 그중 325편이 해외에서 출품작이다. 논문 접수 건수도 지난해(300편)보다 125편이나 늘었다.
하지만 이런 성과에도 학회의 고민이 깊다. 전공의 공백이 8개월 가까이 이어지면서 올해 진행하지 못한 연구가 많은데, 이 때문에 내년부턴 한국의 연구 실적이 매우 처참할 것이란 전망이 나오면서다. 이날 이 학회가 행사장에 마련한 기자간담회에서 류근원(국립암센터 위암센터) 이사장은 "이번에 참석한 전공의 수가 10명에 불과했다"며 "우리나라에서 매년 개최하는 위암 국제학술대회는 성장을 거듭하는데, 전공의 부재로 내년 출품할 논문 편수가 이례적으로 크게 줄어들 전망이다. 예측하지도 못할 정도"고 씁쓸해했다.
실제로 지난해 이 학술대회에 참석한 전공의는 40여명이었다. 올해는 4분의 1 수준으로 줄어든 것이다. 연구 결과를 요약한 논문 초록을 출품하려면 최소 6개월에서 1년 전엔 연구에 착수해야 한다. 연구 설계 단계부터 전공의 참여가 필수적인데, 올해 전공의 공백이 7개월 넘게 이어지고 있어, 내년엔 국내에서 출품하는 논문이 급감할 것이란 게 학회의 전망이다.
류 이사장은 "올해 국내에서 출품한 초록이 100편인데, 내년엔 과연 몇 편이나 될지 막막하다"며 "특히 올해 사직한 후 경제난을 겪는 전공의를 위해 전공의들에겐 무료로 등록하게 하고, 와서 공부하고 싶은 사람 누구든 오라고 공지했지만, 참석률이 매우 저조하다"고 토로했다.
이번에 전공의 참여율이 저조한 데 대해 학회가 유독 아쉬워하는 이유가 따로 있다. 아직 임상 현장에서 적용되지 않았지만, 최첨단 기술인 딥러닝·AI(인공지능) 기반의 위암 치료 술기를 미리 보고 배울 수 있는 자리이기 때문이다. 이 학회 허훈(아주대병원 위장관외과) 학술이사는 "이번에 접수한 초록 425편 가운데 주요 초록 8편을 선정해 발표한다"며 "그중 절반인 4편이 딥러닝과 AI 기술을 적용한 술기"라고 밝혔다. 딥러닝과 AI 기술을 적용해 어떻게 하면 내시경으로 위암 병변을 더 잘 찾아내는지, 위암인지 아닌지 병리를 어떻게 하면 더 정확하게 진단하는지, 위암 치료 후 환자의 예후를 어떻게 하면 더 정확하게 예측할지 등을 파악하는 기술력이 공유될 예정이다.
허훈 학술이사는 "딥러닝과 AI 기술을 적용한 위암 치료법은 현재 임상에서 쓰이는 건 아니지만, 그 내용을 담은 이번 초록 4편은 앞으로 위암 치료 시 사용할 가능성이 매우 크고, 임상에 적용하기 위한 전임상 자료들"이라며 "가까운 미래에 이 기술을 치료에 어떻게 응용할 것인지가 주를 이룬다"고 설명했다. 미래 전문의인 전공의가 적극적으로 찾아와야 한다는 것이다.
최신 위암 치료엔 내과·소화기내과·병리과·영상의학과·마취과 등 여러 진료과가 협진하는 '다학제 진료'가 주를 이룬다. 이 학회 이준행 회장은 "위암 다학제 진료 땐 (전공의가 아닌) 각 과 교수들이 코어멤버로 참여해, 아직은 전공의 공백으로 인한 위암 다학제가 흔들리지는 않고 있다"며 "하지만 의료진이 전체적으로 부족해졌고 당직·응급에 대처하느라 큰 병원의 시술·수술 양 자체는 줄었다"고 했다. 그러면서도 "아주 큰 병원에서 수술은 줄었지만 다소 작은 병원에서 수술량이 늘면서 국민에게 제공하는 위암 수술의 의료서비스는 크게 떨어지지 않았다고 본다"며 "어려운 상황이지만 대국민 의료서비스 질이 떨어지지 않도록 나름대로 노력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정심교 기자 simkyo@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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