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파전’ 결선 확실시된 D-1 자민당 총재 선거, 막판 경쟁에 개혁 흐려지나
일본 차기 총리 선거나 다름없는 집권 자민당 총재 선거가 27일 실시된다. 이번 선거는 이시바 시게루 전 자민당 간사장(67), 다카이치 사나에 경제안전보장담당상(63), 고이즈미 신지로 전 환경상(43)의 ‘3강’ 구도가 굳건해 과반 득표자가 나오지 않을 가능성이 커 결선 투표 실시가 확실시되고 있다. 막판 경쟁이 치열해진 결과 옛 파벌 등의 영향력이 커져, 당초 이번 선거의 시작점이던 개혁 목소리는 정작 흐려졌다는 지적이 나온다.
26일 지지통신, 요미우리신문, 공영방송 NHK 등이 진행한 자민당 의원 조사를 종합하면 고이즈미 전 환경상은 국회의원 368명 중 50여명, 다카이치 경제안보상과 이시바 전 간사장은 30명 안팎의 지지를 확보한 것으로 나타났다. NHK는 의원 70명가량은 지지 후보를 정하지 않았다고 전했다.
이날 투표가 마감된 당원·당우(자민당 후원 정치단체 회원) 표는 3강 후보들이 전체의 60~70%를 가져갈 것으로 분석된다. 총재 선거에선 의원 368표에 105만 당원·당우 표를 국회의원 투표 수와 동수로 환산해 더한 총 736표 중 과반을 얻은 후보가 당선된다. 과반 득표자가 없으면 결선투표가 실시된다.
보수 성향인 요미우리는 이시바 전 간사장이 당원·당우 98표를 얻고, 다카이치 경제안보상이 96표로 바짝 쫓는 가운데 고이즈미 전 환경상은 60표를 확보할 것으로 예상했다. 반면 진보 성향 마이니치신문 조사에서는 이시바 전 간사장이 약 100표, 고이즈미 전 환경상이 약 80표, 다카이치 경제안보상이 약 70표로 나타났다. 국회의원 표와 당원·당우 표를 합산했을 때 과반 득표자가 없고, 3강 중 누가 1·2위로 결선에 진출할지도 불확실해 당선 유력 후보를 예측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선거 운동 초반에는 고이즈미 전 환경상과 이시바 전 간사장이 지지율 1, 2위를 다투고 다카이치 경제안보상이 멀리서 뒤따르던 ‘2강 1중’ 구도였으나 투표일이 임박하면서 판세가 변했다. 자민당 안팎에서는 이를 고이즈미 전 환경상이 ‘선택적 부부별성제’를 강력 주장한 탓으로 보고 있다. 결혼 후 부부가 같은 성을 쓰도록 한 기존 ‘부부동성제’에 맞서 결혼 후에도 각자 성을 유지할 수 있게 하자고 주장했다가 보수층의 반발을 샀다는 것이다.
기업의 해고 규제를 완화하겠다고 주장한 것과 공식 후보 토론회에서 정책에 대한 이해 부족이 드러난 것도 노동계 등 표심이 이탈한 원인으로 지적된다. 중도 개혁 성향으로 분류되는 그와 달리 ‘여자 아베’라 불리는 극우 성향 다카이치 경제안보상은 강성 보수층의 지지를 흡수한 것으로 분석된다.
후보들은 의원 표 확보에 집중하는 모양새다. 고이즈미 전 환경상은 지난 24일 도쿄에서 ‘아소파’ 수장 아소 다로 자민당 부총재와 만나 지지를 요청한 것으로 전해졌다. 아소파는 54명 의원이 소속된 파벌로, 의원 표 비중이 높은 결선투표에서 이들의 선택이 주목된다고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짚었다. 고이즈미 전 환경상은 당초 당내 파벌 문제를 해소하겠다는 구호로 개혁 목소리를 냈으나, 당원·당우 표에서 타 후보에게 뒤처지는 등 경쟁 상황이 만만치 않자 고개를 숙인 셈이다.
옛 아베파에 의존도가 큰 다카이치 경제안보상 측도 최근 나카소네 히로후미 선거대책본부장이 나서 아소 부총재와 면담했다. 이시바 전 간사장 역시 경제정책을 계승하겠다는 메시지로 기시다파와 우호적 분위기를 형상하고 있어, 옛 파벌 내지 ‘상왕’ 자리를 노리는 구시대 정치인의 영향력이 여전히 큰 상황으로 진단된다.
결선투표에 대비한 ‘물밑 작업’도 진행 중이다. 마이니치는 한 유력 후보자가 “결선투표에 진출하면 도와 달라”며 다른 후보자 측근에게 은밀히 전화한 일화를 전했다. 해당 의원이 “요직에 기용될 수 있다면”이라며 전제 조건을 제시하면서 별 결론 없이 통화는 끝났다지만, 마이니치는 이 사례를 들어 “탈파벌과 정치 개혁이 주제가 된 이번 총재 선거에서도 지지를 얻기 위해 자리를 거래 재료로 사용하는 실태는 변하지 않았다”고 짚었다.
결선투표는 의원 표 비중이 1차 투표 때보다 커지기 때문에 각 후보자가 의원 지지 확보에 집중하는 것으로 분석된다. 닛케이는 “중하위권 후보 진영은 결선투표에서 누구에게 표를 던질지 시뮬레이션을 시작했다”고 전했다.
결선투표는 의원 368표에 광역자치단체 격인 47개 도도부현이 1표씩 행사하는 지방 표를 더해 총 415표 중 가장 많은 표를 가져간 후보가 승리한다.
조문희 기자 moony@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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