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평선] AI오물과 새우예수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편집자주<한국일보> 논설위원들이 쓰는 칼럼 '지평선'은 미처 생각지 못했던 문제의식을 던지며 뉴스의 의미를 새롭게 해석하는 코너입니다. 한국일보>
영국 소설가 조지 오웰은 '위건 부두로 가는 길'(1937)에서 인간이 기계를 만들고 개량하는 것에 대해 "마치 몽유병 환자가 잠을 자면서 일하는 것처럼 거의 무의식적"이라고 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편집자주
<한국일보> 논설위원들이 쓰는 칼럼 '지평선'은 미처 생각지 못했던 문제의식을 던지며 뉴스의 의미를 새롭게 해석하는 코너입니다.
산이 거기 있기 때문에 오르듯, 무엇인가를 만들 수 있기 때문에 만드는 것은 인간의 본성 중 하나 같다. 영국 소설가 조지 오웰은 ‘위건 부두로 가는 길’(1937)에서 인간이 기계를 만들고 개량하는 것에 대해 “마치 몽유병 환자가 잠을 자면서 일하는 것처럼 거의 무의식적”이라고 했다.
□ ‘몽유병적인 기술 발전’의 의미는 쓸모나 유익함, 부작용을 저울질하지 않는다는 뜻이겠다. 약 100년 전, 오웰의 지적은 인간의 육체노동을 대체하는 기계나 위험한 무기 개발을 뜻한 것이었지만, 지금의 인공지능(AI)의 발전에도 예외 없이 적용된다. AI생산품의 무차별적인 확산을 괴로워하며 AI슬롭(Slop·오물)이라는 용어가 생겨났을 정도이니 말이다.
□ AI슬롭은 AI가 생성한 질 낮고, 기괴하고, 무의미하고, 계속 복제되는 디지털 쓰레기를 뜻한다. 새우와 예수의 모습을 합성한 ‘새우예수’, 인형 같은 아기들로 가득 찬 ‘아기트럭’과 같은 불쾌한 이미지들이 대량 유통되며 ‘죽은 인터넷(dead internet)’을 만들고 있는 현실을 지칭한다. AI 솔루션으로 만들어낸 이미지로 쉽게 트래픽을 유도하는 마케팅이 판을 치면서 소셜미디어(SNS)를 ‘거대한 플라스틱 쓰레기 섬’처럼 황폐화시키고 있는 문제를 영국 가디언과 미국 CNN, 포브스 등 여러 외신이 다루고 있다.
□ 어려운, 때로 인간이라면 불가능한 업무를 순식간에 완성해내는 AI는 분명 축복인 측면이 크다. 하지만 한편으로 AI슬롭이나 딥페이크 등 부작용에 손쓰지 못하는 현실은, 인간이 만든 기술이 인간의 삶을 해치는데도 그 손상을 막지 못하고 있다는 좌절감과 무기력감을 느끼게 한다. 오웰은 “말로는 기계가 인간을 위해 만들어졌지, 인간이 기계를 위해서 만들어진 것은 아니라는 데 동의할 것이지만, 실제로는 기계의 발전을 막는 어떤 시도도 우리에게는 지식에 대한 공격으로, 일종의 신성모독으로 보인다”고 비판했다. 인류는 오늘도 새우예수 같은 불쾌한 이미지들을 대량 생산하느라 거대한 데이터센터를 세우고 막대한 전력을 쓰며, 기후재앙을 앞당기고 있지 않나.
이진희 논설위원 river@hankookilbo.com
Copyright © 한국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의사캐슬' 임금님은 무능해서 용감했나 | 한국일보
- '음주운전 생중계 사망사고' 유튜버 작년에도 추격 벌이다 검찰 송치 | 한국일보
- 박성광 눈물 고백, 故 박지선 떠난 후 우울증 겪었다 | 한국일보
- 순천 도심에서 여고생 살해, 30대 남성 긴급 체포 | 한국일보
- "오물 다 줄게" 북한 김여정 춤추며 노래하는 '오물풍선' 영상 정체는 | 한국일보
- 폭우 속 튀어나온 '번개맨'…휠체어 밀어준 버스기사의 정체 | 한국일보
- 경찰 "10월 26일 윤 대통령 서거" 전화 발신자 특정… "무속인에게 들었다" 진술 | 한국일보
- "여기가 경찰서입니까"… '마약 자수' 래퍼 식케이 첫 재판서 대마 흡연 인정 | 한국일보
- 소방서 앞 민폐 주차해 놓고… "밥 먹고 왔는데 왜" 적반하장 | 한국일보
- 손담비, 임신 준비 속내 "아이에게 사랑 줄 수 있을까" | 한국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