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치대란’ 품귀 현상에 오픈런까지…中배추로 막을 수 있나
‘김치 품귀’도 현실화…폭염‧폭우 등으로 가을 배추 생산량도 우려
(시사저널=조유빈 기자)
한 포기 2만원에 육박하는 배춧값이 시장에 쇼크를 주고 있다. 가뭄과 폭염으로 공급량이 줄어든 탓에 배추 가격이 훌쩍 오르면서, '한우보다 비싼 배추' '금추'라는 말도 등장했다. 11월 김장철을 앞두고 '김치대란'이 현실화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정부가 배추 가격 안정을 위해 중국 배추 수입에 나서기로 했지만, 일반 소비 시장 가격 억제 효과는 크지 않을 것이라는 지적이 제기된다.
금(金)추로 김치 담그자니…포장 김치로 몰리는 수요
긴 폭염에 폭우까지 겹치면서 배추 작황에 빨간 불이 켜졌다. 공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면서 배추 가격은 고공행진했다. 할인 정책을 적용해 비교적 저렴한 가격에 배추를 판매하는 한 대형마트에선 개점하자마자 배추를 사려는 소비자들의 '오픈런'까지 벌어지기도 했다.
직접 김치를 담그는 대신 포장 김치를 찾는 소비자들이 늘어나자 대형마트의 김치 상품들도 조기 품절됐다. 수급이 원활하지 못해 입고량 자체도 평소의 절반 수준에 그쳤다. 온라인몰에서도 '김치 대란'은 현실화됐다. 종가 김치로 포장김치 시장의 3분의 1 이상을 점유하는 대상이 자사몰 정원e샵에서 판매하는 배추김치 제품은 26일 현재 캔 제품을 제외하고 모두 일시품절된 상태다.
배송 지연 상황도 빚어지고 있다. CJ제일제당 자사몰인 CJ 더마켓에서는 '주문 후 생산'되는 비비고 포기 배추김치 주문이 증가하면서 배송이 지연되고 있다. 구매하더라도 정확한 배송 날짜를 안내받을 수 없는 상황이다. 대상은 "배추 수급 이슈로 포기김치류 전체 생산‧출고 지연이 발생하고 있다. 3~5일 이상 지연돼 출고되는 점 양해 부탁드린다"며 "포기김치 판매도 수급 정상화 전까지 일시중단된다"고 공지했다.
포장 김치 매출도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달에도 대상 종가 김치와 CJ제일제당 비비고 김치의 매출은 지난해 동기 대비 10% 이상 증가한 바 있다. 일반적으로 7~8월은 겨울에 담근 김치가 떨어지기 시작하고, 외부 활동이 많은 시기이기도 해 '포장김치의 성수기'로 여겨졌지만, 올해 배추 가격이 고공행진하면서 그 영향이 크게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정부 공시는 9000원, 마트선 2만원 왜?
현재 정부는 배추 한 포기의 가격을 9000원대로 공시하고 있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에 따르면, 배추 1포기의 평균 소매가격은 지난 25일 기준 9383원이다. 작년 동기대비 52%가량 오른 금액이다. 그러나 동네 마트나 전통시장에서는 배추 한 포기 가격이 2만원에 육박하는 등 2배 이상 가격이 높아, 정부 조사가 소비자 체감 물가와 차이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aT는 전국에서 소매로 유통되는 배춧값을 통계로 계산해 산출한 값이기 때문에 지역별 소비자들이 체감하는 배춧값과는 차이가 날 수 있다는 설명이다. 대형마트에서 실시하는 할인 행사 등도 평균 가격에 반영됐다. 실제로 재래시장이나 마트에서는 배추 한 포기가 2만원에 거래되고 있지만, 농협하나로마트 등 일부 마트에서는 회원을 대상으로 8000원대에 판매하는 경우도 있었다.
정부는 중국산 배추를 수입해 가격을 안정시킨다는 계획을 내놨다. 정부 차원의 중국산 배추 수입은 2010년(162t), 2011년(1811t), 2012년(659t), 2022년(1507t)에 이어 이번이 다섯 번째다. 이미 9월에도 중국산 배추 수입량은 전년 동월보다 7.1배 늘었다. 이는 민간업체들이 개별적으로 수입한 물량인 만큼, 정부는 이번에 aT를 통해 직접 배추 물량을 국내로 들여오면서 '대란'을 막겠단 계획을 갖고 있다. 오는 27일부터 중국에서 수입한 배추 16t을 첫 물량으로 들여오고, 다음 주에는 80t으로 늘려 수입해 가락시장 등 도매 시장에 출하한다는 것이다.
中 김치, 제조·외식업체서 활용…가정용 시장 숨통 트일까
다만 수입산 배추 물량이 포장 김치 제조사나 외식업체 수요에 치중될 것으로 보여 일반 소비 시장의 가격 억제 효과는 미미할 것으로 전망된다. 앞서 지난 2022년 배추 대란 때 국내 반입된 중국산 배추들도 가정용으로 유통된 사례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알몸 김치' 파동 등으로 중국산 식품에 대한 불신이 자리 잡은 만큼, 중국산 배추를 가정용으로 공급할 가능성도 낮다.
중국산 배추 수입은 일부 김치 제조업체, 외식업체 등의 배추 수요에 대한 부담을 줄이는 효과를 낼 것으로 보인다. 현재 김치를 활용한 메뉴를 판매 중단하거나, 반찬으로 내놓는 배추김치를 다른 메뉴로 전환한 곳들이 많은 상황이기 때문이다. 업체의 국산 배추 소비가 감소하면서 가정용 시장의 배추 수급에 숨통이 트이는 효과를 기대하는 것이다.
정부는 19일부터 시작한 배춧값 할인 지원을 오는 10월2일까지 유지하기로 했으나 일부 대형마트에 할인이 치중돼있어 배추를 구매하려는 소비자들의 불편은 이어질 수 있다. 특히 10월 중순께 가을 배추가 출하되면서 배추 공급이 늘어날 것이라는 긍정적 전망을 내놓고 있지만, 9월까지 이어진 폭염과 일부 배추 산지의 폭우 피해로 공급량을 가늠하기 어려워 후폭풍은 지속될 것이라는 시각이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에 따르면, 현재 배추의 생육이 지연되고 있으며 일부 지역의 생산량 감소도 우려되는 상황이다. 김장에 사용되는 가을 배추의 재배 면적은 1만 2870㏊로 전년보다 2%, 평년보다 4% 감소할 것으로 예상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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