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혈압' 안 알렸다고 계약해지…法 "삼성화재, 보험금 2천460만원 지급"

류정현 기자 2024. 9. 26. 15: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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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검진에서 고혈압이 의심된다며 2차 검진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받은 사실을 보험사에 알리지 않은 게 '고지의무'를 위반한 거라 보기 어렵다는 법원 판단이 나왔습니다.

오늘(26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방법원은 지난 4일 보험 가입자 A씨가 삼성화재를 상대로 낸 보험금 청구 소송에서 A씨 손을 들어줬습니다.

사건은 지난 2021년까지 거슬러 올라갑니다. A씨는 그해 5월과 7월 삼성화재에 유병자보험, 유병자 실손보험에 가입했습니다.

이후 A씨는 뇌졸증과 뇌혈관질환 진단을 받았고 병을 치료하기 위해 입원했고 직전에 들어놨던 보험을 근거로 삼성화재에 보험금 2천460만원을 청구했습니다.

그런데 삼성화재는 보험금을 지급할 수 없고 오히려 이 보험 계약을 해지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삼성화재가 문제 삼은 건 보험 가입 직전 A씨가 받았던 건강검진 결과입니다. 당시 A씨는 수축기 혈압 154㎎, 이완기 혈압 110㎎으로 각각 140㎎ 또는 90㎎ 이상의 경우 해당하는 고혈압이 의심된다는 판정을 받았습니다. 보다 정밀한 판단을 위해 2차 검진이 필요하다는 '일반건강검진 결과통보서'도 수령했습니다.

삼성화재는 이런 사실을 보험 계약 당시 가입자가 보험사에 알려야 하는 '계약 전 알릴 의무', 다른 말로 고지의무에 해당한다고 봤습니다. 이를 지키지 않을 경우 보험 계약 자체가 무효가 돼 보험사가 해지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법원은 삼성화재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재판부는 "고지의무 조항은 입원·수술 필요소견, 추가·재검사 필요소견, 치료를 받은 사실 등이 해당한다"며 "이때 필요소견의 의미는 의사로부터 진단서, 소견서를 받거나 의사가 진료기록부에 등재하고 환자에게 설명한 경우를 말한다"고 설명했습니다.

A씨가 받은 건 단순 건강검진 결과서이고 고지의무 조항에서 정한 것들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본 겁니다.

다만, 건강검진 결과가 반드시 고지의무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보기도 아직까지는 어렵습니다.

금융당국은 건강검진 결과지에 기재된 이상소견도 고지의무 대상이 될 수 있다고 보고 있기 때문입니다.

같은 쟁점으로 대법원 최종 판단까지 나오지 않는 한 이같은 분쟁은 계속 발생할 가능성이 큽니다.

한세영 변호사는 "건강검진 결과가 고지의무에 해당하지 않는지를 두고 하급심 판단에서 일치된 견해가 나오지 않고 있다"며 "개별 사안에 따라 판결이 달라질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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