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중3이 보는 수능 통합사회·과학 예시 공개… 교육부 “상당히 평이”
"2개 영역 이상 통합... 교과과정에 충실히 출제"
"수능 상대평가 유지돼 사교육 의존 여전" 전망도
올해 중학교 3학년 학생이 고등학교 3학년 때 치를 2028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 통합사회·통합과학 예시 문항이 공개됐다. 교육당국은 고1 때 공통적으로 배우는 교과 범위 내에서 출제되는 만큼 수험생 부담이 크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럼에도 수능 상대평가가 유지되는 가운데 새로운 문제 유형 적응을 위해 수험생의 사교육 의존도가 높아질 것이란 관측도 적지 않다.
2개 이상 통합… 교육부 “상당히 평이”
교육부와 한국교육과정평가원(평가원)은 26일 2028학년도 수능 통합사회 예시 문항 14개, 통합과학 예시 문항 12개를 공개했다. 지난해 12월 확정된 2028학년도 대입 개편 방안에 따라 2027년 치르는 수능부터 사회·과학 탐구영역 선택과목은 폐지되고, 모든 수험생은 고1 공통과목인 통합사회·통합과학에서 출제된 문제로 수능 탐구영역을 치르게 된다.
이날 공개된 통합사회 예시 문항 4는 세계지도에서 이슬람 국가(사우디아라비아) 한 곳의 여행 일지를 제시한 후 해당 문화권에 대한 설명 중 맞는 것을 찾도록 했다. 교육부는 “고1 때 배우는 통합사회1의 ‘문화와 다양성’과 ‘자연환경과 인간’에서 출제된 통합형 문제”라며 “특정 문화권의 자연환경과 인문환경을 이해하고, 해당 문화권의 문화 변동 요인 및 양상과 관련된 개념을 파악할 수 있는지 평가하는 문항”이라고 설명했다.
청소년 노동권 보호를 위한 근로기준법 내용을 교사와 학생 간 대화를 통해 확인하는 문항(예시 문항 8)도 있었다. 고1 교과과정인 통합사회2 ‘인권 보장과 헌법’, ‘사회정의와 불평등’에서 배우는 내용으로 사회적 소수자 차별 문제로서 청소년 노동권 침해를 인식하는 능력을 평가하자는 취지다.
통합과학 예시 문항 12는 기온과 기압, 절대 습도, 이슬점이 표시된 자료를 그래프로 제시하고 해석 능력을 평가한다. 통합과학2 ‘과학과 미래 사회’ 교과에 해당하는 문항으로 빅데이터 자료를 다양한 형태로 변환해 일상생활에 적용할 수 있는지 평가하기 위한 취지다. 예시 문항 1에서는 지구, 동물 세포, 리튬 원자에 대한 자료를 주고 학생들이 나누는 대화가 지문으로 제시됐다. 해당 물질의 핵을 비교하는 활동을 통해 과학의 기본량, 물리량, 단위 개념을 이해하는지 평가한다.
교육부 관계자는 “통합사회 문항의 경우 사회, 윤리, 지리, 역사 등 2개 이상의 교과로 구성했다”며 “다만 특정 교과 비중을 정한 것은 아니고, 각 교과의 기초적인 개념을 학습하면 충분히 풀 수 있는 상당히 평이한 수준이다”고 설명했다.
킬러 문항 없다지만… 수험생 부담 커질 듯
하지만 수능 개편 후에도 상대평가가 유지되는 터라 수험생 부담은 여전할 거란 관측이 나온다. 공통사회와 공통과학은 심화된 내용은 아니더라도 사회·과학 교과를 두루 다루는 과목이라, 선택 과목에 집중해 탐구영역을 치르면 되는 현행 체제에 비해 학습량이 늘어날 거란 주장도 있다. 임성호 종로학원 대표는 “수능 사회·과학 영역은 상대평가이기 때문에 문제가 쉽게 출제되면 변별력이 떨어진다”며 “출제당국이 변별력 확보를 위해 복수의 영역이 결합된 다양한 유형을 출제할 가능성이 높아 수험생들이 어렵게 느낄 수 있다”고 말했다.
사교육 의존도도 높아질 수 있다. 이만기 유웨이교육평가연구소장은 “교육당국 의도와 관계없이 학부모와 수험생은 교과 내용이 통합되면 새로운 유형에 익숙해지는 게 중요해진다”며 “그렇게 되면 선행학습이 나타날 수 있고, 결국 사교육비 부담 증가로 이어진다”고 했다.
이런 우려에 교육부 관계자는 “교과과정에 충실하게 출제될 예정이고, 수능에서 킬러(초고난도) 문항 배제 방침에 따라 교과 범위를 벗어난 지문이나 자료 등은 나오지 않는다”며 “고1 교과과정에 맞춰 기초 개념을 잘 이해한다면 지금과 비교해 학습량이 크게 늘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교육부는 이번에 공개된 예시 문항은 수험생 이해를 돕기 위한 취지일 뿐 실제 수능에서 난이도와 문항 구성 비율은 조정될 수 있다고 밝혔다. 예시 문항은 평가원(www.kice.re.kr)과 수능 홈페이지(www.suneung.re.kr)에서 확인 가능하다. 2028학년도 수능 탐구영역 문항 개수와 배점, 시험시간 등은 내년 상반기 ‘2028학년도 수능 기본계획’ 때 발표한다.
강지원 기자 styl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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