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기 두 달 남은 KBS 사장의 ‘조직 대대적 개편’
KBS 이사회가 시사교양국을 사실상 폐지하고 기술본부를 대폭 축소하는 조직개편안을 통과시켰다. 박민 KBS 사장 임기가 두 달여 남은 상황에서 여권 성향 이사 7명 표결로만 의결이 이뤄졌다. KBS 구성원들이 반발이 거세다.
KBS이사회는 지난 25일 여권 성향 이사 7인의 찬성으로 직제규정 개정안(조직개편안)을 의결한 것으로 26일 확인됐다. 야권 성향 이사 4인은 표결에 참여하지 않았다.
해당 개정안엔 PD의 시사 프로그램 제작 기능을 보도국으로 이관해 사실상 시사교양국을 폐지하며, 매체별로 나뉘어 있던 기술 조직을 대폭 통폐합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는 오는 11월부터 적용될 예정이다. 박 사장의 임기는 오는 12월 만료된다.
언론노조 KBS본부는 이날 성명을 내 “조직개악안은 구성원의 제대로 된 의견수렴도 거치지 않았고 어떠한 철학도 보이지 않는 통폐합”이라며 “KBS의 제작역량을 훼손한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조직개악을 찬성한 이사 대부분은 이번에 새로 취임한 이사들”이며 “임기가 두 달 남은 사장이 추진하는 것이 상식적으로도 맞지 않는다”고 했다. KBS본부 외에도 KBS노동조합과 같이노조 등 KBS 3개 노조가 모두 개정안을 반대하고 있다.
광고 매출과 직결된 예능·드라마 등과 편성을 합친 콘텐츠 전략본부 신설에 대해선 해당 부서를 자회사화하기 위한 기초 작업이 아니냔 의혹도 제기됐다. KBS 이사 A씨는 기자와 통화하면서 “(개편안이) 장기적으론 콘텐츠 전략본부를 통해 자회사나 분사로 바꾸는 것을 가능케 하는 형태의 조직을 만들겠다는 구상이 있다고 본다”며 “사측은 그런 방향을 전제한 것은 아니라고 했지만 가능성 있는 방향 중 하나라는 취지로 설명했다”고 말했다.
야권 이사 4명은 지난 25일 입장문을 내 “후임 사장의 비전을 구현할 조직 재편을 어렵게 만드는 결정을 현 이사회가 했다는 비난의 소지가 다분하다”며 “그런데도 여권 이사들이 의결을 강행한 것은 박 사장을 차기 사장으로 밀어붙일 속셈임을 드러낸 것 아닌가”라고 했다.
이날 이사회에선 KBS 차기 사장의 공개모집 시기와 선임 방식도 의결됐다. KBS 이사회는 다음 달 23일 면접 심사와 이사회 표결을 거쳐 최종 후보자 한 명을 윤석열 대통령에게 임명제청을 할 예정이다. 박 사장 선임 때와 같이 ‘시민평가단’ 제도는 제외됐다.
현재 KBS 새 이사 임명 효력을 두고 법원에서 다툼이 이어지고 있다. 야권 이사 4명과 임기가 만료된 조숙현 이사는 지난달 27일 방송통신위원회의 KBS 이사진 추천과 윤 대통령의 재가에 대한 효력정지를 구하는 집행정지 신청과 취소소송을 서울행정법원에 제기했다. KBS본부와 KBS노동조합은 쟁의행위 찬반 투표를 진행하고 있다.
https://www.khan.co.kr/national/media/article/202409041710001
박채연 기자 applaud@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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