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당 몫 인권위원 ‘부결’에 본회의 정회…여 “사기당했다” 야 “부적절 인사”
한석훈 국가인권위원회 비상임위원을 연임시키는 선출안이 26일 국회에서 부결됐다. 국민의힘은 야당이 여야 합의를 무시했다면서 “사기를 당했다”고 거세게 반발했다. 더불어민주당은 “윤석열 정권에 사기를 당한 건 국민”이라며 한 위원이 인권위원으로 적합하지 않아 반대했다고 반박했다. 윤석열 대통령의 재의요구권(거부권) 행사에 따라 재표결이 진행된 6개 법률안은 모두 부결됐다.
국회는 이날 본회의에서 한 위원을 인권위 비상임위원으로 선출하는 안건을 재석 298명 중 찬성 119명, 반대 173명으로 부결시켰다. 민주당 등 야당 의원들이 대거 반대표를 던진 것으로 분석된다.
한 위원은 검찰 출신의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로 2021년부터 인권위 비상임위원으로 활동해왔다. 이번에 국민의힘이 비상임위원 연임을 추천했다. 국가인권위원은 위원장을 포함한 상임위원 4명과 비상임위원 7명으로 구성된다. 임기는 3년이다. 민주당이 추천한 이숙진 전 여성가족부 차관의 인권위 상임위원 선출안 표결은 재석 298명에 찬성 281표, 반대 14표, 기권 3표로 가결됐다.
국민의힘은 예상과 달리 한 위원 선출안이 부결되자 우원식 국회의장에게 강하게 항의했다. 국민의힘은 여야 원내지도부 간 사전 협의에서 각각 여야 추천 몫 1명씩을 선출하기로 했는데 민주당이 합의를 뒤집었다고 주장했다. 여당이 정회를 요구하면서 우 의장은 15분간 정회를 선포했다.
배준영 국민의힘 원내수석부대표는 재개된 본회의에서 발언에 나서 “박성준 민주당 수석과 한석훈·이숙진 후보자를 공히 선출하기로 합의했는데 이게 무슨 일인가”라며 “국회 본회의장에서 사기를 당할 줄은 몰랐다. 이런 약속도 지킬 수 없는데 국회에서 공존할 수 있겠나”라고 비판했다.
대통령실도 격양된 반응을 보였다. 대통령실 고위관계자는 통화에서 “역대 어느 국회에서도 없었던 있을 수 없는 일이 벌어졌다”면서 “여야 간의 대화를 지켜보겠다”고 말했다.
민주당은 한 위원 선출에 대한 찬반 당론을 정하지 않고 의원의 자율에 맡겨 투표하도록 했다고 밝혔다. 박성준 수석은 “윤석열 정권에 사기를 당한 것은 국민”이라며 “국가 인권을 책임지는 자리에 마땅하지 않다, 부적절하다는 강력한 경고를 국민을 대신해 우리가 했다”고 반박했다.
민주당의 대거 반대 표결에는 본회의에 앞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서미화 의원의 호소가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서 의원은 “한 위원은 노란봉투법과 이태원참사특별법 제정에 극구 반대하고 박정훈 대령의 긴급구제조치 또한 날치기 기각시켜 인권위를 초토화시켰다”며 “얼마 전 공안검사 출신 안창호 위원장도 모자라 한석훈 후보까지 윤석열 정권 호위무사로 보내 인권위를 얼마나 더 망가뜨릴 작정인지 개탄스럽다”고 발언했다.
국회는 ‘방송 4법’(방송법·방송문화진흥회법·한국교육방송공사법·방송통신위원회법 개정안)과 ‘전 국민 25만원 지원법’(민생회복지원금지급 특별조치법), ‘노란봉투법’(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개정안)도 재표결을 진행했지만 모두 부결됐다.
이날 본회의에서는 국회로 돌아온 방송4법(방송법·방송문화진흥회법·한국교육방송공사법·방송통신위원회법 개정안)과 ‘전 국민 25만원 지원법’(민생회복지원금지급 특별조치법), ‘노란봉투법’(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개정안) 등에 대한 재표결이 무기명으로 진행됐다. 지난 8월 국회에서 야당이 드라이브를 걸어 여당의 불참 속에 통과시킨 법안들이다. 표결 결과 6개 법안 모두 재표결 정족수인 출석 의원 3분의 2 이상 찬성을 채우지 못했다. 여당 의원들이 대부분 반대표를 행사해 이탈표가 거의 나오지 않았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이로써 이 법안들은 최종 부결로 폐기 처리됐다.
대통령실은 부결을 “사필귀정”이라고 평가했다. 대통령실 고위관계자는 “(폐기된) 이들 법안은 여야의 충분한 협의와 사회적 공감대 없이 일방적으로 처리된 법안”이라며 “야당은 반복되는 위헌, 위법적인 법안 강행 처리를 이제 중단하기 바란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이어 “현금살포법 등 일부 재의안 표결에서 반대가 국민의힘 재적의원 수를 넘어 야당에서도 이탈표가 나왔다”며 “민주당은 당리당략을 위한 ‘쳇바퀴 정쟁’을 중단하고 민생법안 처리에나 집중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조미덥 기자 zorro@kyunghyang.com, 신주영 기자 jy@kyunghyang.com, 박순봉 기자 gabgu@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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