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당 몫 인권위원 선출안 부결… 與 “사기 당했다”

한석훈 국가인권위원회 위원 선출안이 26일 국회 본회의에서 부결됐다. 여야가 인권위원 후보자를 각 1명씩 추천했는데, 본회의 표결에서 여당이 추천한 후보자 선출안이 부결된 것이다. 반면 원내 과반을 점한 야당 몫의 이숙진 인권위원 선출안은 가결됐다.

박찬대 더불어민주당, 추경호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26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418회국회(정기회) 제9차 본회의에서 우원식 의장과 대화하고 있다. 이날 여당 추천 몫인 한석훈 국가인권위원 선출안이 득표율 39.93%로 부결되자 국민의힘은 여야 합의안인데 부결됐다며 항의했다. /뉴스1

국회는 이날 오후 본회의를 열어 이숙진·한석훈 인권위원 선출안을 차례로 표결에 부쳤다. 투표 결과, 이 후보자 선출안은 찬성 281표, 반대 14표, 기권 3표로 가결됐다. 민주당 등 야당은 물론 국민의힘 의원 대부분이 찬성한 결과다. 그러나 한 후보자 선출안은 찬성 119표, 반대 173표, 기권 6표로 본회의를 넘지 못했다. 민주당 의원 대다수는 반대표를 행사했다.

국민의힘은 “여야가 협의해 놓고 뒤통수를 쳤다”며 항의했다. 추경호 원내대표는 “여야가 서로 약속한 것과 결과가 전혀 다르다. 여당 의원들이 ‘당했다’고 생각할 수밖에 없다”며 민주당의 사과를 요구했다. 배준영 원내수석부대표는 “국회 본회의장에서 사기를 당했다”며 “민주당 수석과 의사일정, 인권위원에 대해상세히 협의해 (서로 협조하기로) 합의했는데, 민주당이 약속을 어겼다”고 했다.

반면 민주당은 ‘절차’를 합의했을 뿐, 인사에 대한 ‘상호 찬성’까지 합의한 적은 전혀 없다고 반박했다. 인권위원 선출안 등을 본회의 안건으로 단순 상정하는 데는 합의했지만, 개별 의원이 자율적으로 판단해 투표했다는 것이다.

박성준 민주당 수석은 “(가부를) 당론으로 정하지 않고 자율 투표에 맡겼고, 의원들이 한 후보자를 부적절한 인사라고 판단해 투표한 결과”라며 “정권의 잘못된 인사에 대해 국회가 당연히 견제하고 비판해야 한다”고 했다. 여당 의석에선 ‘사기꾼’이라는 항의 구호가 나왔다. 이에 야당 의원들은 ‘윤석열’을 외치며 맞섰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역대 어느 국회에서도 없었던,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앞으로 여야 간의 대화를 지켜보겠다”고 했다. 국회에서 여당 추천 인권위원 선출안이 가결될 때까지는 야당이 추천한 이 후보자 임명을 보류하겠다는 뜻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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