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도 세수 30조원 '구멍'…세수결손 대책은 아직 '빈칸'

세종=박광범 기자 2024. 9. 26. 15: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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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세수입 재추계 결과 및 주요 세목별 재추계 결과/그래픽=윤선정

정부의 세수 예측이 또 어긋났다. 2년 연속 세수 결손이 기정사실이 됐다.올해 예산을 짤 때 내놨던 전망치와 재추계 결과 사이 오차율이 한자릿수(-8.1%)로 줄었다는 게 그나마 위안거리다.

앞서 2021년과 2022년에는 세금이 예상보다 각각 61조3000억원, 52조6000억원 더 걷혔다면 최근 2년은 세금이 예상보다 크게 덜 걷혀 문제다.

정부는 상대적으로 여유가 있는 각종 기금에서 돈을 끌어모으고 연내 집행이 힘든 사업에 돈을 쓰지 않는 방식(불용)으로 세수 결손에 대응해 나가겠다는 방침을 밝혔지만 구체적 대책은 제시하지 못했다. 지난해 세수 펑크 대응 과정에서 끌어다 쓴 외국환평형기금(외평기금)은 이번엔 활용하지 않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을 뿐이다.
2년 연속 세수 결손 왜?
기획재정부는 26일 2년 연속 세수 추계 오차가 발생한 데 대해 "올해 세수 부족은 작년 경기둔화 여파가 예상을 상회하고 토지 등 부동산 거래 부진이 지속된 것에 기인한다"고 설명했다.

실제 이번 세수 재추계에서 법인세(77조7000억원→63조2000억원)와 양도소득세(22조4000억원→16조6000억원) 전망치가 크게 줄었다. 두 세목 전망치 감소분만 20조3000억원으로 전체(29조6000억원)의 68.6%에 해당한다.

특히 법인세의 경우 지난달 걷힌 법인세 중간예납분이 1년 전보다 1조9000억원 덜 걷힌 것으로 파악됐다. 지난해 기업실적 부진 여파가 하반기 세수 상황에 여전히 악영향을 끼치고 있는 셈이다. 지난해 상장사의 영업이익(개별기준)이 46조9000억원으로 전년대비 44.2% 급감한 영향이다.

최근 수도권 주택 거래시장이 일부 되살아나고 있지만 전체 양도소득세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압도적인 토지 거래량도 지난해만 못한 상황이다. 올 들어 7월까지 순수토지매매매량은 27만7000필지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5.9% 감소했다.

정부는 경제규모가 확대되고 대내외 여건의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최근 세수 변동성이 커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2020년 이후 코로나19(COVID-19) 영향으로 주요국의 세수 오차율도 확대했는데 우리나라는 높은 무역의존도 등으로 외부 불확실성이 높아진 상황에서 법인세 등의 정확한 추계가 특히 어려워졌다는 것이다.

일각에선 대규모 세수 펑크가 정부의 감세 정책 영향이란 비판이 나온다. 이에 대해 기재부는 "작년과 올해 세수부족은 감세정책이 아닌 2022년 이후 급격한 대외여건 변화에 따른 영향이 당초 예측보다 큰 데 기인한다"며 "세제개편 효과는 세입예산안에 이미 반영돼있기 때문에 세수부족의 원인이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기재부가 올해 경기 상황을 낙관해 세수 전망 눈높이를 과도하게 높였다가 체면을 구겼다는 지적을 피하기 어렵게 됐다. 4년 연속 세수 예측이 크게 빗나가면서 예측 능력도 도마에 올랐다.
추경은 없다…구체적 대응방안은 아직 '빈칸'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장관과 김윤상 2차관이 26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기획재정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대화하고 있다./사진제공=뉴스1
기재부는 세수 펑크에도 적자국채 발행 등이 필요한 추가경정예산(추경) 편성은 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재확인했다. 국가재정법상 추경 사유는 경기침체, 대량실업 등으로 규정돼있는 만큼 세수부족 우려만으로는 추경 요건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대신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국가재정법 등이 허용하는 범위 내에서 기금 여유 재원 등을 최대한 활용하고 연내 집행이 어려운 사업들을 추려내 대응한다는 계획이다. 정부는 "재정의 지속가능성을 유지하면서 가용재원 활용 등으로 불용에 따른 민생·경기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정부는 어느 기금에서 얼마만큼의 돈을 끌어올지 등 구체적 방안은 제시하지 않았다.

지난해 세수 펑크 대응 과정에서 끌어다 쓴 외평기금을 활용하지 않겠다는 방침만 세운 상태다. 최근 글로벌 금리인하기에 본격 진입하면서 외환시장 변동성이 확대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최 부총리는 이날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외평기금과 관련해선 기금운용계획을 변경하는 것은 현재 단계에서 검토하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정부는 이제야 여유 있는 기금 현황 파악에 나섰다. 김동일 기재부 예산실장은 "(기금 여유분에 대한) 통계도 없고 지금 (파악에) 착수했다"며 "여유 자금이 있다 하더라도 그 안에서도 쓸 수 있는 자금, 쓸 수 없는 자금 등 성격을 따져봐야 하고 각 기금을 담당하는 부처와 협의해 결정해야 할 문제라 시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일각에선 정부가 구체적인 재원 대책을 제시하지 못하자 일부 사업의 강제 불용(인위적 불용) 가능성도 제기된다. 김 실장은 "인위적 불용이 있느냐, 없느냐를 지금 말하긴 조금 빠른 것 같다"며 "인위적 불용이 최소화되는 방향으로 갔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고 밝혔다.

세수 펑크에 따른 지방재정 문제도 정부가 풀어야 할 숙제다. 지방교부세와 지방교육재정교부금은 내국세에 연동해 지자체와 시도교육청에 내려가는 돈이다. 세수가 줄면 이 돈도 줄어드는 게 당연하지만 재정자립도가 낮아 정부에서 나눠주는 지방교부세 등에 크게 의존하고 있는 지자체로선 타격이 불가피하다. 정부는 이미 지난해 세수펑크 대응 과정에서 지방교부세와 교육교부금을 당초 계획보다 18조6000억원 줄이기도 했다. 야당에선 기재부의 임의적인 지방교부세 삭감이 위헌소지가 있다고 주장하는 상황이다.

안상열 기재부 재정관리관은 "지방교부세 같은 경우 원론적으로는 세입이 줄었기 때문에 조정이 필요하다"면서도 "어떻게, 얼마나 조정할지는 올해 2023년 결산국회를 하면서 지적이 많이 있었기 때문에 그 의견을 고려해 행안부, 교육부, 국회 등 의견을 들어가며 정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세종=박광범 기자 socool@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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