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관 협력으로 中 추격 막아야···LNG화물창 국산화 필수"
절박함 토로한 조선3사 경영진
"中보다 먼저 화물창 자립 절실
금융·인재 확보 등 지원 필요"
정부, R&D·실증 연계 등 약속
"중국의 액화천연가스(LNG)운반선 추격을 막기 위해서는 LNG화물창 국산화는 필수입니다. 누리호가 실패 이후 결국 성공한 것처럼 화물창 기술도 적극적 정부의 지원을 통해 상용화할 수 있습니다."
조선해양플랜트협회가 24일 진행한 '대(對) 중국 경쟁력 확보 전략’ 주제의 좌담회에서 참석 기업들은 추격하는 중국을 뿌리치기 위해 정부의 지원이 필수라면서 이 같이 주장했다. 좌담회에는 정인섭 한화오션 사장, 이동연 삼성중공업 부사장, 김동일 HD현대중공업 전무, 왕삼동 대한조선 대표, 이승렬 산업정책실장 등이 함께했고 서울경제신문이 단독으로 참여했다.
좌담회에서 조선사 경영진들은 입을 모아 중국 조선사들과 글로벌 수주 경쟁에서 승리하기 위해서는 정부의 금융지원·인재확보 등의 도움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조선3사는 우선 한국형 LNG화물창의 상용화가 중국보다 빨리 이뤄져야 커져 가는 LNG운반선 시장에서 기술력은 물론 수익성을 확보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LNG를 초저온 상태로 저장하거나 수소를 암모니아로 바꾼 뒤 보관해야 하는 LNG화물창 기술은 프랑스 GTT가 사실상 독점하고 있다. 조선3사는 평균 척 당 선박계약금액의 약 5%(약 100억 원)를 추가 비용으로 지급하고 있다.
이동연 부사장은 "중국 조선사들도 GTT로부터 독립하기 위해 독자적으로 LNG화물창 기술을 개발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며 “우리나라보다 먼저 자립에 성공할 경우 자칫하면 국내 조선 산업의 미래 자체가 흔들릴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기존에 개발한 한국형 화물창(KC1) 운항이 중단된 상황에서 추가 투자 및 연구가 없으면 고스란히 ‘실패비용’으로만 남을 것”이라며 “조선사들이 KC2와 같은 새로운 기술을 개발 중인데, 정부에서 이를 실선에 적용하는 등 다양한 지원에 힘써줬으면 한다”고 설명했다. KC1은 최저 온도보다 화물창 외벽 온도가 낮아지는 결빙 현상이 계속해서 발생하며 시험운항도 중단된 상황이다.
조선3사는 LNG뿐만 아니라 미래 디지털·탈탄소 경쟁에서 승리하기 위해 중국보다 한 발 나아간 ‘초격차 기술’을 선제적으로 확보하기 위해 정부가 나서 줄 것도 부탁했다.
정인섭 사장은 “국제해사기구(IMO)가 2050년까지 넷제로를 의무화한 만큼 LNG·암모니아를 넘어 장기적으로는 액화수소를 이용한 선박에 쓰일 화물창·추진시스템을 개발하기 위해 조선사들이 노력하고 있다”며 “미래 대체연료 추진선에서 한국 조선사들이 압도적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 정부에서 반도체 사업처럼 다양한 투자를 해주면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국내 조선3사는 철강사들과 손잡고 액화수소 화물창을 개발하기 위한 연구를 시작했다. 차세대 핵심 친환경 연료로 떠오르는 수소를 장거리 운송하기 위해서는 영하 253도로 냉각해 800분의 1로 압축한 액체 상태로 만들어야 한다. LNG 대비 보다 차원이 높은 극저온 시스템이 요구돼 ‘꿈의 기술’로 불린다.
정부도 최대한의 지원을 약속했다. 이승렬 산업부정책실장은 조선사들의 의견을 청취한 뒤 “선박 건조를 넘어 미래에는 조선 엔지니어링 및 기자재 강국으로 도약하기 위해 기업들의 연구·개발(R&D)과 실증을 긴밀히 연계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며 “조선 관련 기술이 ‘국가전략기술' 목록에 제외됐었는데 최근에는 기획재정부에 포함될 수 있도록 요청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한편 조선사들은 조선업계 불황기 당시 발생한 인력난으로 인한 어려움이 정부 차원의 신속한 조치로 상당수 해결된 것에 대해 감사를 표했다. 김동일 전무는 “코로나 19 이후 시황이 회복되기 시작하면 수주량은 늘어갔지만 심각한 인력난으로 인도지연 등 생산차질이 크게 우려됐다”며 “정부차원의 정책지원이 단계별로 이뤄지며 현장에서 어려움이 해결된 상태”라고 말했다.
정부는 지난해 조선업계 E-7비자 외국인력 도입 허용 비율을 내국인의 20%에서 30% 수준까지 확대했다. 외국인력의 비자발급 소요기간도 5주에서 10일로 크게 단축하며 1만 4000명의 생산인력 부족분을 채운 것으로 평가 받는다.
김경택 기자 taek@sedaily.comCopyright © 서울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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