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상된 고려 청자 약통, 첨단 보존과학 기술로 되살아 나다
UV, X선, 3D프린팅 활용…국내 2점 뿐인 ‘보물’
보물로 지정되어 있는 900여년 전의 고려시대 청자 그릇이 첨단 보존과학 기술을 통해 원래의 모습을 되찾았다.
고려시대 왕실의 약을 담당하던 관청인 상약국(尙藥局)에서 제조한 약을 담는 약통으로 보이는 ‘청자 상감 ‘상약국’명 음각운룡문 합’이다. 뚜껑에 용과 구름 무늬를 정교하게 오목새김(음각)한 이 약통 그릇은 뚜껑과 몸체에 각각 흰색 흙으로 ‘상약국’이란 글자를 상감기법으로 새겨 놓아 고려시대 청자 연구의 귀중한 자료로 평가받는다.
국립문화유산연구원 문화유산보존과학센터는 “보물 ‘청자 상감 ‘상약국’명 음각운룡문 합’(한독의약박물관 소장)의 과학적 보존 처리와 복원을 최근 완료했다”고 26일 밝혔다.
‘청자 상감 ‘상약국’명 음각운룡문 합’은 고려 청자가 절정기를 이루던 12세기에 제작된 것으로 추정되는데, 지난 2022년 정기조사에서 손상이 확인돼 보존처리가 필요하다는 판정이 내려졌다. 뚜껑의 일부가 깨져 없어진 것을 과거에 수리했는데, 수리 부분에서 색이 변하고 갈라지거나 들뜨는 등 큰 손상이 확인된 것이다.
이후 문화유산보존과학센터는 2023년 5월부터 ‘청자 상감 ‘상약국’명 음각운룡문 합’의 보존처리를 시작했다. 문화유산보존과학센터는 “유물의 원형 확인, 과거 수리된 범위의 명확한 파악 등을 위해 자외선(UV), X선 투과조사 등을 실시했다”고 밝혔다. 또 과거 수리에 대한 기록이 남아있지 않아 알 수 없었던 사용 재료의 정보를 얻기 위한 성분 분석 등도 진행했다.
조사 분석 결과, ‘청자 상감 ‘상약국’명 음각운룡문 합’에는 장석류 등의 토양 재료, 티타늄화이트 성분의 유약층, 옻칠 접착제 등이 사용됐음을 확인했다. 문화유산보존과학센터 김미정 학예연구사는 “과거 수리된 부분의 경계면은 일본의 수리법인 킨츠기 기법이 적용되었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며 “킨츠기는 도자기 등 깨진 유물을 옻으로 접합한 뒤 금·은 가루 등을 활용해 수선하는 일본식 기법”이라고 설명했다.
문화유산보존과학센터는 조사분석 결과를 바탕으로 유물의 원형에 손상이 없도록 과거에 수리할 때 사용한 재료와 옻칠, 킨츠기 기법의 금 가루분 등을 제거했다.
제거된 부분은 3차원 전자화 및 인쇄(3D 스캔 및 프린팅) 기술로 모형화(모델링)하는 방법을 통해 복원해냈다. 3D프린팅 출력물 재료는 생분해 플라스틱인 PLA(Polylactic acid)를 사용했으며, 이는 복원할 때 가공이 쉬울 뿐만아니라 나중에 필요한 경우 제거도 편한 친환경 소재다.
문화유산보존과학센터는 “보존 처리가 완료된 ‘청자 상감 ‘상약국’명 음각운룡문 합’은 10월 초에 관리 단체인 한독제석재단 한독의약박물관으로 인계될 것”이라며 “앞으로 전시를 통해 공개될 예정”이라고 밝혔다.
‘청자 상감 ‘상약국’명 음각운룡문 합’과 같은 종류의 청자 유물은 매우 희귀해 국내에는 단 2점, 일본에 1점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국내에는 유사한 약통 유물인 ‘청자 음각 ‘상약국’명 운룡문 합’이 국립중앙박물관에 1점 소장 중인데, 역시 보물로 지정되어 있다. 한독의약박물관과 국립중앙박물관에 각각 소장된 2점의 보물은 고려시대 최고급 청자 생산지이던 전남 강진에서 제작된 것으로 보인다.
강진군 용운리 청자 가마터에서 ‘상약국’이란 명문이 있는 청자의 파편이 발굴된 적이 있기 때문이다. 고려 왕실의 약을 제조하던 ‘상약국’은 10세기 고려 목종 때부터 14세기 초반인 충선왕 재위 당시에 존재한 관청으로 알려져 있다.
도재기 선임기자 jaeke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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