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상전문가 직메 린포체 "고통의 원인은 훈련되지 않은 마음"

이세원 2024. 9. 26. 14: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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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 명상전문가 간담회…"부처님, 미움으로 세상을 보지 않는 힘 준다"
"정보 넘치는 세상이지만 우리 마음에 대해서는 알지 못한다" 성찰 당부
조계종 방문한 해외 명상전문가 (서울=연합뉴스) (왼쪽부터)직메 린포체, 툽텐 진파, 로시 조안 할리팩스 등 해외 명상 전문가 4명이 26일 대한불교조계종을 방문해 기념사진 촬영에 응하고 있다. [대한불교조계종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연합뉴스) 이세원 기자 = "고통의 핵심 원인은 훈련되지 않은 마음입니다."(직메 린포체)

"부처님의 가르침은 비록 문제를 해결할 수 없더라도 상황을 미움으로 바라보지 않을 힘을 줍니다."(툽텐 진파 박사)

대한불교조계종이 주최하는 '2024 국제선명상대회' 참석을 위해 한국을 방문한 해외 명상 전문가들은 명상과 불교적 수행이 마음을 평안하게 해줄 것이라고 26일 강조했다.

이날 조계종의 초청을 받아 서울 종로구 소재 한국불교역사문화기념관 국제회의장에 모인 로시 조안 할리팩스 박사, 툽텐 진파 박사, 팝루 스님, 직메 린포체 등 해외 명상 전문가 4명은 수행의 경험을 소개하며 명상을 권했다.

직메 린포체 [대한불교조계종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직메 린포체는 마음을 다스리지 못하는 것을 고통의 원인으로 지목하고서 "우리 자신의 훈련되지 않은 마음 말고는 어떤 것도 두려워할 것이 없다"고 말했다.

그는 "서구에서는 교육에서 인지적 발달에 지나치게 초점을 맞추고 있으며 정서적 건강을 도모하거나 인성을 다듬는 것에 별로 관심을 기울이지 않는다"고 우려를 표명하고서 마음과 인성이라는 문제를 마주하는 것은 시급한 일이라고 규정했다.

팝루 스님은 "명상하는 사람들은 사회 활동가들이 너무 바쁘고 산만하다고 생각하고, 사회에 참여하는 이들은 명상하는 이들이 자기만족만을 위해 고요함을 추구한다고 생각하기 쉽지만 세상에 참여하는 실천과 명상 수행이 둘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는 "우리는 정보, 아이디어, 팩트가 넘치는 세상에 살지만, 우리 마음에 대해서는 알지 못한다"고 자신을 돌아보지 못하는 세태에 아쉬움을 표명했다.

세계 각국에 한국 선불교를 전파한 숭산스님의 가르침을 이어받은 팝루스님은 "숭산스님께서는 '나는 누구인가'라는 질문을 하며 앉으라고 가르쳤다. 숨을 들이쉴 때 '나는 누구인가' 내쉴 때 '오직 모를 뿐'이라고 하라고 하셨다"고 수행법을 소개했다.

로시 조안 할리팩스 [촬영 이세원]

오랜 기간 호스피스 활동에 헌신한 할리팩스 박사는 "죽어가는 분을 곁에서 지켜보며 수행한 수십 년의 나날이 나에게 정말 변화의 계기였다"며 "삶에서 참으로 중요한 것이 무엇이고, 무엇을 위해 살아야 하는지의 인식에 근본적인 변화가 있었다"고 회고했다.

그는 조계종이 하루 5분 명상을 권하는 것과 관련해 "한 번의 호흡이라도 그 속에 온전히 깃들 수 있다면 기적"이라면서 "수만 명이 함께 (명상) 한다는 것 자체가 경이롭다"고 28일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예정된 대규모 명상 시연에 관한 기대감을 표현했다.

진파 박사는 불교의 현재적 의미를 잘 살려야 한다고 당부했다.

그는 "불교의 가르침은 여전히 유효적절하다. 잘 활용하면 세상의 평화와 웰빙에도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며 "낡은 언어, 보호해야 할 유산으로서의 불교가 아니라 오늘의 언어로 불교를 새롭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당부했다.

툽텐 진파 [대한불교조계종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진파 박사는 세계 각지에서 많은 이들이 전쟁으로 고통받는 것에 관해서는 "총이나 무력으로 상대를 완전히 파괴하려고 해도 그것은 가능하지 않다"며 "인간성이라는 공통 분모를 확인하지 않으면 어려움을 헤쳐 나갈 길이 없다"고 의견을 밝혔다.

그는 명상이 세상을 보는 시각을 바꾸는 과정이며 불교적 수행으로 통찰을 내면화하는 것이라고 규정하고서 "타인을 배려하고 내 감정의 지평을 잘 이해하게 되면 개인 차원을 넘어 공적인 영역에서도 굉장히 유의미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날 간담회에 참석한 전문가들은 현대인들이 명상과 수행에 입문하도록 저마다 징검다리 역할을 하고 있다.

할리팩스 박사는 미국 뉴멕시코주 산타페의 '우파야 선 센터' 주지이며 불교 지도자 및 사회 운동가로 활동 중이다. 진파 박사는 달라이 라마의 통역으로 오래 활동했으며 과학과 불교의 교류 및 협력을 위해 설립된 '마인드&라이프' 의장을 맡고 있다.

팝루 스님은 미국 수행처 디어 파크 사원에 머물며 잡지 '마인드풀니스 인 벨' 편집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직메 린포체는 세계 전역에서 티베트 불교의 명상과 철학을 가르치고 있으며 미국에 수행 안거센터를 설립했다.

팝루 스님 [대한불교조계종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간담회에는 참석하지 못했지만, 구글 엔지니어로 활동하다 명상 지도자로 변신한 차드 멩 탄도 이번에 방한해 강연 등으로 명상에 관한 지론을 펼 계획이다.

조계종은 27일 '2024 국제선명상대회'를 내달 1일까지 닷새 일정으로 시작한다.

'선명상을 통한 마음의 평화, 세계평화'를 주제로 열리는 이번 행사에서는 해외 명상 전문가 5명과 주석스님이나 준한스님 등 명상을 연구해 온 국내 스님들이 전국 각지의 사찰과 학교에서 명상 관련 강연을 한다.

특히 28일 오후 4시에는 서울 광화문광장 특설무대에서 약 3만명이 참석한 가운데 열리는 개막식에서는 조계종 총무원장 진우스님 등이 '하루 5분 명상'을 제안하고 시연한다.

sewonl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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