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기업 수천 곳 영향”…재계·정부 대응 나선 EU ‘공급망 실사지침’이란 무엇?

강병한 기자 2024. 9. 26. 14: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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벨기에 브뤼셀의 유럽연합 집행위원회 본부 밖에 유럽연합 깃발이 휘날리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 경기도에서 산업용 화학제품을 생산하는 A사. 주거래처인 독일 대형 화학기업으로부터 최근 처음으로 협력사 인권 실사 요청을 받아 서면실사를 수행했다. 고객사는 인권 등 주요 환경·사회·지배구조(ESG) 영역에서 국제거래와 수출에 차질이 없도록 글로벌 기준에 따라 현장 실사도 계획 중이라고 알려왔다. A사는 고객사의 협력사 관리 기준이 매우 강화되었다는 사실을 실감하고 있다.

#. 프랑스에 본사를 둔 글로벌 브랜드에 화장품 유리 용기를 납품하는 충남 지역 B사. 이 회사는 고객사로부터 환경보건안전 실사를 요구받아 서면조사와 방문실사를 받고 있다. B사는 품질 외 다양한 영역에 걸쳐 있는 ESG 데이터 관리에 부담을 느끼지만 고객사 요구에 따를 수밖에 없다고 한다.

두 회사가 최근 실사를 받는 이유는 유럽연합(EU)에서 발효된 ‘공급망 실사지침(CSDDD)’ 때문이다.

CSDDD는 EU와 거래하는 기업이 자사뿐 아니라 협력사의 환경 및 인권 실사 의무까지 지도록 한 지침이다. 주요 실사 항목은 온실가스 배출량 산정·검증, 업무상 차별금지, 유해화학물질 및 폐기물 관리체계 구축 등이다.

국내 기업도 이 지침의 영향권에 들면서 경제계와 정부가 대책 마련에 나서고 있다.

대한상공회의소(대한상의)는 26일 서울 중구 대한상의회관에서 산업통상자원부와 함께 ‘EU CSDDD 대응 설명회’를 개최했다고 밝혔다. 이번 설명회는 CSDDD 발효 관련 국제 동향 파악 및 업계 대응 방안 모색을 위해 마련됐다.

CSDDD는 지난 7월25일 발효됐다. 유럽 각국은 2026년 7월까지 이를 국내법으로 입법하고, 2027년 7월부터 EU 역내 매출 15억유로, 9억유로, 4.5억유로 이상인 역외 기업에 대해 3개년간 차례대로 적용한다.

지침 위반 시 전 세계 매출의 5%까지 과징금으로 부과하고, 공공 조달 참여가 제한된다. 고의 또는 과실로 피해가 발생하면 민사책임까지 지게 된다. 특히 의무 적용 기업이 아니어도 고객사가 EU 지역에 수출하는 기업이면 인권·환경 실사 대상이 돼 이번 지침은 광범위한 수출기업에 적용된다.

업계 추산에 따르면 국내 수천개 기업이 직간접 영향권에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설명회에서는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코트라), 대한상의, EY한영회계법인에서 ‘EU 공급망실사지침 쟁점 및 해외 동향’, ‘공급망 ESG 규제와 우리 기업의 대응’, ‘EU 공급망실사지침 이행 실무 가이드’ 등을 주제로 각각 발표했다.

심진수 산업부 신통상전략지원관은 개회사에서 “공급망 실사 의무가 적용되는 2027년까지 대기업과 중소·중견 협력사가 함께 철저히 대비해 EU 및 글로벌 시장에서 ESG 경쟁력을 높이는 기회로 활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조영준 대한상의 지속가능경영원장은 “이제 우리 기업들은 자사는 물론 직간접 협력 업체의 지속가능성 기준을 충족하지 못하면 글로벌 공급망에서 배제될 위험에 놓여 있다”며 “3년이 채 남지 않은 기간 동안 민관이 손잡고 함께 대비해야 할 시점”이라고 말했다.

유럽연합(EU) 공급망 실사지침(CSDDD). 대한상공회의소 제공

강병한 기자 silverma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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