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 키우기 좋은 도시 만든다더니···‘학생 지원’엔 인색한 광주 자치구
광주광역시가 전국 최초로 도입한 입학준비금 지원사업이 시행 3년 만에 중단될 위기에 놓였다. 5개 자치구가 재정난을 이유로 예산 분담금을 거부하고 있기 때문이다. ‘아이 키우기 좋은 도시 만들기’를 내세운 각 구정 목표가 무색하다는 비판이 나온다.
26일 학벌 없는 사회를 위한 시민모임에 따르면 내년도 입학준비금은 현재까지 지급 여부가 불투명하다. 지난 10일 광주시와 시 교육청, 5개 자치구가 모여 입학준비금과 관련한 논의를 했는데 각 자치구가 ‘의견 수렴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내면서 심의가 보류됐기 때문이다.
입학준비금은 광주시와 교육청, 자치구가 2022년 전국 최초로 도입한 협력사업이다. 교복과 체육복, 학용품, 부교재 등 학부모의 부담을 줄여 주자는 자치구들의 제안에 따라 추진됐다. 개학 직후인 3월 초등학생에게는 10만원, 중·고등학생은 30만원을 지급하는 내용이다. 재정이 상대적으로 열악한 자치구는 분담금으로 20%를 내고, 나머지는 광주시(25%)와 시 교육청(55%)이 부담한다.
입학준비금에 균열이 생긴 것은 지난해부터다. 시 교육청은 교복값 인상 등 물가를 반영해 중·고생 입학준비금을 기존 25만에서 30만원으로 5만원을 인상하고 각 자치구에 추가 분담금을 요청했다.
하지만 5개 자치구는 ‘재정이 열악하다’라는 이유로 추가 예산 분담을 현재까지 거부하고 있다. 자치구별로 연간 추가 분담금은 적게는 1800만원(동구)에서 많게는 8600여만원(북구)으로 총 2억9000여만원에 불과하다.
시 교육청은 급한 대로 올해 발생한 결손분을 예비비로 충당했지만, 내년도 사업은 자치구의 추가 분담 없이는 지속하기 힘들다는 입장이다.
시민단체는 예산 탓을 하는 자치구들의 행태를 이해할 수 없다고 지적한다. 남구의 경우 지난해 추가 분담금을 내겠다고 약속했지만 다른 자치구와의 형평성 등을 이유로 지키지 않고 있다.
북구는 1억원이 채 안 되는 추가 분담금이 부담된다면서도 40억원을 자체 투입해 기초생활보장 수급자와 법정 차상위계층에게는 10만원권 상생카드를 지급하고 있다.
시민모임은 “아이 키우기 좋은 도시를 만들겠다는 자치구들이 왜 약속을 뒤집으면서까지 교육 공공성을 무너트리는지 이해할 수 없다”며 “이런 자치구들의 행태는 정책 신뢰도를 훼손하고 시민을 조롱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5개 자치구는 오는 30일 구청장 협의회를 열고 입학준비금 추가 분담금에 대해 논의할 예정인 것으로 전해졌다.
고귀한 기자 g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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