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상준 영진위원장 “제2의 ‘살인의 추억’ 위해…중예산 영화 지원은 수혈”

이정우 기자 2024. 9. 26. 14: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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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일 취임 첫 기자간담회
한상준 영화진흥위원회 위원장이 26일 서울 종로구 광화문빌딩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영화진흥위원회 제공

"한국 영화 ‘허리’인 중예산 영화 지원은 수혈과 같습니다."

한상준 신임 영화진흥위원회 위원장은 26일 "관객을 다시 극장으로 돌아오게끔 해야 한다. 중예산 영화 지원을 통해 임기 3년 동안 희망이라도 보일 수 있다면 좋을 것 같다"며 중예산 영화 지원이 새 영진위의 최우선과제라고 밝혔다.

추석 연휴 극장가 독점 논란이 있던 ‘베테랑2’의 흥행에 대해선 "문제점이 없진 않지만, 당장 관객들이 어떻게든 극장으로 올 수 있다면, (그런 영화가 없는 것보다) 낫다"고 말했다.

한 위원장은 이날 서울 종로구 광화문빌딩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중급 규모 영화는 신인 창작자의 데뷔 기회이자 상대적으로 적은 예산 투입으로 수익 확보가 가능하다는 점 덕분에 한국영화의 ‘허리’ 역할을 해왔다"고 운을 뗐다. 그러면서 "한국영화의 허리를 다시 튼튼하게 할 중예산 영화에 대한 공적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영진위는 중예산 영화의 기준을 10억 원 이상 80억 원 이하의 상업영화로 상정하고 있다. 정부는 내년 영화 관련 예산을 올해보다 92억 원(12.5%) 늘린 829억 원으로 편성한 가운데, 이 중 100억 원을 중예산 상업영화 제작 지원에 쓸 방침이다.

한 위원장은 영화 ‘살인의 추억’과 ‘올드보이’를 언급하며 "한국영화 르네상스가 나온 힘은 작가주의 정신이 상업영화와 결합한 데서 나왔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영진위 제공

전적으로 민간 투자 영역이었던 중예산 상업영화에 정부가 예산을 투입하며 지원에 나서는 이유는 영화 제작 돈줄이 말라버려서다. 김현수 영진위 사업본부장은 "코로나19 이전까지 영화에 중요한 자금 조달원 역할을 했던 민간 펀드 등 재무적 투자자들이 빠져나가 지금 제작되는 작품 수가 턱없이 부족한 상황"이라며 "민간 투자자들이 돌아오기까지 제도적 지원이 마중물 역할을 담당했으면 한다"고 설명했다.

다만 이러한 중예산 상업영화 지원으로 가뜩이나 어려운 독립·예술영화의 입지가 더욱 줄어들 위험이 있다. 이에 대해 한 위원장은 "상업영화가 튼튼할 때 독립·예술영화도 꽃을 피울 수 있다. 지금으로선 상업영화 지원에 무게를 두는 게 사실"이라며 "중급 규모의 대중 영화에 대한 민간 지원이 꽉 막혀 있는 상황에서 수혈 식으로라도 지원해야 한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한 위원장은 ‘베테랑2’가 추석 연휴 동안 상영관을 많이 점유해 흥행한 것에 대해서도 한마디 했다. 그는 "스크린 수와 연동돼 독과점 문제가 있긴 하지만, 당장 관객들이 어떻게라도 극장으로 오는 게 낫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천만 영화 한 편보단 100만 명 이상 동원 영화 5∼6편이 나와서 전체 관객 수가 비슷하게 맞춰지는 게 당연히 좋죠. 그런데 여의치 않다면, 그나마 천만 영화라도 나오는 게 낫다고 생각합니다."

영진위 제공

홀드백, 객단가 조정 등 영화계 제반 문제에 대해선 정부 및 영화업계와 논의할 뜻을 밝혔다.

홀드백은 극장에서 상영된 영화가 IPTV,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등에 유통되기까지 유예 기간을 두는 제도로, 우리나라에선 법제화가 돼 있지 않다. 극장 측은 대체로 홀드백을 의무화해야 한다는 입장이지만, OTT 업계에선 시청권을 제약하는 것이라며 반대하는 상황이다.

객단가는 전체 티켓 매출을 전체 관객 수로 나눈 값으로 관객들이 실제 극장에 지불한 평균가격을 의미한다. 객단가 문제는 코로나19 기간 동안 오른 영화 관람료가 극장 관객 감소의 원인으로 지목되며 불거졌다. 2013년 1만 원이었다가 현재 1만5000원에 이른 관람료는 관객들이 극장에 오길 꺼려하는 요인 중 하나로 여겨진다. 반면 각종 할인 혜택 등으로 투자·배급사에게 돌아가는 객단가는 그대로란 점에서 현장에서도 불만이 많다.

한 위원장은 "홀드백과 객단가 문제는 영화산업계 이해관계가 충돌해서 전반적으로 해법을 논의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영진위가 잘 돌아간다고 한국영화가 당연히 잘 되는 건 아닐 겁니다. 그렇지만 영진위가 건강하지 않다면 한국영화의 부흥은 오기 어렵겠죠. 직원 한 명 한 명이 산적한 문제를 해결한다는 마음으로 임하겠습니다."

이정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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