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60석 확보한다더니”…노인들 울린 다단계 사기 조직 덜미
국회의원 출마, 연예기획사 설립 등으로 노인들을 꼬드겨 수백억원의 투자금을 받아 가로챈 불법 다단계 조직원들이 경찰에 적발됐다.
충북경찰청 반부패수사대는 방문판매 등에 관한 법률 위반 등의 혐의로 다단계 조직 대표 50대 A씨를 구속 송치하고, 임원 등 20명을 불구속 송치했다고 26일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A씨 등은 지난해 2~9월 전국 17개 지역에 무등록 다단계 지사를 운영하면서 3만5000명을 대상으로 202억원 상당의 투자금을 받아 챙긴 혐의다.
2021년 2월 다단계 조직을 설립한 이들은 배달앱을 시작으로 사업을 확장해 나갔다. 이어 전국 17곳에 지부를 차린 뒤 회원 모집과 가상화폐(코인) 판매에 나섰다.
A씨 등은 자체 개발한 코인이 거래소에 상장되면 2000배의 이익을 거둘 수 있다고 회원들을 꼬드겼다. 이들은 한 경제 TV 프로그램에 출연해 자신들의 사업과 코인을 홍보했다. 드라마 제작을 위한 연예기획사를 차리고, 마트 운영, 의류판매 등 다양한 사업을 진행한다고도 했다.
지난해 4월에는 ‘국회에 진출하겠다’며 정당을 만들었다. 창당식 부산, 대전, 충북, 인천 등 곳곳에서 창당식도 했다. A씨 등은 총선에 출마해 60석을 확보하겠다고 장담하기도 했다.
이들은 피해자들에게 “1계좌 100만원 가량을 투자하고, 배달앱 사업이 잘 진행되면 평생 연금처럼 매월 30만 원씩 받을 수 있다”며 “다른 투자자를 모집해 오면 신규 투자금의 8%를 수당으로 지급해주겠다”고 회원가입을 유도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하지만 이들의 사업은 제대로 진행되지 않았다. 배달앱 사업은 적자였고, 드라마의 퀄리티도 좋지 않았다고 경찰은 설명했다. 이들이 설립한 정당에서는 단 한명도 총선에 출마하지 않았다.
이 같은 수법으로 A씨 등은 7개월만에 3만5000여명의 투자자를 모집했고, 202억원을 받아 챙긴 것으로 조사됐다.
피해자들은 대부분 은퇴한 60~70대 고령층이었다고 경찰은 설명했다.
이들의 범행은 “A씨 등이 설립한 다단계 조직이 벌이는 사업이 제대로 진행되지 않고 있고, 코인도 사기였다”는 한 피해자의 신고로 덜미를 잡혔다.
경찰관계자는 “피해자들은 장래 큰 이익을 거둘 수 있다는 말에 당장 배당금을 받지 않아도 이상하게 여기지 않았던 것으로 안다”며 “이들을 상대로 여죄를 수사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삭 기자 isak84@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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