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배터리, '중국 텃밭' LFP 맹추격…"이미 늦었다" 우려도(종합)
"양산 전에 중국이 계약 가져갈 수도…한국 기업 큰 과제 직면"
"기술력으로 따라잡겠다"…소재업계도 LFP 혁신 기술 개발 박차
(서울=연합뉴스) 한지은 김아람 기자 = 국내 배터리 업계가 전기차 캐즘(Chasm·일시적 수요 정체)의 돌파구로 가격 경쟁력을 갖춘 리튬인산철(LFP) 배터리 시장에 뛰어들었다.
다만 이미 LFP 배터리 시장을 장악한 중국산을 따라잡기에는 늦었다는 시각이 우세해 속도감 있는 개발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26일 업계에 따르면 LFP와 NCM(니켈·코발트·망간) 배터리의 가격 차이는 작년 3분기 29%, 4분기 32%, 올해 1분기 33%로 꾸준히 벌어지고 있다.
LFP 배터리는 고가의 니켈, 코발트 대신 저렴한 인산철을 채용해 원가가 낮은 데다, 안정성이 높고, 수명이 상대적으로 길다는 장점이 있다.
그간 CATL, BYD(비야디) 등 중국 기업이 LFP 배터리에 주력한 데 반해, 국내 기업은 주로 NCM 배터리를 개발해왔다.
LFP 배터리는 에너지 밀도가 낮아 주행 거리가 NCM 배터리 대비 70∼80% 수준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캐즘 장기화로 완성차업체(OEM)가 보급형 전기차에 힘을 실으면서 LFP 배터리 탑재 비중이 점차 늘고 있다.
폭스바겐, 제너럴모터스(GM), 테슬라, 현대차 등 주요 OEM이 이미 LFP 배터리를 채용했고, 리비안, BMW, 스텔란티스 등도 도입을 서두르고 있다.
이런 가운데 LG에너지솔루션은 2025년 하반기 LFP 배터리를 양산해 르노의 차세대 전기차 모델에 공급할 예정이다. 삼성SDI와 SK온은 2026년 양산을 목표로 하고 있다.
문제는 국내 기업이 LFP 배터리를 본격 양산하는 시점이면 중국 기업이 LFP 시장을 완전히 장악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김광주 SNE리서치 대표는 지난 24일 열린 이차전지 전문 콘퍼런스 'KABC 2024'에서 "국내 기업 양산 전에 중국 업체가 계약을 가져갈 가능성이 크고, OEM은 한 번 배터리를 도입하면 쉽사리 교체하지 않는다"며 "이는 한국 배터리 기업이 직면한 큰 과제"라고 지적했다.
공급망까지 확보한 중국을 상대로 가격 경쟁력을 갖출 수 있을지도 미지수다.
남상철 포스코홀딩스 센터장은 "LFP 배터리 시장에서 중국이 아닌 국가가 경쟁력을 갖기 어렵다"며 원재료 수급의 한계를 지적했다.
남 센터장은 "중국은 티타늄 제련 과정에서 발생하는 폐기물인 황산철을 공짜로 가져다가 인산철을 만들 수 있기 때문에 인산철이 저렴하다"며 "우리는 인산이 없어 구해와야 하기 때문에 불리한 측면이 있다"고 설명했다.
이에 국내 기업은 LFP에 망간을 추가해 에너지 밀도를 개선한 LFMP(리튬인산망간철) 배터리를 개발하는 등 기술력으로 중국과의 격차를 해소한다는 계획이다.
고주영 삼성SDI 부사장은 "중저가 제품, LFP 배터리 등에 대해 좀 늦은 상황이기는 하다"면서도 "연구능력, 기술력으로 빠르게 따라잡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존하 SK온 부사장도 "LFP는 이미 개발돼 있고, 코스트(가격)적인 측면에서 여러 가지 보완할 것이 있어 그 부분을 보고 있다"며 자신감을 내비쳤다.
배터리 소재 업계도 LFP 관련 혁신 기술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에코프로비엠은 현대자동차, 기아, 현대제철 등과 손잡고 폐기 고철을 재활용해 원가를 대폭 낮추는 친환경 LFP 배터리 양극재 기술 개발에 나선다.
산업통상자원부가 지원하는 'LFP 배터리 양극 활물질 직접 합성 및 배터리 기술 개발' 사업의 일환이다.
현대제철이 원료인 재활용 철을 확보해 고순도 철 미세분말을 개발하면 이를 에코프로비엠이 받아서 '직접 합성 LFP 양극재' 관련 개발을 한다.
이어 전해액과 음극재 등을 에너지테크솔루션과 엔켐 등이 개발하고, 현대차와 기아는 이를 평가·분석해 양극재 및 배터리 기술을 확보한다.
기존 LFP 양극재 대비 공정 단축으로 생산 비용이 줄어 배터리를 탑재한 전기차, 에너지저장시스템(ESS) 등의 원가를 대폭 낮출 것으로 회사 측은 기대했다.
서준원 에코프로비엠 연구기획담당 전무는 "고철을 재활용하는 데다가 배터리 제조 과정에서 환경 오염 물질을 배출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친환경적인 기술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writer@yna.co.kr, ric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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