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폰 잇는 차세대 기기는 이것” 메타, AR 안경 ‘오라이언’ 공개
세계 최대 사회관계망서비스(SNS) 기업 메타가 증강현실(AR) 안경 시제품을 공개하고 스마트폰의 뒤를 이을 차세대 기기가 될 것이라고 자신했다. 메타버스(3차원 가상세계) 투자로 수십조원의 손실을 내며 고전했던 메타가 AR 안경으로 승부수를 던진 셈이다.
메타는 25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멘로파크 본사에서 연례 개발자 콘퍼런스 ‘커넥트 2024’를 열고 새로운 AR 안경 ‘오라이언(Orion)’ 시제품을 공개했다. AR은 실제 환경에 가상 정보를 겹쳐서 보이게 하는 기술을 말한다. AR 안경을 착용하면 공중에 가상화면이 떠다닌다. 기존에도 메타는 카메라와 스피커를 장착한 스마트 안경 ‘레이벤 메타’를 판매했지만 AR 기능은 없었다.
마크 저커버그 메타 최고경영자(CEO)는 “세상에서 가장 진보한 AR 안경”이라고 소개했다. 그는 “마치 다른 사람과 함께 있는 것처럼 깊은 존재감을 제공하는 차세대 주요 컴퓨팅 플랫폼을 만드는 꿈에 다가가고 있다”고 말했다.
두꺼운 검은색 뿔테 안경 모양의 오라이언은 투명한 렌즈를 장착했다. 무게는 98g이다. 지금까지 나온 스마트 안경 중 가장 넓은 70도의 시야각을 제공한다. 안경 프레임 내부에 마이크로 LED 프로젝터가 촘촘히 탑재돼 렌즈에 3차원 홀로그램 그래픽을 비춘다. 미묘한 손의 움직임을 감지하는 근전도(EMG) 손목밴드를 착용하면 간단한 손가락 동작으로도 가상화면을 움직이고 클릭할 수 있다.
메타가 공개한 시연 영상에선 젠슨 황 엔비디아 CEO 등이 오라이언을 착용한 채 인터넷을 탐색하고, 영상을 보고, 게임을 하며 놀라워하는 모습이 나왔다. 메타는 “휴대폰을 꺼내 잠금을 해제하고, 적절한 애플리케이션(앱)을 찾아 친구에게 저녁식사에 늦는다고 알릴 필요가 없다”며 “안경을 통해 모든 걸 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소비자들이 당장 오라이언을 사서 쓸 수 있는 건 아니다. 메타는 현재로서는 오라이언 제조 과정이 복잡하고 비용이 많이 드는 탓에 판매하지 않기로 했다. 제작 단가를 낮추는 일이 과제로 남았다. 투박한 디자인도 더 세련되게 만들 방침이다. 로이터통신은 소식통의 말을 인용해 “메타가 2027년 출시를 목표로 하고 있다”고 전했다.
AR 안경을 둘러싼 경쟁은 한층 치열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최근 SNS 스냅챗을 서비스하는 스냅은 자사의 5세대 AR 안경인 ‘스펙타클스’를 공개했다. 애플 역시 스마트 안경을 개발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2010년대 ‘구글 글라스’로 실패를 경험했던 구글도 AR 기기 제조업체와 파트너십을 맺는 등 재진출할 낌새를 보이고 있다.
이날 메타는 지난해 공개한 혼합현실(MR) 헤드셋 메타 퀘스트3의 보급형인 ‘퀘스트3S’도 출시했다. 한국은 1차 출시국(10월15일)에 포함돼 사전예약에 들어갔다. 가격은 128GB(기가바이트) 43만9000원, 256GB 57만9000원이다.
노도현 기자 hyune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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