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무위원장 만난 최태원 회장 “밸류업, 자율 및 투자환경 개선에 초점 맞춰야”
이사충실의무·3%룰 신중 검토 등 건의
[헤럴드경제=정윤희 기자] 최태원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은 26일 “최근 인공지능(AI) 등 첨단산업 분야에서는 무제한 체급 경쟁이 치열한 가운데 규모가 큰 소수 기업이 모든 것을 갖는 승자독식이 펼쳐지고 있다”며 “앞서 달리는 글로벌 플레이어들을 따라잡기 위해서는 국회와 정부의 제도적 뒷받침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최 회장은 이날 상의회관에서 열린 ‘윤한홍 국회 정무위원장 초청 간담회’에서 “30여년 전 설계된 국내 공정거래와 자본시장 관련 제도가 글로벌 경제지형이 급변하는 지금 제대로 잘 작동하는지 생각해 볼 시점”이라며 공정거래 및 금융 관련 경제계 현안·애로를 건의했다.
그러면서 “최근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를 위한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과 관련해서 기업들도 취지에 공감하고 변화의 노력을 많이 하고 있다”며 “다만, 현실적 부담을 감안해 논의의 초점이 규제보다는 자율과 인센티브, 그리고 전반적인 금융시장 투자환경 개선을 중심으로 이뤄지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날 간담회는 22대 첫 정기국회를 앞두고 기업가치 밸류업·부스트업을 이유로 기업 경영불안을 초래할 수 있는 법안들이 다수 발의된 가운데, 대한상의가 공정거래 및 금융 분야 현안들을 국회 정무위원회와 소통하기 위한 취지로 마련했다.
간담회에는 국회 측에서 윤한홍 국회 정무위원장, 권성동 의원, 강민국 정무위원회 간사 등 3명이 참석했고, 경제계에서는 최태원 대한상의 회장을 비롯해 홍원학 삼성생명 사장, 신현우 한화 사장, 한채양 이마트 대표, 정연인 두산에너빌리티 부회장, 유봉석 네이버 대표, 이승열 하나은행 은행장, 김미섭 미래에셋증권 부회장, 김중현 메리츠화재 대표, 문동권 신한카드 대표, 변창환 콰라소프트 대표, 정기옥 대한상의 중소기업위원장 등 산업계 및 금융계 대표 18명이 참석했다.
산업계 및 금융계 대표들은 이날 ▷이사의 충실의무 대상 확대에 신중 ▷상장사 ‘3% 룰(감사위원 선·해임 등의 경우 최대주주 또는 개별주주의 의결권을 최대 3%로 제한)’ 적용 확대 재검토 ▷공정거래법상 형벌제도 개선 ▷증권거래세 우선 폐지 ▷금융사의 자회사 출자범위 확대 등 18건의 과제를 건의했다.
산업계 대표들은 “이사 충실의무 대상 확대의 경우 이사의 경영판단 관련 사법리스크를 가중시켜 기업의 장기성장을 위한 결정을 막아 밸류업을 저해하고, ‘3% 룰’은 회사법의 기본원리인 소수주주 권익 강화보다 합병·분할 등 중요한 경영상 의사결정을 방해해 기업경쟁력을 약화시킬 것”이라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글로벌 스탠더드에 맞지 않는 부작용 많은 규제 법안들을 양산하기보다 주식 장기보유 세제혜택 마련, 배당소득 분리과세 등 국내 증시의 투자매력을 높이는 방향으로 입법·정책적 지원이 중요하다”고 건의했다.
공정거래법상 형벌제도에 대해서는 “주요국의 경우 경쟁법상 형벌조항이 없거나 담합 등 일부 분야에만 있는 반면 우리 공정거래법은 대부분의 위반행위에 형벌조항이 존재한다”며 “글로벌 스탠더드에 맞게 담합 외 형벌규정을 폐지하거나 과태료로 전환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금융계에서는 “현재 금융투자소득세 논의만으로는 증시 밸류업에 한계가 있는 만큼 증시 참여자 확대 및 유동성 향상을 위해서는 금투세 논의 이전에 증권거래세를 전면 폐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최근 금융-비금융간 경계가 모호해지는 빅 블러(Big blur) 상황에서 금융사들은 금산분리 규제로 비금융사 연계 서비스 개발·제공에 어려움이 있다”며 “금융사의 자회사 출자범위를 현행 포지티브 방식에서 네거티브 방식으로 전환하고, 은행법상 부수업무의 범위를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언급했다.
산업계·금융계 대표들은 이밖에도 ▷방산분야 수출금융 지원 ▷대규모유통업법 적용대상 개선 ▷온라인플랫폼 규제방안 신중 논의 ▷퇴직연금 자산운용규제 완화 ▷실손보험 체계 합리화 등을 건의했다.
yuni@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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