빗썸은 왜 실명계좌 제휴은행을 계속 바꾸려고 할까?[엠블록레터]
이후 은행이 가상자산 실명제 시스템을 구축하며 2018년 1월 30일 가상화폐 거래 실명제가 시작되었습니다. 이용자들은 은행에서 실명확인 입출금번호를 발급받아 거래 가능했어요. 이후 특정금융정보법이 등장하며 현행과 같은 거래 방식이 굳어졌죠.
특금법은 3개월의 유예기간을 거쳐 2021년 9월 25일부터 본격적으로 시행되었는데요. 당시 63개의 가상자산 거래소 중 29곳만이 개정 특금법에 따라 사업자 신고를 완료했어요. 그 중 신고 요건인 은행과의 실명확인 가능 입출금 계정 제휴와 정보보호관리체계(ISMS) 인증을 모두 갖춘 곳은 업비트, 빗썸, 코인원, 코빗 뿐이었어요. 업비트는 케이뱅크, 빗썸과 코인원은 NH농협은행, 코빗은 신행은행과 제휴를 맺었고요. 이후 고팍스가 전북은행과 실명확인 가능 입출금계정 제휴를 맺으며 우리에게 익숙한 5대 원화 거래소 체제가 만들어졌습니다.
가상자산 거래소 이용자는 해당 거래소가 제휴를 맺고 있는 은행 계좌를 통해서만 현금을 넣거나 인출할 수 있는데요. 예치금은 이 때 이용자들이 가상자산 거래소 계좌에 넣어둔 원화를 의미해요. 특금법에 따라 가상자산 거래소는 예치금을 은행에 맡겨 안전하게 보관, 관리하도록 해야 합니다. 은행은 이를 운용해 수익을 발생시킬 수 있죠.
펌뱅킹 수수료란 거래소 계좌에 입출금이 발생할 때마다 은행이 받는 수수료를 뜻해요. 이 수수료가 꽤나 쏠쏠합니다. 업비트와 제휴를 맺고 있는 케이뱅크는 올해 상반기 업비트의 운영사 두나무로부터 87억원의 펌뱅킹 수수료를 받았어요. 이 금액은 동기간 케이뱅크 전체 영업이익의 1.5%에 달합니다.
가상자산 거래소와의 제휴는 은행의 신규 사용자 유입에도 큰 도움이 돼요. 2020년부터 업비트와 제휴한 케이뱅크 실적을 살펴보면, 제휴 이후 1년만에 480만명 이상 증가해 2021년 12월 700만명을 기록했어요. 올해 5월에는 1100만명을 돌파했고요. 특히 올해는 전년대비 신규 유입 인원이 크게 증가했는데요, 케이뱅크의 공격적인 상품 출시 뿐만 아니라 올해 초 비트코인을 필두로 가상자산 가격이 급등해 가상자산 투자에 뛰어든 신규 투자자들이 업비트에 가입하면서 케이뱅크의 사용자 확대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여요. 케이뱅크는 이같은 사용자 기반 강화 등의 이유로 지난 1분기 507억원이라는 사상 최대 순이익을 달성하면서 내달 말 IPO를 앞두고 있죠.
하지만 은행이 감수해야 할 리스크도 상당해요. 수수료 수익이나 신규 고객 유입 등의 이익뿐만 아니라 자금세탁, 해킹 등에 따른 법적 책임 등 감당해야 하는 리스크도 많거든요. 그래서 특금법 시행 직전, 거래소와 제휴했던 일부은행도 일찌감치 손을 떼기도 했어요. 가상자산 거래소가 제휴할 수 있는 은행의 선택의 폭은 넓지 않아요. 현재 국내 가상자산 거래소와 제휴를 맺은 은행은 NH농협은행, 신한은행, 케이뱅크, 카카오뱅크, 전북은행 뿐이에요.
거래소가 제휴은행 변경을 원하는 이유는 점유율 확대를 위함이에요. 이를 뒷받침하는 두가지 사례가 있죠. 첫번째, 코인원의 제휴은행 변경이에요. 코인원은 가상자산사업자 최초 심사 당시 빗썸과 나란히 NH농협은행과 제휴를 맺었어요. 하지만 NH농협은행은 가상자산 투자자들에게서 아쉬운 평을 들어왔어요. NH농협은행은 고객 연령대가 높아 젊은 투자자들이 해당 계좌를 보유하지 않은 데다가 모바일 뱅킹 편의성이 아쉬운 은행 중 하나로 꼽히거든요.
농협은행은 NH스마트뱅킹, NH올원뱅크, NH콕뱅크 총 3개의 앱을 가지고 있어요. 농협은 농협 중앙회와 지역농협으로 나뉘는데요, 당시 농협의 모바일 앱은 연동이 되지 않아 계좌를 관리하는 은행이 중앙회냐 지역이냐에 따라 다른 앱을 사용해야 했어요. 반면 대부분의 은행은 하나의 앱에서 모든 모바일 뱅킹이 가능했죠. 종종 은행이 제공하는 서비스 종류에 따라 앱이 다양하더라도 슈퍼앱이 있어 제어가 용이했죠. (지금은 NH농협은행도 ‘NH올원뱅크’를 슈퍼앱으로 만들고 있어요.)
농협 앱은 월간활성이용자수도 낮은편인데요. 데이터 플랫폼 기업 아이지에이웍스에 따르면, 올해 4월 기준 KB국민은행의 모바일앱인 ‘KB스타뱅킹’의 MAU는 약 1300만명이에요. 하지만 NH농협은행의 ‘NH스마트뱅킹’과 ‘NH올원뱅크’는 지난 4월말 기준 MAU가 각각 785만명, 402만명에 그쳤고요. 때문에 코인원은 2022년 NH농협은행에서 카카오뱅크로 제휴은행을 변경한지 한달만에 신규 가입자가 198%나 증가하기도 했죠.
업비트 운영사 두나무는 빗썸, 코빗 등 다른 원화 거래소보다 후발주자로 시작했어요. 하지만 주식 투자앱 ‘증권플러스’ 운영 경험을 바탕으로 타 거래소 대비 편리한 UI/UX를 구축할 수 있었습니다. 특히 PC로만 거래 가능했던 가상자산 거래 환경에 모바일 네이티브 앱을 선보이며 모바일 수요를 꽉 잡았어요. 당시에는 시중은행보다 인터넷 전문은행의 모바일 뱅킹 환경이 월등히 뛰어났는데요. 인터넷 뱅킹은 가입부터 송금까지 간편하게 거래가 가능했던 반면 시중은행은 지금과 달리 공인인증서, 보안카드 등 절차가 까다로웠죠.
업비트 성공신화의 배경으로 인터넷전문은행인 케이뱅크가 꼽히며 많은 거래소들이 모바일 편의성이 높은 은행을 선호하게 되었어요. 현재는 시중은행의 모바일 뱅킹 환경이 인터넷은행의 편의성을 상당부분 따라 잡았다고 평가받고 있는데요. 빗썸이 카카오뱅크, 케이뱅크와 같은 인터넷 전문은행 뿐만 아니라 농협은행보다 MAU가 높은 KB국민은행을 원하게 된데에는 이런 배경이 있죠.
현재 각 거래소는 은행 한 곳만 실명계좌인증 계약을 체결한다는, 이른바 그림자 규제가 있습니다. 일명 ‘1거래소-1은행 원칙’인데요. 자금세탁에 대한 위험성 등에 대한 우려 때문입니다. 거래소들은 금융당국에 지속적으로 다양한 은행과의 계약 허용을 요구해왔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어요. 그래서 가상자산 거래소들은 단 하나뿐인 제휴은행 선정에 신중할 수 밖에 없게 되었고요.
과거 코인원이 NH농협에서 카카오뱅크로 제휴은행을 변경했을 때에도 많은 어려움이 있었어요. 이용자들이 코인원을 이용하기 위해 카카오뱅크 계좌를 새로 연동해야 했거든요. 만약 카카오뱅크의 기존 사용자가 아니었다면 신규 계좌 입출금 한도 금액 등을 재설정해야하는 불편함이 있었죠. 코인원은 빗썸보다 시장 점유율이 상대적으로 낮아 변경이 비교적 용이했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하지만 빗썸은 앞으로도 제휴은행 변경을 포기하지 않을 것으로 보여요. 일반적으로 가상자산 거래소와 은행의 실명확인 입출금계정 계약은 1년 단위로 진행되는데요, 빗썸은 금융당국이 추가로 요구한 이용자 보호 조치 계획 등을 보완해 내년 3월 제휴은행 변경을 재도전하겠다고 밝혔어요. 내년 3월에는 빗썸 제휴 은행이 변경될 것인지 귀추가 주목됩니다.
전성아 엠블록 연구원(jeon.seonga@m-block.io), 김용영 엠블록 에디터(yykim@m-block.i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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