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 있다" 백록담서 확인한 멸종 위기 한라솜다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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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의 에델바이스(edelweiss)'로 불리는 한라솜다리를 직접 실물로 확인했다.
국내에서 한라산 정상 백록담분화구의 특정 장소에만 자생하는 한라솜다리는 개체수가 손에 꼽을 정도만 남아 있어서 멸종 위기에 놓여 있다.
서 있기조차 힘든 언덕 사면에 힘겹게 꽃을 피운 한라솜다리를 마주했다.
한라솜다리 꽃을 보호하는 하얀 포엽(苞葉)과 가운데 꽃까지 포함하면 100원 동전크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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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려한 절정을 지났지만 여리면서도 고고한 자태 뽐내
사면 붕괴, 기후 변화 등으로 절멸 위기…대책 마련 시급
[제주=뉴시스] 임재영 기자 = ‘조선의 에델바이스(edelweiss)’로 불리는 한라솜다리를 직접 실물로 확인했다. 꽃이 활짝 핀 절정의 순간이 지나기는 했지만 여리면서도 품격이 느껴지는 자태가 고스란히 드러났다.
국내에서 한라산 정상 백록담분화구의 특정 장소에만 자생하는 한라솜다리는 개체수가 손에 꼽을 정도만 남아 있어서 멸종 위기에 놓여 있다. 고지대 험지, 기상 등의 문제로 꽃이 핀 모습을 목격하기는 쉽지 않은데 이번에 성공을 한 것이다.
25일 오전 한라산국립공원 해발 1700m 윗세오름대피소에서 안내를 맡은 국립공원 직원과 만났다. 한라솜다리 자생지가 통제구역이어서 사전에 국립공원 측에 허가를 받았고, 안전과 자생지 안내 등을 위해 동행하기로 했다.
어렵게 백록담 분화구에 도달했지만 한라솜다리는 꽁꽁 숨어서 쉽사리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분화구 남쪽 정상인 해발 1910m 일대 가파른 절벽을 오가며 이리저리 헤매다 “여기 있다”는 소리에 순간 모든 동작을 멈췄다.
서 있기조차 힘든 언덕 사면에 힘겹게 꽃을 피운 한라솜다리를 마주했다. 한 개체는 꽃을 피운 상태를 유지했고, 다른 개체는 꽃이 이미 져서 말라가고 있었다.
한라솜다리 꽃을 보호하는 하얀 포엽(苞葉)과 가운데 꽃까지 포함하면 100원 동전크기였다. 키는 7~12㎝에 불과할 정도로 땅에 붙어서 자란다.
그동안 전문가 조사에서 자생지는 1개소로 알려졌는데, 이번에 확인한 결과 이 자생지 반경 1m에 8~10개체가 무리를 이뤘다. 직사광선이 강하지 않고 건조한 토양에 분포하고 있다.
문제는 한라솜다리가 서식하는 곳이 급경사라는 점이다. 집중호우나 토양침식 등으로 무너져 내릴 가능성이 높다. 이 한라솜다리가 사라지면 사실상 지구상에서 절멸하는 것이다. 한라솜다리는 국제자연보전연맹(IUCN) 적색목록에서도 멸종우려 위급종으로 분류됐다.
식물전문가인 문명옥 박사는 “생육지 사면 붕괴로 인한 소실이나 답압 등에 의해 개체가 급감해 심각한 절멸 위기에 처해있는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며 “서식지 보호와 확장, 인공증식 등의 대책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에델바이스는 솜다리 무리 식물을 일컫는 말로 주로 유럽 쪽에 분포하고 있는데 국내에는 4종이 있으며, 이중 한라솜다리는 한라산에서만 자라는 우리나라 고유종이다.
한라솜다리 주변에는 김의털, 산철쭉, 눈향나무 등이 포진했다. 또 다른 희귀식물인 한라구절초, 한라돌쩌귀도 꽃을 피웠다. 고산 희귀식물의 집단 서식처인데 이들 역시 풍화작용 등에 따른 사면붕괴와 기후온난화 등으로 위기에 직면했다.
한라솜다리 등의 고산식물은 오래 전 한반도와 제주 섬이 서로 내륙으로 연결되어 있을 시기에 남하해서 번식했다가 간빙기에 섬에 고립된 후 한랭한 한라산 고지대로 이동해 적응과정을 거치면서 정착한 ‘유존종’으로 해석되고 있다.
한라산 일대는 섬이라는 고립성과 해발 2000m에 가까운 고도 등의 환경 특성에 따라 다양한 식물이 자생하고 있다. 학자에 따라 다소 차이가 있는데 백록담 분화구에는 160여종의 식물이 서식하고 있으며 이 가운데 개체수가 적거나 자생지가 제한적인 멸종위기 특산식물은 21종류, 희귀식물은 22종류로 각각 조사됐다.
☞공감언론 뉴시스 ijy788@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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