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원 옛 전남도청 별관에 신군부 언론탄압 공간 재현해야"

이영주 기자 2024. 9. 26. 13: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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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 전남도청 전시 콘텐츠 이렇게'…대시민 첫 공개설명
광주시·시민단체 주최, 복원추진단 초청 의견수렴 절차
"전시 설계 이른 과정 이해 어려워…공개해야" 지적도
[광주=뉴시스] 이영주 기자 = 박태훈 문화관광부 옛전남도청복원추진단 콘텐츠 팀장이 26일 오전 광주 동구 전일빌딩245에서 열린 옛전남도청 전시(콘텐츠)안 공개설명회 및 의견수렴회에 참석해 관련 경과보고를 하고 있다. 2024.09.26. leeyj2578@newsis.com

[광주=뉴시스]이영주 기자 = '5·18민주화운동 최후 항전지' 옛 전남도청(도청)이 44년 전 모습으로의 원형 복원을 앞둔 가운데 도청 내부에 꾸려질 전시 콘텐츠 구성과 복안이 광주시민들에게 처음으로 공개됐다.

공청회에 참여한 시민들은 부족한 고증을 지적·건의하거나 시청각 자료로만 이뤄진 설명에 부족함을 느꼈다며 전시 기획 맥락에 대한 추가적인 설명 기회가 필요하다고 촉구했다.

문화관광부 옛전남도청복원추진단(추진단)과 옛전남도청복원범시도민대책위(대책위), 광주시는 26일 광주 동구 전일빌딩245에서 '옛 전남도청 복원 사업 전시설계 및 제작·설치 기본설계' 관련 시민 대상 첫 공청회를 열었다.

공청회는 추진단의 도청 복원 사업 과정에서 다양한 여론이 수렴돼야 한다는 대책위의 요구에 마련됐다. 공청회에서는 추진단 관계자가 최근까지 반영한 도청 복원 과정에 담기는 전시 콘텐츠의 유형과 성격, 표현 방법 등을 시민에 처음으로 공개했다.

추진단은 도청을 랜드마크 이상의 '마인드마크'(Mindmark)로 삼는다는 기조 아래 전시 콘텐츠를 꾸린다. 도청을 ▲도청 본관 ▲도경찰국 본관 ▲상무관 ▲도청 별관 ▲도청 회의실 ▲도경 민원실 등 6곳으로 구획화, 각 주제에 맞는 전시 콘텐츠를 설계했다.

먼저 도청 본관에 설치되는 전시물을 통해 1980년 5월18일부터 27일까지 열흘간의 5·18 기록을 집대성하고 본관 내부 곳곳에 국내외 언론과 시민 제보로 확보된 사진 자료를 통한 원형 복원을 진행한다.

도경찰국 본관에서는 층별 영상·재현 전시를 통해 항쟁에 투신한 민중을 중점으로 다룬다. 최후 항쟁을 이끌고 항전을 함께 한 생존자들의 영상물을 제작·상영한다. 2층 오월이야기 전시실에서는 도청 밖에서 이름 없이 활동한 사람들을 삽화와 나래이션으로 전한다.

5·18 희생자들의 시신이 안치됐던 상무관은 의미를 살린 상설 추모 공간으로 조성한다. 1980년 5월23일부터 27일까지 상무관에서 이뤄진 시신 관리와 추모 과정을 대형 슬라이드로 연출한다.

도청 회의실과 도경 민원실은 복합문화공간으로 단장하는 동시에 도청 회의실 지하에 시민군 무기고를 재현, 시민군의 활동상을 조명한다. 이밖에 도청 별관은 방문객 편의 제공 시설과 함께 도청 역사를 담은 전시 공간이 들어설 계획이다.

[광주=뉴시스] 이영주 기자 = 김성 광주전남언론인회 회장이 26일 오전 광주 동구 전일빌딩245에서 열린 옛전남도청 전시(콘텐츠)안 공개설명회 및 의견수렴회에 참석해 의견을 내고 있다. 2024.09.26. leeyj2578@newsis.com

시민들은 고증·교육·소통 등 분야에서 저마다 도청 복원과 관련된 의견들을 개진했다.

퇴직 언론인은 도청 별관에 있었던 전두환 신군부의 '언론검열관실' 복원을 촉구했다.

김성 광주언론인협회 회장은 "도청 별관 2층에는 1979년 10·26 당시부터 1981년 1월 24일까지 계엄사령부 전남계엄분소가 설치·운영했던 언론검열관실이 있었다. 언론검열관실은 광주지역 모든 언론과 홍보매체를 검열해 사실보도를 막았다"고 밝혔다.

김 회장은 "(지역언론들은) 검열관실을 통해 삭제된 기사에 빈칸을 남겼지만, 검열관실이 '빈칸을 남기지 말라'고 지시하면서 돌출광고로 채워졌다"며 "당시 언론검열은 총을 쏘지 않았을 뿐 군사적 위력으로 사실 보도를 막아낸 가장 강제적이고 불법적인 공권력 행사다. 세계 유일 언론통제 현장으로 복원해 민주주의를 실증적으로 보여줘야 한다"고 촉구했다.

추진단이 전시 콘텐츠를 구상하고 결론을 도출하는 과정에서 시민사회와 소통이 부족했다는 지적도 있었다.

유경남 5·18기념재단 팀장은 "짧은 시간 동안 구두와 시각으로만 자료를 보여준다는 부분에서 (시민들이) 이해하고 질문하는 것이 어려움이 많아 보인다. 전시 기획에서 나오는 맥락이 잘 이해되지 않는다"며 "(시민들이) 추진단이 맺은 계약의 과업 내용이 어떻게 부합해 전시 내용이 꾸려졌는지에 대한 것을 전혀 모르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추진단이 어떤 회의를 열어 내용과 자문이 수집돼 전시 콘텐츠에 어떻게 반영됐는지에 대한 경로가 앞으로도 공개될 수 있는가"라며 "이밖에 도청 안과 밖의 이야기가 분리된 채 활자로만 정리되는 것은 아닌지"라고도 우려했다.

이밖에 '생존 당사자들의 생애를 적극 반영해달라' '과거 공공기관이었던 도청에 대한 관련 교육 콘텐츠가 필요하다'는 등의 의견도 뒤따랐다.

추진단은 이날 공청회에서 나온 의견들을 모아 도청 전시 콘텐츠 실시설계안에 반영하는 것을 검토한다.

많은 의견 수렴을 위한 특정 집단 간담회도 준비한다. 5·18 교육 대상이 되는 중·고등학생들을 비롯해 언론 대상 간담회를 개최할 방침이다.

추진단은 11월까지 실시설계를 마친 뒤 12월부터 내년 10월까지 전시물을 설치, 이후 시범 운영·개관에 나선다. 전시물을 포함한 복원공사 준공 기한은 2025년 10월31일까지다.

이날 기준 옛전남도청 복원공사 공정률은 26.9%를 보이고 있다.

[광주=뉴시스] 이영주 기자 = 26일 오전 광주 동구 전일빌딩245에서 옛전남도청 전시(콘텐츠)안 공개설명회 및 의견수렴회가 열리고 있다. 2024.09.26. leeyj2578@newsis.com

☞공감언론 뉴시스 leeyj2578@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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