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라예보의 기적이 탁구협회장 꿈꾼다, 이에리사 출마 선언 “탁구에서 받은 것 돌려주겠다”
한국 탁구의 살아있는 전설인 이에리사 국가스포츠정책위원회 공동위원장(70)이 대한탁구협회장 선거에 도전장을 던졌다.
이에리사 위원장은 26일 기자와 통화에서 “10살에 시작한 탁구 인생이 벌써 60년이 됐다”면서 “탁구에서 받은 모든 것을 이제 탁구에 돌려주고 싶다. 이번 선거를 탁구인들에게 내 진심을 알리는 기회로 삼고 싶다”고 말했다.
이에리사 위원장은 1973년 사라예보 세계선수권대회 단체전에서 정현숙과 박미라, 김순옥, 나인숙과 함께 19전 전승으로 구기 종목 최초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1988년 서울 올림픽에선 여자대표팀 감독으로 현정화(현 한국마사회 감독), 양영자 조의 여자복식 금메달을 지도했다. 2004년 아테네 올림픽에선 여자대표팀 감독, 2008년 베이징올림픽에선 대표팀 총감독으로 활약했다.
이에리사 위원장은 “잠시 탁구 현장을 떠났지만 관심까지 내려놓은 것은 아니었다”면서 “한국 탁구가 2024 파리 올림픽에서 신유빈(대한항공)의 멋진 활약으로 살아날 때까지 마음을 졸이며 지켜봤다. 탁구의 미래를 위해선 변화가 필요하다는 생각에 출마를 결심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리사 위원장은 탁구협회장에 당선된다면 저변 확대에 공을 들이겠다는 입장이다. 그가 지난해 9월 탁구협회에 1억원을 기탁하면서 탁구 꿈나무에 써달라고 강조했던 것과 같은 맥락이다.
이에리사 위원장은 “선수가 많아야 좋은 선수도 나오지 않겠느냐”면서 “첫 시작은 초등학교와 중학교다. 탁구를 즐기는 어린이가 늘어날 수 있도록 지혜를 모으겠다”고 말했다.
이에리사 위원장이 탁구 저변 확대를 자신하는 것은 역시 다양한 경험 덕분이다. 2005년 최초의 여성 태릉선수촌장을 역임한 뒤 2012년 국회에 입성해 행정과 입법에서 자신의 목소리를 냈다. 의원 임기를 마친 뒤에는 사단법인 이에리사 휴먼스포츠에서 체육인 복지 사업에 힘을 기울이다 2023년 12월 스포츠 정책을 총괄 조정하는 민관합동 기구인 국가스포츠정책위 공동위원장을 맡으며 체육계로 돌아왔다.
이에리사 위원장은 “선수들이 운동할 수 있는 여건은 좋아졌다는데, 제도적인 면에선 불편하다는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고 있다”면서 “행정도 경험했고, 법안도 만들어봤다. 학교체육진흥법이 선수들이 운동을 제대로 할 수 없도록 가로막는다면 이 부분도 해결해보겠다. 사실 국회에 있을 때부터 이 부분을 고민했는데, 주변의 도움이 부족해 개정안이 통과되지 못했다. 탁구협회장을 맡는다면 다시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탁구인이 탁구협회장을 맡는다면 재정확충이 중요한 문제일 것이라 생각한다. 국가규모의 살림을 경험한 경륜으로 탁구인들이 원하는 곳에 부족함 없이 충분히 재정지원을 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덧붙였다.
대한탁구협회는 최근 유승민 전 회장이 대한체육회장 차기 회장 선거 도전을 위해 사퇴했다. 협회는 이날 이사회에서 김택수 실무부회장을 직무대행으로 임명하는 가운데 보궐 선거 겸 제26대 회장 선거를 11월 6일 진행할 계획이다.
이에리사 위원장이 이 선거에서 당선된다면 유 전 회장의 잔여 임기를 더해 4년간 한국 탁구의 미래를 책임지게 된다.
이에리사 위원장은 “아직 출마 각오만 밝혔을 뿐 첫 발을 내딛지 못한 것이나 마찬가지다. 앞으로 협회에서 선거에 대한 구체적인 가이드라인을 밝힌다면 후보로 등록하겠다. 지난 번 선거에선 투표권을 가진 대의원이 200명 안팎이었다. 탁구인들에게 내 진심을 잘 전달하겠다. 탁구인들을 믿고 이번 선거를 달리겠다”고 다짐했다.
황민국 기자 stylelom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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