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님이 내려오라고 할 때까지 던지겠다”던 롯데 박진, 이번에는 6회까지 내려오지 않았다
지난 11일 인천SSG랜더스필드에서 열린 SSG와의 경기에서 데뷔 첫 선발 등판을 마친 롯데 박진(25)은 두 가지 질문에 흡사 ‘로보트’처럼 같은 대답을 반복했다. 이날 박진은 3.2이닝 무실점으로 투구했다. 투구수는 56개였다.
“최대 투구수가 몇 개인가”라는 물음에 “내려오라고 할 때까지 던질 수 있다”라고 했다.
“김태형 감독은 80구 정도를 예고했는데 56구만 내려와서 아쉽게 느껴졌다”라는 말에 박진은 또 다시 “모르겠다. 그냥 내려오라고 할 때까지는 던질 수 있다”라며 같은 대답을 반복했다. 선발로서의 욕심이 드러나는 대목이었다.
이 말을 전해들은 김태형 롯데 감독은 껄껄 웃으며 “그거야 내 마음이지”라고 했다.
박진의 우직한 각오가 감독에게 닿았다. 그는 다음에도 선발 기회를 얻었다. 하지만 두번째 선발 등판인 지난 17일 LG전에서는 3.1이닝 3실점으로 빨리 마운드에서 내려와야만했다.
그러나 세번째 선발 등판이었던 25일 광주 KIA전에서는 6회를 넘기고 나서야 “내려오라”는 지시가 나왔다. 이날 박진은 6이닝 1실점을 기록했다. 7개의 삼진을 솎아낸 박진은 사사구 없이 4개의 안타만 내줬다. 타율 1위를 기록 중인 KIA 타선을 상대로 퀄리티스타트를 달성했다.
지난 24일 KT에 패하면서 포스트시즌 진출이 좌절된 롯데는 박진의 투구로 위안을 삼을 수 있었다.
올시즌 내내 고민이었던 5선발 문제가 박진으로 비로소 해결의 실타래를 풀어나가는 모습이다.
부산고를 졸업하고 2019년 롯데에 입단한 박진은 2019년 2경기, 2023년에는 4경기 등 1군에서 경험이 많지 않은 투수였다.
그러나 올해 김태형 감독의 눈에 들었고 선발로 기회를 얻기 전까지는 계속 중간 계투로 시즌을 소화했다. 35경기 36.1이닝 24실점(20자책) 평균자책 4.95를 기록했다. 데뷔 후 가장 많은 경기, 가장 많은 이닝을 소화하면서 자신의 이름을 알렸다.
우완 정통파 박진은 최고 140㎞ 중반대의 공을 던진다. 강속구 투수는 아니지만 공의 묵직함이 장점이다. 김 감독도 “꾸준히 잘 던진다. 타자들이 느끼기에 공 자체가 무거운가 보더라. 많이 맞아나가는 걸 못 봤다”라고 했다.
시즌 내내 중간 투수로 던졌기에 김 감독도 “투구수 60개 이상은 무리일 것 같다”라고 했지만 박진은 스스로 다짐한대로 “내려가라고 할 때”까지 던졌다.
롯데는 올시즌 포스트시즌 진출에 실패하면서 7시즌 연속 고배를 마셨지만 선발진에서는 희망을 봤다. ‘미완의 대기’였던 좌완 김진욱이 선발로 시즌을 소화했다. 남은 한 자리를 두고 시즌 막판이 되어서야 박진을 재발견했다. 무수히 많은 신예들이 잡지 못한 기회를 박진이 우직함으로 잡아냈다.
김하진 기자 hjk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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