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계 “필리핀 가사관리사는 저출생 미봉책…이주노동자 차별 멈춰야”

정부와 서울시의 시범사업으로 지난달 국내에 입국한 필리핀 가사관리사 100명 중 2명이 무단 이탈한 가운데, 노동계가 “이주 가사돌봄 노동자에 대한 차별을 멈추라”고 촉구했습니다.

양대노총을 비롯한 노동·여성·이주단체 31개가 참여한 ‘이주 가사돌봄노동자 권리 보장을 위한 연대회의’는 오늘(26일) 서울시청 앞에서 출범 기자회견을 열고 이같이 밝혔습니다.

이들은 “이런 상황은 시범사업이 추진되는 과정에서 이미 예견됐다”며 “저임금과 차별, 불투명한 전망과 더불어 임금 지급조차 원활하지 않은 현실을 노동자들이 참아낼 이유는 없기 때문”이라고 지적했습니다.

그러면서 “시범사업이 시작부터 난항을 겪는 이유는 이 사업이 한국 사회의 저출생 문제와 아동 돌봄 문제에 대한 미봉책으로 출발했기 때문”이라며 “인구 불균형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노동 시장의 이중 구조를 개선하고 성평등을 이뤄 여성의 돌봄 과중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아울러 “서울시는 민간 업체를 끼고 시범사업을 추진해, 시민 사회단체에서 줄곧 주장해 온 공공 돌봄 실현에 역행하는 정책을 펴고 있다”며 “실제로 이번 시범사업을 신청한 751가구 중 43%, 선정된 157가구 중 33%가 강남 3구의 가정이었다”고 꼬집었습니다.

연대회의는 앞으로 “서울시의 ‘외국인 가사관리사 시범사업’으로 입국한 필리핀 이주 가사돌봄노동자뿐 아니라, 한국에 돌봄 노동을 제공하는 모든 이주 노동자들의 권리 보장을 위해 행동할 것”이라고 예고했습니다.

앞서 필리핀 가사관리사 2명은 추석 연휴 중인 지난 15일 오후 8시쯤 서울 강남구 역삼동 숙소에서 짐을 챙겨 나간 뒤 지금까지 연락이 되지 않고 있습니다.

E-9 비자로 입국한 외국인 근로자가 사업주 승인 없이 5영업일 이상 결근 또는 소재를 알 수 없는 경우, 사업주가 관할 노동청에 ‘고용변동 신고’(이탈신고)를 해야 합니다.

이 경우 1개월 이내 강제출국 되며, 강제출국에 불응할 경우 불법체류자 신분이 됩니다. 이번에 이탈한 필리핀 가사관리사 2명의 경우 오늘 신고가 진행됩니다.

정부와 서울시는 필리핀 가사관리사들의 근무 환경 개선을 위해 취업활동기간을 기존 7개월에서 최대 3년까지 연장하고, 월급제를 주급제·격주급제로 전환하는 방안을 검토하기로 했습니다.

[사진 출처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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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유경 기자 (60@kb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