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앤컴퍼니는 싸서 도전, 고려아연은 비싸도 도전 ··· MBK 전략은 ‘밸류업’

나현준 기자(rhj7779@mk.co.kr) 2024. 9. 26. 1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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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북아 최대 사모펀드 MBK파트너스
수십조원으로 재벌 경영권 인수시도
한국앤컴퍼니·고려아연 등이 대상
한국앤컴퍼니는 저가매수 해당되지만
고려아연은 웃돈 주고 주식 사들이는꼴
“고려아연 미래성장성에 베팅하는 것”
MBK, 막대한 자금력으로 고려아연 압박
공개매수 성공시 고려아연 기술직 설득 관건
김병주 MBK파트너스 회장(왼쪽),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 [사진=각사]
‘한국앤컴퍼니(재계 서열 49위), 고려아연(재계서열 32위)’

국내 대표 사모펀드인 MBK파트너스(이하 MBK)가 공개매수를 통해 경영권 인수를 시도했거나 시도하고 있는 기업이다. MBK는 동북아 최대규모 사모펀드운용사로 운용자금(AUM)이 40조원에 이른다. 이번에 6호 펀드 모집액만 약 10조원(80억 달러)에 달한다.

공룡으로 성장한 금융자본 대표자인 MBK가 막대한 자금력을 기반으로 재벌그룹으로 대변되는 산업자본 인수를 시도하고 있는 셈이다.

다만 지난해 12월 MBK가 인수를 시도했던 한국앤컴퍼니와 최근 인수를 시도하는 고려아연 두 회사를 비교해보면, MBK의 전략이 사뭇 다르다.

지난 2023년 12월 한국앤컴퍼니 주식 공개매수를 통해 경영권 장악을 시도했던 조현식 고문(오른쪽)과 최대주주인 조현범 회장(왼쪽). 조현식 고문은 MBK와 손잡고 조현범 회장측을 공격했다. <연합뉴스>
IB 업계에 따르면 한국앤컴퍼니 인수전은 ‘저가매수’에 해당됐다.

글로벌 6위 타이어회사의 지주회사인 한국앤컴퍼니의 지난해 12월 당시 주가순자산비율(PBR)이 0.46배에 불과했기 때문이다.

보통 PBR이 1 이하면 장부가치보다 현재 시가총액이 낮아 ‘저평가’로 분류된다.

글로벌 타이어 업계 2·3위 일본 브리지스톤과 독일 콘티넨탈AG의 주가순자산비율(PBR)이 지난해 12월 당시 각각 1.28배, 1.07배였던 점을 감안하면, 한국앤컴퍼니 주가는 저평가된 상황이었다.

IB업계 한 고위 관계자는 “상속을 원활하게 하기 위해 창업주 일가가 일부러 그룹 지주회사의 주가를 억누르는 경향이 있었는데 한국앤컴퍼니가 딱 이에 맞는 상황”이라며 “당시 2만원대에 공개매수를 진행해도 배당 확대 등 재무적 활동을 통해 7만원대까지 주가를 올릴 수 있었다”고 회고했다.

즉, 당시 MBK 전략은 저평가된 한국앤컴퍼니를 인수한 후 더 비싸게 되팔자는 전략이었던 셈이다.

반면 이번 고려아연 건은 다르다.

반면 고려아연은 정상가보다 더 높게 공개매수가를 설정했다는게 IB 업계 대체적인 관측이다.

당초 고려아연 주가가 공개매수 이전인 50만원대를 기록하고 있을 때도 ‘저평가 기업’이 아니었다.

공개매수 직전인 9월 12일 고려아연 PBR과 주가수익률(PER)은 각각 21.27, 1.23이었다.

IB업계 한 관계자는 “고려아연은 비철금속 회사여서 성장주로 분류되지 않기 때문에 공개매수 이전 상태에도 고려아연의 주가는 적정가격이었다”며 “MBK가 공개매수가로 주당 75만원을 설정했는데(평소 대비 30% 이상 프리미엄), 적정가보다 더 높은 가격에 고려아연 경영권 지분을 사들이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즉, MBK는 한국앤컴퍼니 인수시도 당시엔 저평가 기업을 인수하려고 했고, 이번 고려아연 인수전에선 적정기업을 더 웃돈을 주고 사들여 향후 기업가치를 제고하는 전략을 쓰고 있는 것이다.

고려아연은 지난해 12월 여의도 콘래드 호텔에서 ‘2023 Investor day’을 개최하고 주주와 직원, 고객 및 자본시장 참여자 등에게 고려아연의 미래 비전을 공유했다. <고려아연 제공>
MBK가 이 같이 나선 이유는 고려아연측의 최근 경영행보가 투자업계에게 믿음을 줬기 때문이다.

국내 중형 사모펀드 한 임원은 “고려아연은 최근 투자자들 사이에서 경영진이 비전을 잘 수립한 회사로 꼽혔었다”며 “이 같은 믿음이 있었기에 현대차·한화 등도 고려아연 투자에 나섰던 것”이라고 밝혔다.

실제로 고려아연은 지난해 말 창사 이래 첫 IR을 열고 2차전지와 자원순환 사업 등 신사업에 10년간 최대 17조원을 투자하겠다고 밝혔다. 매출액 목표치도 2033년 연결 기준 25조원으로 제시함. 지난해 9조7000여억원 매출을 기록한 것을 감안하면, 2배 이상 많은 수치다.

단순 비철금속 제조를 넘어서 재생에너지, 2차전지 소재, 자원순환 등 이른바 ‘트로이카’를 제시하며 투자자들에게 비전을 줬다는 의미다. 이 때문에 MBK는 웃돈을 주고서라도 고려아연을 인수하려고 하는 것이다.

그런 면에서 자금력이 앞선다고 평가되는 MBK가 향후 공개매수에 성공해 고려아연 경영권을 인수한다고 한다면, MBK 입장에서 가장 큰 리스크는 바로 고려아연 CTO 및 기술진들의 반발이다.

기업이 잘되기 위해선 자금력뿐만 아니라 기술력이 뒷받침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고려아연이 24일 서울 종로구 그랑서울에서 MBK·영풍과의 경영권 분쟁에서 비롯된 공개매수에 반발하며 기자회견을 개최한 가운데, 이제중 고려아연 부회장이 입장을 밝히고 있다. [사진출처 = 연합뉴스]
이제중 고려아연 최고기술책임자(CTO) 부회장은 24일 서울 종로 본사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영풍과 MBK파트너스(이하 MBK)는 장담하건데 고려아연을 경영할 수 없다”라며 “고려아연은 10년간 평균 영업이익률 12.8%, 영풍은 -1%다. 영풍은 고려아연으로부터 배당을 받아 버틴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그는 “영풍은 국내 기간산업 핵심 기술을 팔아넘기려 한다”라며 “기술안보를 지키기 위해 (영풍·MBK에) 안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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