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영업 대출 1060조 돌파 ‘사상 최대’

2024. 9. 26. 1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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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은 9월 금융안정상황
자영업 대출 연체율도 치솟아
기업 빚도 급증, 한계기업 속출

자영업자 대출 규모가 1060조를 넘기며 사상 최대를 다시 썼다. 코로나 대유행 이후 최근까지 4년간 늘어난 자영업자의 빚만 300조원이 넘는다. ▶관련기사 2·3·4면

‘벼랑 끝 자영업자’가 확대되는 가운데 기업 대출 마저 2000조원 턱 밑으로 불어나면서, 금융 시장이 한국 경제에 대한 경고음을 키우고 있다.

26일 한은이 발표한 ‘금융안정상황’에 따르면 2분기말 자영업자 대출 잔액은 1060조1000억원을 기록했다. 규모도 문제지만 더 큰 문제는 부채의 질이다. 연체율이 함께 상승하면서 건전성이 악화하고 있다. 특히 여러 곳서 빚을 지거나 신용 점수가 낮고 소득이 낮은 취약 자영업자의 연체율은 10.15%로 두자릿 수를 기록하고 있다.

빚으로 빚을 갚는 악순환이 이어지면서, 자영업자들이 받은 주택담보대출 잔액이 일반 차주들에 비해 2배가량 빠르게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개인사업자대출 등에서 더 이상 대출을 받을 수 없는 자영업자들이 보유한 주택을 담보로 사업자금을 융통한 결과다.

헤럴드경제가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이인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을 통해 확보한 코리아크레딧뷰로(KCB) ‘자영업자 채무 불이행 현황’ 자료에 따르면, 실제 이자도 채 갚지 못하는 채무 불이행 자영업자들이 보유한 주담대 규모만 해도 이미 1조원대를 넘어선 것으로 나타났다.

자영업자 뿐 아니라 한계에 몰린 기업도 증가하고 있다. 2분기 기업대출은 1964조원으로 1년 전(1875조6000억원)보다 88조4000억원 늘어났다. 연체율은 2.24%로 1분기(2.31%)에 비하면 낮아졌지만 지난해 2분기(1.72%)에 비하면 높은 수준이다. 기업 연체율은 2022년 2분기(0.69%)부터 높아지기 시작해 지난 1분기까지 계속 증가했다.

특히 번 돈(영업이익)으로 이자도 못갚는 한계기업이 늘어난다는 점에서 우려가 나온다. 2023년 말 현재 한계기업 기업 수 비중은 16.4%에 달한다.

부동산시장이 과열 조짐을 보이고 있단 점도 간과할 수 없다. 단기금융불안수준을 평가하는 금융불안지수(FSI)는 올 들어 하락세를 보였으나 중장기 금융불균형 축적 정도를 나타내는 금융취약성지수(FVI)는 1분기 30에서 2분기 31.5로 상승했다. 한은은 이를 주택가격 상승에 따른 민간 빚 증가의 영향으로 해석했다.

실제 주택 매수 수요가 줄어들지 않으면서 가계신용은 차곡차곡 늘어나고 있다. 올 2분기 주택관련대출은 직전 분기보다 16조원이나 늘어나면서, 가계빚은 1896조2000억원으로 불어났다.

문제는 통화정책전환이 이뤄질 경우 빚이 더 확대될 가능성이 크단 점이다. 한은은 금리인하 기간 중 금융취약성은 대부분 확대됐다고 밝혔다. 2012년 2분기에서 2017년 3분기까지 이어진 인하기에서 FVI는 17.4에서 27.6으로 증가했다. 2019년 2분기부터 2021년 2분기까지는 33.5에서 56.2로 뛰었다.

금융취약성지수는 대출 증감률, 자산 가격 상승률, 금융회사의 건전성 등을 종합한 지수로 금융의 중·장기적 상황을 평가하는데 사용된다. 기준선은 외환위기였던 1997년 11월(100)으로 이 지수가 높아지면, 미래에 위기가 닥칠 경우 금융이 받는 충격이 확산할 위험이 커졌다고 판단한다.

한은은 금리 인하 시기를 대비해 거시건전성 정책을 강화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종렬 한은 부총재보는 “통화정책과 거시건전성정책간 조화로운 정책조합에도 유의해야 할 것”이라며 “신규주택 공급대책은 중장기적 시계에서 부동산가격의 상승기대를 제약하는 요인”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수요측 요인에 의한 주택가격의 과도한 상승 가능성에 대응하기 위해 적절한 거시건전성정책 운용도 요구된다”며 “미 발표한 정책들을 예정대로 일관되게 시행하는 가운데, 특히 스트레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의 안착을 유도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늘어나는 취약 자영업자와 한계기업에 대해선 과감한 재조정을 주문했다. 한은은 “회생 가능성이 낮은 일부 취약 자영업자에 대해서는 새출발기금 등을 통해 보다 적극적으로 채무 재조정에 나설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또 “부정적 외부효과를 고려하여 한계기업에 대한 적기 구조조정과 함께 업종별 특성을 고려한 취약업종의 구조개선 노력도 지속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홍태화·김광우 기자

th5@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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