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 심포니 상임지휘자 파파노 “지휘자는 ‘공격적’이 아니라 ‘열정적’이어야”
1904년 설립된 런던 심포니 오케스트라(LSO)는 현대 클래식계에서 명민한 행보를 보여왔다. 영국을 대표하는 클래식 연주 단체이면서 대중과의 호흡에도 신경 썼다. <스타워즈> 같은 영화음악을 연주했고, 록밴드 딥 퍼플과 협연하기도 했다. 앙드레 프레빈, 클라우디오 아바도, 콜린 데이비스, 사이먼 래틀 등이 LSO 상임지휘자를 거쳐갔다.
LSO가 래틀의 뒤를 이어 이번 시즌 새로 취임한 상임 지휘자 안토니오 파파노와 함께 한국을 찾는다. 파파노는 코벤드 가든 로열 오페라하우스 음악감독, 산타 체칠리아 오케스트라 음악감독을 역임하며 오페라 해석에 두각을 나타내온 지휘자다. 파파노는 e메일 인터뷰에서 “훌륭한 지휘자는 음악가들과 함께 기술적인 작업을 해내는 동시, ‘최고의 선생님’ 역할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최고의 선생님’은 당신이 생각하고 각기 다른 요소를 연결하도록 도우며, 그 과정에 최선을 다하도록 자극합니다. 물론 ‘연주 에너지’도 있어야 하고요. 무대에 오르기 전에는 드러나지 않는 무언가가 있어야 한다는 겁니다. 관객과 연주자에게 지속적인 충격을 주고, 모든 걸 매우 신선하고 자극적으로 유지해야 합니다.”
최근엔 리더에게 ‘부드러움’을 요구하는 추세지만, 파파노는 지휘자가 때로는 단호해야 한다고 본다. 그는 “부족한 시간 내로 결과를 얻어내야 할 때 특히 그렇다”며 “‘공격적’이어야 한다고 말하지는 않겠다. 다만 ‘열정적’이어야 한다. 아울러 지휘자는 연주자들을 믿고, 자신이 무엇을 원하는지 정확히 알고 요구해야 한다”고 말했다.
파파노는 클래식 세계 바깥으로 손을 뻗어온 LSO의 전통에 대해서도 자부심을 나타냈다. 파파노는 “LSO는 개방성, 유연성, 현대 사회와 관객 사이에서 일어나는 일에 대한 지식을 갖고 있다”며 “LSO의 노력은 공연 관객을 넘어 영화 관객에게도 확장된다. 20~21세기 영화는 클래식 음악, 클래식 단체들과 함께해왔고 그 관계가 지속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파파노는 오페라 지휘와 교향곡 지휘의 차이점도 설명했다. 그는 “오페라 지휘자가 통제할 수 있는 것은 많지 않다”고 말했다. 의상을 차려입은 가수가 지휘자에게서 벗어나 무대를 활보하고, 합창단도 멀리 떨어져 있다. 오페라 지휘자는 피트 안에 머물며 조화를 위해 노력해야 한다. 무대 위의 교향곡 악단을 지휘하기는 조금 더 쉽고 직접적이다. 파파노는 “때로 오페라 지휘자로서 스스로를 재창조해야 할 때도 있다. 이야기, 에너지, 방향성, 극장 등을 생각해야 하기 때문”이라며 “반면 교향곡을 지휘할 때 그것들은 내 안에만 있다. 음악에 숨 쉴 공간을 주는 편이 좋다”고 표현했다.
파파노와 LSO는 1일 서울 세종문화회관, 3일 서울 롯데콘서트홀, 4일 경기 남한산성아트홀, 5일 대전 예술의전당에서 공연한다. 공연마다 프로그램이 조금씩 다르다. 롯데콘서트홀에서는 베를리오즈 ‘로마의 사육제’ 서곡, 라흐마니노프 피아노 협주곡 1번, 생상스 교향곡 3번 ‘오르간’을 들려준다. 다른 공연에서는 쇼팽 피아노 협주곡 2번, 말러 교향곡 1번 등도 섞여 있다. 협연자는 모두 중국 출신의 스타 피아니스트 유자 왕이다. 파파노는 유자 왕에 대해 “특별한 아우라와 개성을 가진 연주자다. 화려한 의상과 구두로도 잘 알려져 있다”며 “하지만 유자 왕을 외적인 모습으로만 봐서는 안 된다. 음악에 헌신하고, 철저히 준비한다. 안전한 길을 택하지 않고 스스로 끊임없이 시험해왔다는 점에서 유자 왕을 매우 존경한다”고 말했다.
백승찬 선임기자 myungworry@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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