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 캐즘 돌파구로 떠오른 LFP 배터리…현대차·기아도 뛰어들었다
현대자동차·기아가 배터리셀 제조사를 통한 양질의 제품 확보 차원을 넘어 배터리 기술 개발에 직접 뛰어들었다. 해외 수입 의존도를 낮추고 필요 기술을 내재화해 전기차 캐즘(일시적 수요 둔화) 이후 시장 주도권을 선점하겠다는 전략이다.
현대차·기아는 26일 현대제철, 에코프로비엠과 함께 리튬·인산·철(LFP) 배터리 양극재 기술 개발 과제에 착수한다고 밝혔다. 현대제철이 재활용 철을 이용해 미세 철 분말 공정 기술을 개발하고, 에코프로비엠이 이를 받아서 LFP 양극재를 개발한 뒤 현대차·기아가 이를 평가·분석해 배터리 기술을 확보하는 구조다.
LFP 배터리는 CATL, 비야디(BYD) 등 중국 업체가 시장을 장악하고 있다. 국내 업체들의 주력 제품이었던 삼원계 니켈·코발트·망간(NCM) 제품보다 에너지 밀도가 떨어져 주행거리는 덜 나오지만, 화재 등 위험에서 상대적으로 안정적이고 배터리 수명이 긴 편이다. 가격도 저렴해 보급형 전기차 양산에 주력하는 글로벌 완성차 업계의 수요가 커지는 추세다.
이번 협력은 배터리 기술 확보를 위해 자동차·2차전지·제철 등 각기 다른 산업이 힘을 모았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고 현대차·기아는 설명했다.
협력 개발의 핵심 목표는 LFP 배터리 양극재 제조 시 전구체 없이 직접 재료를 합성하는 기술이다. 전구체는 생체 대사나 화학 반응 등에서 최종 합성물을 만들기 전 단계의 물질을 말한다.
LFP 배터리 양극재는 일반적으로 인산염과 황산철 등을 합성한 전구체에 리튬을 첨가해 생산한다. 세 업체는 별도 전구체 없이 인산과 철 분말, 리튬을 동시 조합해 양극재를 만드는 직접 합성법 기술에 도전한다. 전구체 제조 단계가 없는 만큼 생산 비용을 줄일 수 있어 이 배터리를 탑재한 전기차 등의 원가를 대폭 낮출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폐기되는 고철을 재활용한다는 점에서 공정 중 발생하는 유해물질 배출을 최소화해 친환경적인 데다 국내 생산을 통한 안정적 원료 공급망 구축이 가능해 수입 의존도를 낮출 수 있다.
현대차·기아는 이번 과제에 성공하면 저온에서 우수한 충전·방전 성능을 보일 뿐만 아니라 급속 충전도 쉬운 LFP 배터리가 탄생한다고 전했다. 가격과 성능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한꺼번에 잡아 중국 LFP 배터리와 차별화하겠다는 전략이다.
국내 배터리 업계도 전기차 캐즘의 돌파구로 LFP 배터리를 주목하기 시작했다. LG에너지솔루션은 내년 하반기 LFP 배터리를 양산해 르노의 차세대 전기차 모델에 공급할 예정이다. 삼성SDI와 SK온은 2026년 양산을 목표로 하고 있다.
김광주 SNE리서치 대표는 지난 24일 열린 2차전지 전문 콘퍼런스 ‘KABC 2024’에서 “국내 기업 양산 전에 중국 업체가 계약을 가져갈 가능성이 크고, 완성차 업계는 한 번 배터리를 도입하면 쉽사리 교체하지 않는다”며 “이는 한국 배터리 기업이 직면한 큰 과제”라고 지적했다.
이미 LFP 배터리 시장을 선점한 중국을 따라잡으려면 속도감 있는 개발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배경이다.
고주영 삼성SDI 부사장은 “중저가 제품, LFP 배터리 등이 좀 늦은 상황이기는 하다”면서도 “연구능력, 기술력으로 빠르게 따라잡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권재현 기자 jaynews@kyunghyang.com, 김준 선임기자 ju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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