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비디아 퇴사율 반으로 줄인 ‘RSU’ 국내 도입 필요”
“임직원 보상제 인재 확보에 필수”
“자율도입 위해 세제혜택 등 필요”
“엔비디아 시가총액이 1조 달러를 돌파한 이후 퇴사율이 절반으로 줄었다. 성과 보상으로 받는 주식 때문이다.”
양도제한조건부주식(RSU) 도입이 기업의 혁신인재 유치와 유지, 스타트업 인수합병(M&A) 활성화 등에 꼭 필요한 제도라는 지적이 나왔다. 국내서도 기업들의 자율적인 RSU 도입을 활성화하기 위해 세제혜택 등 제도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는 제언이다.
양희동 한국경영학회 차기회장(이화여대 교수)은 25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한국경영학회 주최로 열린 ‘한국 기업의 RSU 활용 쟁점과 대안’ 학술세미나에서 “RSU 등 임직원 보상제도는 유능한 인재를 확보·유지하는데 필수”라며 이같이 말했다.
RSU는 성과 달성이나 재직 기간 등의 조건을 걸고 성과급을 주식으로 지급하는 제도다. 다만, 일정 기간(3~10년) 동안 팔 수 없기 때문에 이른바 ‘먹튀’가 불가능하다. 최근 국내서도 RSU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지만, 아직까지 상장기업의 RSU 도입율은 0.6%에 불과하다. 한화, 두산, 에코프로 등이다.
반면, 2000년대 초반부터 본격적으로 RSU를 도입한 미국의 경우 상장기업의 65% 이상이 RSU 제도를 활용하고 있다. 한국은 미국과 비교하면 20년 이상 뒤쳐졌다는 지적이다. 우수한 인재를 유치·유지하기 위한 전략적 도구로 RSU 활용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쏟아지는 이유다.
특히, 전문가들은 RSU 도입으로 혁신인재를 유치·유지하는 대표적 사례로 엔비디아를 들었다. 엔비디아는 직원들이 일정 요건을 달성할 경우 기본급의 절반 가량을 RSU로 받을 수 있다. 지난 5년간 엔비디아의 주가가 무려 3776%나 폭증한 것을 고려하면 5년 이상 근속 직원의 경우 엄청난 자산을 축적할 수 있었던 셈이다.
퇴사율도 하락했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2023년 5.3%던 엔비디아의 퇴사율은 시총 1조달러를 돌파한 이후 2.7%로 떨어졌다. 미국 반도체 산업의 평균 퇴사율 17.7%보다 낮은 수준이다. 지난해 기준 미국 기업별 평균 근무연수도 엔비디아(3.2년)가 애플(1.7년), 아마존·메타(1.8년), 테슬라(2년) 등에 비해 길었다.
양 교수는 “엔비디아와 테슬라는 최대 주주인 최고경영자(CEO)에게도 RSU를 부여해 장기적인 성과를 유도한다”며 “주식을 살 권리를 주는 스톡옵션은 모든 관심이 주가에 쏠리는데, RSU는 근무기간·성과가 조건이기 때문에 회사의 성장에 관심을 가질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이영달 한국경영학회 부회장(NYET 교수)는 RSU가 스타트업 M&A 활성화의 ‘시크릿 코드’가 된다고 분석했다. 빅테크 기업이 스타트업의 혁신인재를 영업하기 위한 M&A시 빅테크 기업이 제공하는 RSU가 매력적인 협상 수단이 된다는 의미다.
이 교수는 “RSU로 혁신인재가 유치되고 그들이 혁신활동에 몰입하면서 이것이 기업의 성과로, 또 시장가치 증대로 이어진다”며 “특히 IT기업에서 RSU가 기업의 성과와 연결되는 경우가 많다”고 했다.
일각에서 제기된 RSU가 경영권 승계 수단으로 쓰일 것이란 우려에 대해서는 별도의 보상위원회가 RSU 관련 사항을 투명하게 운영하고, 공시를 강화해 주주 및 이해관계자들과 정교하게 소통함으로써 일정 부분 해소될 것으로 내다봤다.
그러면서 미국의 RSU 운영 과정을 소개했다. 미국은 보상위원회가 보상계획을 수립해 이사회 승인을 받은 후 매우 상세한 ‘대리인 성명서(Proxy Statement)’를 작성해 주주들에게 제공한다. 이후 주주총회 승인을 거치는 식이다. RSU가 재무상태 및 주주가치에 미친 영향을 분석·평가하고 이를 공개하는 절차도 있다.
권세원 이화여대 교수는 “오너 경영인이 받은 현금 보상으로 주식을 사면 그게 결국 RSU”며 “오히려 RSU는 일정 기간 보유해야 하기 때문에 일시에 많은 주식을 매도하는 것을 방지할 수 있다”고 했다. 상속세 재원 마련 등을 이유로 오너 일가가 대거 주식을 매도, 주가가 하락하는 경우 등을 막을 수 있다는 얘기다.
이정현 명지대 교수는 “종업원의 관점에서 봐도 RSU는 실질적으로 임직원의 수익 실현이 가능하다”며 “엔비디아의 기업가치 제고가 임직원들의 생활을 윤택하게 만드는 것을 눈 여겨 볼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또, 기업들의 자율적 RSU 도입을 위해 포괄적인 간접적 규제를 적용하고, 동시에 세제 혜택을 줄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정윤희·정호원 기자
yuni@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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