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평생 '무적자'로 살아온 50대, 성·본 찾아 새 삶 영위

광주가정법원, '성과 본의 창설허가 청구 신청' 받아들여

(광주=연합뉴스) 천정인 기자 = 출생신고를 하지 않아 일평생 무적자로 살아온 50대 남성이 새로운 성(姓)과 본(本)을 만들어 새로운 삶을 살게 됐다.

광주가정법원 가사4단독 김용민 판사는 무적자 A(57세 추정) 씨가 "영광 이씨로 살 수 있게 해달라"며 제기한 '성과 본의 창설허가' 심판 청구를 받아들였다고 26일 밝혔다.

이 청구는 부모를 알 수 없는 사람에게 예외적으로 성과 본을 만들 수 있도록 허가해주는 법적 제도다.

부모에 대한 기억이 전혀 없다는 A씨는 출생 신고조차 되지 않아 서류상 존재하지 않은 무적자 신분으로 평생을 살아왔다.

어렸을 때는 허드렛일을 하며 숙식을 제공받았고 성인이 되어서도 전국을 돌아다니며 막일로 생계를 유지하다 2012년 3월 1일 경기 안산시에서 현재 살고 있는 전남 영광군으로 왔다.

이후 A씨가 일하는 농장 주인의 배려와 지역 복지시설의 도움을 받으며 영광 지역에 10년 넘게 정착해 살고 있다.

이 때문에 A씨는 자신의 본을 영광으로, 생일은 영광으로 거처를 옮긴 날로 정했다.

그는 2021년 12월 술을 마신 채 원동기 장치가 달린 자전거를 운전하다 경찰에 적발돼 무적자라는 사실이 드러났다.

무적자인 탓에 운전면허를 취득하거나 자동차보험 등에 가입할 수 없었던 그는 음주운전에 무면허, 무보험까지 문제 되면서 징역 6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그의 딱한 사정을 알게 된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광주전남지부는 A씨의 신원을 만들어주기 위해 후견인 역할을 하던 지역 복지시설과 함께 성·본 창설 허가를 신청했다.

iny@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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