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아이가 끔찍한 일을 저질렀다면…소설 '더 디너'

김용래 2024. 9. 26. 11:02
자동요약 기사 제목과 주요 문장을 기반으로 자동요약한 결과입니다.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남부러운 것 없어 보이는 네덜란드의 한 중산층 부부가 형님 부부와 최고급 레스토랑의 테이블에 마주 앉는다.

한번 식사하려면 몇 달 전에 예약해야 하는 고급 식당에 앉은 넷은 들뜬 맘으로 영화나 휴가 등 가벼운 일상의 대화를 나누기 시작한다.

고급 레스토랑의 한 테이블이라는 제한된 시공간에서 갈등 관계에 있는 인물들 간의 대화로만 조성한 팽팽한 긴장감이 매력적인 소설이다.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내달 개봉하는 '보통의 가족' 원작 소설…부모들의 윤리적 딜레마 다뤄
[민음사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연합뉴스) 김용래 기자 = 남부러운 것 없어 보이는 네덜란드의 한 중산층 부부가 형님 부부와 최고급 레스토랑의 테이블에 마주 앉는다. 한번 식사하려면 몇 달 전에 예약해야 하는 고급 식당에 앉은 넷은 들뜬 맘으로 영화나 휴가 등 가벼운 일상의 대화를 나누기 시작한다. 그러나 화려한 정찬의 디너 코스가 이어지면서 대화는 점점 무거워지고, 이들의 동갑내기 10대 청소년인 자식들이 연루됐을지 모를 끔찍한 사건이 화제에 오르면서 식사 자리는 한 치의 양보도 허용하지 않는 팽팽한 대결장이 된다.

'더 디너'는 네덜란드의 국민 작가로 불리는 소설가 헤르만 코흐가 2009년 발표한 장편으로, 내달 중순 개봉하는 허진호 감독의 영화 '보통의 가족'의 원작 소설이다.

네덜란드에서 장기간 베스트셀러 1위를 차지한 이 작품의 판권은 약 55개국에 팔려나갔고 연극과 영화로 세계 각국에서 여러 차례 각색돼 사랑받았다.

소설에선 죄를 뉘우치고 고백하는 일보다 아이들의 미래를 우선시하며 부모의 맹목적 보호 부르짖는 인물과, 죗값을 정당히 치르는 일이 아이들에게 가장 값진 교훈이 될 것이라 믿는 인물이 맞선다.

대화를 진행하며 서로에게 품어온 애증과 피해의식 등 해묵은 감정들이 마구 드러나면서 일이 꼬여가고, '부모의 자식 사랑의 한계는 어디까지인가', '자식을 보호하기 위한 부모의 행동은 어디까지 허용돼야 하나' 같은 누구도 선뜻 해답을 제시하기 어려운 윤리적 문제들이 튀어나온다.

고급 레스토랑의 한 테이블이라는 제한된 시공간에서 갈등 관계에 있는 인물들 간의 대화로만 조성한 팽팽한 긴장감이 매력적인 소설이다.

현대인들이 화려한 겉모습 이면에 감춘 허위의식과 모순적인 모습이 최고급 레스토랑에서 제공되는 요리 순서에 맞춰 제시되는데, 서사를 정교하게 정점까지 쌓아 올려 마침내 폭발시키듯 풀어내는 작가의 솜씨가 일품이다.

내달 개봉하는 허진호 감독의 영화에서는 형제의 직업이 변호사와 의사이지만, 원작에서는 형은 차기 총리 물망에 오르는 유력 정치인이고 동생은 전직 교사로 나온다.

그 외에도 영화와 원작이 다른 점들과 또 같은 점들을 비교하며 읽으면 더 흥미로운 독서 체험이 될 수 있을 것 같다.

민음사. 강명순 옮김. 360쪽.

yonglae@yna.co.kr

▶제보는 카톡 okjebo

Copyright © 연합뉴스. 무단전재 -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