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도 30조 ‘세수펑크’ 발생…세수 부족 구체 대응 방안 없어 우려 증폭

이희경 2024. 9. 26. 10: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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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국세수입이 정부가 계획한 예산보다 30조원 가량 적게 걷힐 것으로 전망됐다. 지난해 56조4000억원의 세수결손에 이어 2년 연속 대규모 ‘세수펑크’가 현실화한 것이다. 정부가 지난해 ‘상저하고’(상반기 저조 하반기 반등)의 경기흐름을 예상했지만 하반기 회복세가 예상보다 더디게 진행되면서 법인세가 14조원 이상 적게 들어온 게 ‘치명타’가 됐다. 세수가 계획보다 적게 걷히면 불용 증가나 회계·기금 전용에 따른 각종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

기획재정부는 세수 결손 보전 등을 위한 추가경정예산안(추경안)은 편성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작년처럼 지출사업 관리 등을 통해 자체적으로 세수 결손에 대응하겠다는 것이다. 다만 국회와 논의 후에 구체적인 대응 방안을 확정하겠다는 입장이다. 이를 두고 국회의 고유 권한인 예산 심의·의결권을 침해하고 있다는 지적과 함께 정부가 잇단 감세 정책에 따른 국세수입 감소 우려를 감추기 위해 세수를 과도하게 ‘낙관적’으로 잡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사진=기획재정부 제공
26일 기재부가 공개한 ‘2024년 세수 재추계 결과 및 대응방향‘을 보면 올해 국세수입은 337조7000억원으로 전망됐다. 이는 정부가 당초 확정한 예산 367조3000억원 대비 29조6000억원 준 것이다. 예산 대비 세수오차율은 8.1%에 달했다. 역대급 세수결손이 발생한 작년 국세수입(344조1000억원)보다 6조4000억원 줄었다. 정부의 세수 예측은 4년 연속 크게 빗나갔다. 지난 2021년과 2022년에는 본예산 대비 세수가 각각 61조4000억원, 52조6000억원 더 들어오는 ’초과 세수‘ 사태가 발생했고, 2023년(56조4000억원)과 올해(29조6000억원)에는 대규모 ’세수펑크‘ 사태가 빚어졌다. 최상목 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은 이날 국회 기재위에 출석해 “나라살림을 책임지고 있는 기재부 장관으로서 이유 여하를 불문하고 코로나19 이후 4년간 세수추계 오차가 반복된 상황에 대해 송구스럽게 생각하고 무거운 책임감을 느낀다”고 밝혔다.

세목별로는 지난해 상장사 영업이익이 2022년 대비 44.2% 감소한 영향으로 법인세가 당초 전망한 77조7000억원보다 14조5000억원 준 63조2000억원에 그칠 것으로 전망됐다. 경상 국내총생산(GDP), 자영업 경기에 좌우되는 종합소득세 역시 예산(23조1000억원) 대비 4조원 감소한 19조원 들어올 것으로 예측됐다. 자산시장 부진도 세수 결손의 원인이 됐다. 건설투자 부진과 토지 거래량 감소 등 부동산 시장이 침체하면서 양도소득세와 상속증여세가 예산 대비 6조원 가량 줄 것이라고 기재부는 내다봤다.

지난해(56조4000억원)에 이어 올해 2년 연속 30조원에 육박하는 세수결손이 발생한 건 정부가 경기 예측에 실패한 점이 원인이 됐다는 분석이다. 기재부는 지난해 8월 ‘2024년 국세수입 예산안’ 발표하며 올해 세수를 367조3750억원으로 예상한 뒤 전망치를 수정하지 않았다. 국회예산결산특별위원회가 지난해 11월 “거시경제 상황이 달라진 부분을 감안해 2024년도 세입전망을 다시 할 필요가 있다”고 권고했지만 기재부는 “경제위기 등 특이사항이 없다”며 전망치를 그대로 유지했다. 하지만 지난해 하반기 경기는 상저하고를 장담하기 힘든 상황이었다. 국제통화기금(IMF)은 2024년 한국 성장률 전망치를 지난해 7월 2.4%로 전망했지만 10월에는 2.2%로 하향 조정하기도 했다. 정정훈 기재부 세제실장은 “작년까지는 큰 폭의 중대한 경제여건의 변화가 없다면 기존의 세출 세입예산안의 편성, 심의, 확정 과정이 없었다”면서 “앞으로는 조금 더 열린 마음으로 경제 상황의 변동이 크지 않더라도 만약에 국회에서 필요하면 결과를 보고드리겠다”고 말했다. 기재부는 또 경제 규모 확대로 대내외 여건의 불확실성이 증대된 점 역시 세수 오차가 확대된 원인이라고 부연했다.

대규모 세수펑크 발생하면서 정부의 재원 대책에도 관심이 쏠린다. 소매판매액 지수가 2022년 2분기 이후 9개 분기 연속 감소하는 등 내수 부진이 심상치 않은 상황에서 세수펑크가 정부 지출을 제약할 수 있기 때문이다. 기재부는 가용재원 등을 최대한 활용해 세수 결손에 자체 대응하겠다는 입장이다. 세수 결손에 따라 국채를 추가 발행하는 추경안을 국회에 제출하는 대신 지난해처럼 기금 여유재원 등의 ‘돌려막기’로 세수 부족분을 메우겠다는 것이다. 기재부는 다만 지난해와 달리 구체적인 세수 결손 대응 방안을 먼저 확정하는 대신 국회 등과 협의해 추후에 대책을 정하겠다고 밝혔다.

이를 두고 헌법에 규정된 예산에 대한 국회 심의·확정권이 작년에 이어 또다시 무시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세수 결손에 대응하기 위해 정부 주도로 사업 지출계획이 조정되는 경우 국회가 당초 심의·확정한 방향과 다르게 예산 집행이 이뤄질 수 있기 때문이다. 아울러 정부의 임의적인 기금 전용·차입 등에 따른 각종 부작용 역시 발생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실제 지난해 정부가 56조4000억원에 달하는 세수펑크에 자체적으로 대응했지만 이 과정에서 각종 편법 논란이 일었다.

대표적으로 지난해 11월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기재부와 협의해 기금운용계획을 자체 변경해 우체국보험적립금으로부터 2500억원을 차입, 정보통신진흥기금의 수입으로 추가했다. 대규모 세수 결손으로 기금 간 ‘은행’ 역할을 하는 공공자금관리기금의 예탁분이 줄어들자 우체국보험적립금을 끌어다 쓴 것이다. 문제는 우체국보험적립금의 경우 가입자가 납부한 보험료로 조성돼 보험금 등의 지급을 위한 민간재원의 성격을 지닌다는 점이다. 특히 정보통신기금이 지난해 예산총칙상 차입할 수 있는 기금으로 규정되지 않았던 만큼 차입금 한도액을 늘리는 추경을 통해 국회 심의·의결을 거쳐야 했지만 이 과정이 생략됐다. 국회예산정책처는 이를 두고 “정부가 우체국보험적립금을 세수결손 대응 목적으로 직접 활용하는 것은 적립금 목적과 상이한 측면이 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기재부는 추경을 편성하지 않기로 한 데 대해 “국가재정법상 추경사유는 경기침체, 대량실업 등으로 규정돼 세수부족 우려만으로는 추경요건에 부합하지 않다”라며 “구체적인 (세수 결손 대응) 방안은 국회의 지적사항 등을 충분히 고려해 관계부처 협의 등을 마련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최상목 부총리는 지난해 활용됐던 외국환평형기금에 대해 “검토하고 있지 않다”고 선을 그었다. 재정당국 안팎에서는 국세 수입과 연동되는 지방교육재정교부금이 5조3000억원 정도 줄고, 지자체 교부세도 4조원 감소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일각에서는 세수 결손 대응 방안 중 하나로 국유재산 매각이 활용될 수도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강훈식 더불어민주당 의원에 따르면 국유재산을 관리하는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는 올해 들어 7월 말까지 국유 부동산의 매각은 모두 322건으로 낙찰액은 955억원에 달했다. 이는 예년에 견줘 5.5배 많은 수준이다.

전문가들은 정부가 잇단 감세 조치에 따른 세수 감소 효과를 감추기 위해 세수를 관행적으로 과대 추계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우석진 명지대 경제학과 교수는 “감세 효과에 따라 세수가 많이 줄어들지 않는다는 점을 보여주려다 보니 전망치가 계속 올라가는 것”이라면서 “내년 세수가 좋지 않다고 하면 감세안이 통과가 안 되다 보니 그걸 감추려고 수정을 하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세종=이희경·김유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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