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체해주셔서 감사합니다"…101일 만의 등판→165일 만의 선발승 기회, 65억 잠수함은 왜 미련이 없었나
[OSEN=창원, 조형래 기자] “교체해주셔서 감사했습니다.”
25일 창원 NC파크에서 열린 NC 다이노스와의 원정경기. SSG 랜더스의 잠수함 투수 박종훈은 101일 만에 선발 등판했다. 6월 16일 한화전(2⅔이닝 4피안타 2볼넷 3실점 패전) 이후 처음이었다. 지난 1일 확장 엔트리 등록 이후에도 박종훈의 모습은 볼 수 없었다. 2군에서 재조정 기간을 거쳐지만, 현재 SSG는 5강 경쟁의 가장 치열한 시기에 선발 등판하게 됐다. 이숭용 SSG 감독은 “여러 선수를 고민했다”라면서 “(박)종훈이가 2군에서도 준비를 잘 했고 중요한 상황이라는 것을 본인이 인지하고 있다/ 또 이런 상황에서 압박감을 이겨낼 수 있고 또 그렇게 할 수 있는 선수가 종훈이라고 판단했다”라고 설명했다.
그리고 박종훈은 기대 이상의 퍼포먼스를 보여줬다. 4⅔이닝 2피안타(1피홈런) 2볼넷 1사구 6탈삼진 1실점으로 호투했다. 투구수는 70개.
이날 박종훈은 1회 한석현을 우익수 뜬공 처리한 뒤 김주원을 몸에 맞는 공으로 내보냈다. 하지만 2루 도루를 저지했고 박민우를 1루수 땅볼로 처리해 1회를 깔끔하게 시작했다. 2회 선두타자 데이비슨을 삼진으로 솎아냈다. 이후 도태훈에게 볼넷을 내줬지만 천재환을 유격수 땅볼, 서호철을 삼진으로 솎아내 2회도 무사히 넘겼다.
3-0으로 앞선 상황에서 3회초 선두타자 김형준에게 좌월 솔로포를 내줬다. 그러나 이후 박시원을 우익수 뜬공 처리했고 한석현을 삼진으로 돌려세웠다. 김주원에게 우전안타를 맞았지만 박민우를 좌익수 뜬공으로 잡아냈다.
4회는 데이비슨을 삼진, 도태훈을 유격수 뜬공, 천재환을 유격수 땅볼로 유도해 첫 삼자범퇴 이닝을 만들었다. 5회에는 서호철과 김형준을 연속 삼진으로 잡아냈다. 선발승까지 아웃카운트 1개만 남겨두고 있었다. 그런데 2사 후 박시원에게 볼넷을 내줬다. 1볼 2스트라이크의 유리한 카운트에서 욕심을 낸 게 화근이었다. 2루 도루까지 내줬다.
SSG 벤치가 빠르게 움직였다. 선발승 기회에서 아웃카운트 1개만 잡으면 되는 상황에서 박종훈을 내리고 노경은을 투입했다. 그러나 박종훈은 미련없이, 미소를 지으면서 내려갔다. 노경은은 2사 2루에서 한석현을 삼진으로 솎아내며 5회를 마무리 지었다. 이날 선발승을 거뒀으면 박종훈에게는 4월 13일 KT전 이후 165일 만의 선발승이었다.
그럼에도 박종훈은 미련을 전혀 갖지 않았다. 오히려 감사하다고 했다. 경기 후 그는 “너무 오랜만에 1군에서 던지니까 재밌었다. 공 하나하나 던질 때마다 점점 재밌었고 감사하고 좋았다”라고 소감을 전했다.
2군 포함해 실전 등판 자체가 8월 31일 2군 두산전 이후 25일 만이다. 그는 “그동안 1군 올라와서 중간에 대기했다. 야구를 15년 넘게 했는데 던지라고 했을 때 못 던지면 문제가 있는 거 아닌가. 개의치 않았다”라면서도 “그런데 60구를 넘어가니까 팔에 힘이 들어가지 않았다”라고 설명했다.
선발승을 눈앞에 두고 교체가 됐지만 미련없이 마운드를 내려온 이유다. 그는 “교체한다고 했을 때 너무 감사했다. 거기서 욕심을 부려서 더 던졌으면 5회가 깔끔하지 못할 뻔 했는데, 그래도 교체를 해주셔서 깔끔하게 끝난 것 같다”라며 “오늘 선발승을 바라지도 않았다. 오늘 팀만 승리하기를 바랐다. 4회에 내려왔어도 내 역할은 다했다고 생각했다. 승리를 바라지 않았다”라고 솔직한 심경을 토로했다.
오랜만의 등판이었는데 팀의 5강 길목에서 중책을 맡았다. 그리고 박종훈은 중책을 해냈다. 다시 5위 KT와 0.5경기 차이. 그는 “정말 막연히 잘 던지고 싶다는 감정이 컸다. 2군에서 감독님 코치님들이 모두 ‘너는 이런 투수다. 왜 너를 깎아내리냐’라는 식으로 얘기를 해주셨다. 당장 연습이 중요한 게 아니라 자신감이 중요하다고 하셔서 자신감을 많이 주셨다”라며 “자신감을 찾게 됐고 결과도 좋아서 자신은 항상 있었다. 1군에 올라온 뒤에도 20일이 넘는 시간 동안 ‘언제든지 던질 수 있다. 써달라’라고 장난도 쳤다. 자신있었다”라고 힘주어 말했다.
치열한 5강 경쟁. 이제 SSG는 남은 3경기 전승을 하고 5위 KT, 4위 두산의 결과를 지켜봐야 한다. 전신 SK 시절부터 숱한 가을야구 경험을 한 ‘타짜’들이 모인 팀. 그리고 당장 2년 전 우승팀이기도 하다. 박종훈은 가을의 분위기를 너무 잘 알고 있다. 그는 “누가 잘 즐기냐에 따라서 성적이 달릴 것 같다. 우리 선수들 충분히 즐기고 있고 잘하고 있다. 순위가 문제가 아니라 다 각자의 야구를 열심히 하고 있다”라며 “우리가 많이 해봤지 않나. 자신감이 없지 않아 있다. 저는 많이 빠져 있었지만 워낙 경험 많은 형들이 많으니까 더 여유있고 누가 더 자신있게 하냐 그런 싸움이 될 것 같다”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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