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에 부담 안 준다더니… 보통사람 노태우의 '550평' 특별한 묘

이한듬 기자 2024. 9. 26. 1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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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현충원에 안장된 전직 대통령 5명 묘역 합친 것보다 더 큰 규모
딸 노소영 이혼소송서 불거진 은닉재산 의혹 조사·환수 목소리 커져
파주 동화경모공원에 조성된 노태우 전 대통령의 묘. / 사진=머니S DB
"국가와 사회에 부담을 주지 않고 순리에 따르는 길을 택하려고 많은 분들의 조언을 들었다."

2021년 고(故) 노태우 전 대통령이 작고한 이후 아들인 노재헌 변호사가 SNS(소셜미디어)에 남긴 글이다. 당시 노 변호사는 "아버지를 어디에 모시는 게 좋을 지 많은 고민을 했다"며 국가와 사회에 부담을 주지 않는 방향으로 경기도 파주시 동화경모공원에 노 전 대통령을 안장하겠다고 밝혔다.

실상은 다르다는 지적이 나온다. 노 전 대통령의 묘역 크기는 서울과 대전 국립현충원에 안장된 전직 대통령 5명의 묘역을 모두 합친 것보다 크기 때문이다. 묘지 조성과 관리비용도 일반적인 수준을 크게 넘어선다.

파주 동화경모공원에 안장된 노 전 대통령의 묘역은 약 550평(1810㎡)이다. 서울 현충원에 안장된 전직 대통령의 묘역 크기는 박정희 전 대통령 175평(580㎡), 이승만 전 대통령 109평(363㎡), 김대중 전 대통령 80평(264㎡), 김영삼 전 대통령 78평(258.5㎡) 등이다. 대전 현충원에 안장된 최규하 전 대통령의 묘역도 80평(264㎡) 수준이다.

국립묘지법에 따르면 대통령이 아닌 경우 1명당 3.3㎡(약 1평)의 묘지 면적이 허용되는데 노 전 대통령의 묘역은 국가유공자, 독립유공자, 5.18 민주유공자 548명이 안장될 수 있는 면적과 맞먹는다.

노 전 대통령은 과거 12.12 군사 반란과 5.18 내란 혐의로 유죄를 선고받아 전직 대통령 예우가 박탈된 바 있다. 정부가 2021년 노 전 대통령이 사망하자 장례를 국가장으로 지정하고 묘역을 국가보존묘지로 승인하면서 사실상 전직 대통령 예우를 다시 회복했다.

유가족들은 '국가와 사회에 부담을 주지 않겠다'고 했고 장례위원회에 최소 면적인 8.3㎡의 묘지를 요청했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노 변호사가 보건복지부에 '국가보존묘지'를 신청하고 정부가 이를 승인하면서 '장사 등에 관한 법률'에 따른 분묘 면적 규제(분묘 1기와 시설물 설치구역 면적 10㎡ 이내)의 적용을 받지 않게 됐다.

노 전 대통령 묘역은 동화경모공원 최상단에 위치해 임진강을 내려다보는 탁 트인 전망과 함께 피라미드형 계단, 잔디 광장 등을 갖췄다. '최소 규모'로 묘지를 조성할 것이라던 유족의 말과는 거리가 있다.

묘역 앞에는 넓은 주차공간까지 갖추고 있다. 일반 성묘객들은 공원 하단에 있는 주차장에 차를 주차한 후 걸어 올라와야 하지만 노 전 대통령 묘역은 차량으로 바로 앞까지 접근 가능하다.

동화경모공원은 당초 이북 실향민과 후손, 파주시민을 위한 묘지로 설립됐다. '파주시 동화경모공원 묘지 및 봉안당 사용에 관한 규칙'에 따르면 이 곳을 사용할 수 있는 자격은 현재 파주시에 1년 이상 주민등록이 돼 있거나 본적 또는 원적이 파주시로 되어 있는 등 파주와 연관된 사람으로 제한된다.

노 전 대통령은 사망 당시 파주시와 연고가 없었기 때문에 이곳에 안장될 자격을 갖추지 못했지만 '시장이 필요하다고 인정하는 사람'이라는 특혜조항에 따라 동화경모공원에 안장됐다.

노 전 대통령은 12.12 군사 반란 당시 파주를 관할하던 9사단장으로서 최전방 부대인 9사단을 수도권으로 이동시켜 파주의 안보에 심각한 공백을 초래한 인물이라는 비판을 받는다. 파주시민을 위한 공간에 안장된 것이 적절하냐는 지적을 받는 배경이다.

묘지 조성 비용과 관리비에 대한 의혹도 나온다. 동화경모공원의 분묘 1기당 면적은 10㎡(3평)이며 묘지 사용료는 400만원(15년마다 납부), 관리비는 37만4000원(5년마다 납부)이다. 단순 계산상으로 노 전 대통령의 묘역 1810㎡의 사용료는 7억2400만원이 소요됐고 관리비는 5년 마다 6769만원을 납부해야 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노 전 대통령의 부인인 김옥숙 여사는 평생 경제활동이 없었음에도 아들의 재단에 자신의 명의로 147억원을 기부하는 등 준재벌급 생활을 이어왔다. 검찰이 밝혀내지 못한 노 전 대통령 일가의 비자금이 여전히 상당 부분 남아 있는 게 아니냐는 의혹에 힘이 실리는 이유다.

정치권에서는 노 전 대통령의 은닉재산을 다시 파헤쳐 환수해야한다는 목소리에 힘이 실리고 있다. 야당은 물론 여당인 국민의힘에서도 비자금 의혹을 조사해야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강민수 국세청장 역시 지난 7월 노 전 대통령의 은닉재산 의혹에 대해 "과세해야 할 내용이면 당연히 (세무조사를)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밝힌 바 있다.

이한듬 기자 mumford@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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