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1000억 전액손실 '뉴욕 호텔펀드'…KB證, 80% 배상한다
펀드 되판 하나증권 등에 소송 검토
국내 금융사들이 사모펀드(PEF)를 만들어 미국 뉴욕 맨해튼 소재 '마가리타빌 호텔'에 투자했다가 전액 원금 손실 사태가 발생한 가운데 주요 판매사인 KB증권이 가입 투자자에게 원금의 최대 80%를 돌려주기로 했다.
이는 '원금의 30% 배상'이라는 당초 입장을 꺾은 것이다. 앞서 호텔 펀드 일부를 KB증권 등에 되판 하나증권이 투자자에게 '원금의 90%'란 이례적 배상에 나서면서 투자자 반발이 일자 KB증권도 결국 보전 비율을 높인 모습이다. 대신 KB증권은 하나증권 등을 상대로 손해 배상 소송을 제기한다는 계획이다.
26일 한경닷컴 취재에 따르면 KB증권은 지난 19일부터 지점 등을 통해 투자자들에게 변경된 가지급금 세부 안내문과 이에 대한 동의서를 발송했다. 여기에는 개인 투자자에게는 원금의 80%를, 법인 투자자에는 75%를 일괄 선배상해 투자자들 전원과 사적화해하는 계획이 담긴 것으로 파악됐다. 사적화해는 금융사와 투자자가 소송을 벌이지 않고 상호 합의해 배상 문제를 원만하게 해결하는 조치다.
이는 앞서 투자자들에 제시했던 배상 비율에서 대폭 확대한 것이다. 앞서 펀드 손실이 가시화된 지난해 4월 이미 KB증권은 개인·법인 투자자들로부터 미상환 원금의 30%를 선지급하는 조건으로 가지급금 동의서를 받아낸 바 있다.
하지만 이후 같은 자산에 투자한 하나증권·은행이 원금의 90%로 투자자와 사적화해를 결정하자 KB증권을 통했던 투자자들이 "회사 간 배상 격차가 크다"며 강하게 반발했다.
KB증권 관계자는 "기존 결정했던 수치 대비 굉장히 높은 배상비율로 확정한 만큼 내부에서도 이견이 많았다"며 "금융감독원에 관련 민원들이 계속 계류돼 있고 투자자들 목소리로 회사 이미지 타격도 컸던 만큼 크게 조정했다"고 설명했다.
대신 KB증권은 하나증권 등을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진행할 계획이다. 입수한 KB증권 내부 자료에 따르면 사측은 '고객 손실 최소화'를 명목으로 상품을 소싱한 회사(하나증권)와 운용사(글로벌원자산운용)를 대상으로 소송을 진행할 예정이다.
만약 소송을 통해 하나증권 등의 과실이 입증될 경우 KB증권을 통해 투자한 투자자들은 배상액과 피해액의 차액에 대해 추가로 지급 받을 가능성도 있다.
KB증권이 사적화해 보상안뿐 아니라 상대 회사에 대한 소송 제기도 직접 언급한 것은 투자자들의 동의율을 100% 수준으로 끌어올리기 위한 차원으로 풀이된다.
일각에선 KB증권이 하나증권의 책임을 묻는 소송을 제기했다는 것은 '상품 구조에 문제가 있었다는 문제 제기'라고 해석했다. 앞서 올해 하나증권·은행은 투자자들과의 사적화해를 선제적으로 결정하고 투자원금의 90%를 돌려준 바 있다.
2019년의 라임자산운용 펀드 환매 중단 사태 관련해서도 당국이 손실액의 최대 80% 배상을 인정한 점을 감안하면 90% 배상 결정은 이례적이다. 이 때문에 일각에선 실제 불완전판매 등 불건전 영업행위 소지가 있던 것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되기도 했다.
한편 이번 해외 부동산 펀드 손실 사태를 만든 상품은 국내 금융사들이 PEF를 만들어 투자한 미국 뉴욕 맨해튼의 마가리타빌 호텔이다.
'중순위(메자닌) 구조'로 설계된 이 상품은 2019년 하나증권·은행이 마가리타빌 리조트의 중순위 대출에 약 970억원을 투자한 뒤 그해 글로벌원자산운용을 통해 펀드를 설정했다. 이후 KB증권과 손해보험사 등 기관 4곳에 셀다운(인수 후 재매각)했다. 상품에 들어간 약 1000억원 가운데 KB증권에 셀다운 된 금액은 약 370억원이다.
하지만 올 1월을 기점으로 국내 투자자 원금은 전액 손실이 확정됐다. 2020년 코로나19에 공실이 크게 늘어 해외 개발사가 부도가 났기 때문이다. 이후 2021년 9월 채무불이행(디폴트) 상태에 빠지면서 경매에 넘겨졌고, 호텔은 당초 투자 금액의 3분의 1에도 못 미치는 1억5000만달러(약 2070억원)에 매각됐다.
KB증권은 이 펀드의 원금 회수 가능성에 대해 "상당히 낮다"고 보고 있다. 유일한 채권회수 방안으로 보증인 청구소송을 진행하고 있지만, 법원 판단도 불확실한 상황이다. 설령 일부 회수가 되더라도 변제 순서가 중순위보다 앞선 선순위가 구상권 청구를 할 것이란 설명이다.
신민경 한경닷컴 기자 radi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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