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은 '이(李)', 본은 '영광(靈光)'…법원, 무적자에 신분 창설 허가

법원이 전남 영광에서 서류상 신분이 없는 무적자(無籍者)로 살아온 A씨의 성과 본 창설을 허가했다.

광주가정법원 가사4단독 김용민 판사는 무적자 A씨가 청구한 '성과 본 창설 허가'를 인용 결정했다고 26일 밝혔다.

김 판사는 "사건 본인의 성을 '이(李)'로, 본을 '영광(靈光)'으로 창설할 것을 허가한다"고 판시했다.

정확한 출생 연도를 알지 못하는 A씨는 부모의 출생신고가 이뤄지지 않아 주민등록번호를 부여받지 못한 채 막노동을 하며 생계를 이어오다 2012년 3월 영광군에 정착했다.

영광 이주 이후에도 신분이 없어 국가로부터 어떤 도움도 받지 못하던 상태였으나 이번 판결로 가족관계 등록 신청 이후 주민등록번호를 부여 받을 수 있게 됐다.

앞서 대한법률구조공단이 A씨의 딱한 사정을 알고 2019년 광주가정법원에 성과 본 창설 허가를 청구했지만 기각됐다.

이후 주변의 도움으로 특정후견인을 통해 통장 개설과 휴대전화 개통 등 평범한 삶이 가능해졌지만 무적자여서 복지제도 수혜를 받지 못하자 특정후견인을 통해 지난 4월 성과 본 창설 허가를 재신청했다.

이번 소송을 맡은 송창운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광주전남지부 부지부장은 "법원의 결정으로 한평생 제도권 밖에서 살아온 A씨가 법의 테두리 안에서 보호받을 수 있는 길이 열렸다"며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행복하게 살아가길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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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CBS 최창민 기자 ccmin@c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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