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비’ 프로 선수에게 건네는 말…“클리닉 가지 마라” [김양희 기자의 맛있는 야구]

김양희 기자 2024. 9. 26. 1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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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명 팀 본격 합류 전 준비해야 할 것들
지난 11일 서울 송파구 롯데호텔 월드 크리스탈볼룸에서 열린 2025 KBO 신인드래프트에서 각 구단 지명을 받은 선수들과 허구연 KBO 총재가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2025 신인드래프트가 끝났다. 드래프트에 지원한 1197명 중 110명 만이 프로 유니폼을 입게 됐다. 110명은 이제 또 다른 정글 속으로 뛰어들게 된다. 9.2%의 생존 경쟁에서 살아남았으나 앞길은 더 험난하다. 지금부터는 같은 포지션의 프로 선배들과의 경쟁이 펼쳐지기 때문이다. 각 구단 신인 지명자들은 메디컬 테스트를 이미 끝냈으며 현재 계약을 마쳤거나 계약 과정에 있다.

‘예비’ 프로 선수들은 출발선은 같지만 모두가 똑같은 기회를 얻는 것은 아니다. 계약금, 즉 구단의 투자금만큼 기회는 차별화될 수 있다. 키움 히어로즈를 예로 들면, 계약금 5억원을 받은 선수(1라운드 정현우)와 3000만원을 받은 선수(11라운드 장동준)에게 똑같은 기회를 주지는 않는다. 여기에서 ‘기회’란 시간적 의미다.

보통 1~3라운드 지명 선수는 상당 기간 기다려준다. 잠재력을 보고 많은 돈을 투자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중·하위권 지명 선수들에 대한 평가 기간은 짧고 냉정하다. 프로 2~3년 차에도 발전 가능성이 보이지 않는다면 1군 데뷔 없이 가차 없이 방출될 수 있다. 중·하위 순번으로 지명된 선수들은 그만큼 더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는 얘기다.

그러나 프로 입단 전 과욕은 금물이다. 자칫 긁어 부스럼이 될 수 있다. 복수의 구단 관계자는 “프로 지명 뒤에 야구 클리닉 등에 가서 폼 등을 만지는 경우가 있다. 하지만 프로 구단이 해당 선수를 뽑은 것은 고교 경기 때 모습 때문이다. 더 빨리 인정받고 싶은 욕심에 사설 클리닉에서 그 짧은 한 두 달 기간에 폼을 바꿔 오는데 이는 구단에 혼란만 준다”고 했다.

관계자들의 말을 종합하면, 구단들은 고교 시절 투구/타구/수비/주루 모습을 보고 지명을 한다. 얼추 예비 선수 맞춤형 훈련 계획도 짜두는 편이다. 하지만 사설 야구 클리닉 등에서 조언을 받고 새로운 폼 등을 익혀 오면 모든 것을 원점에서 다시 생각해야만 하는 상황에 놓인다. 한 비수도권 구단의 ㄱ 단장은 “예전에 드래프트로 선발된 일부 선수들이 마무리훈련에 합류했는데, 영상에서 본 것과 너무 달라져 있었다. 사설 클리닉에서 폼 등을 바꿔왔는데 뜨악했다. 결국 이 선수들은 2년 내 전부 방출됐다”고 돌아보기도 했다. 잘해 보고자 하는 욕심이 화를 부른 사례라고 하겠다.

그렇다면 프로 팀 합류 전 예비 신인들은 어떤 것을 준비해야 할까. 수도권 구단의 ㄴ 2군 감독은 “부상 안 당하는 몸을 만드는 게 제일 중요하다”고 했다. 1라운드 지명 선수 등 일부를 제외하고 1군에서 곧바로 기회를 갖는 선수는 드물다. 적어도 1~3년은 2군에서 버틸 수 있어야 하는데, 이때 부상을 당하면 치명적일 수 있다. 수도권 ㄷ 감독, 비 수도권 ㄹ 감독 또한 “메디컬테스트를 끝냈으니까 1차적으로 몸 관리가 중요하다. 프로 훈련을 받을 수 있는 몸이 되어야만 한다”고 했다. 수도권의 한 단장도 “프로의 몸은 다르다. 짧은 기간 또 다른 기술을 습득하기 보다는 프로 생활을 위한 몸을 만드는 데 집중해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2군 생활 중 1군 데뷔를 빨리 하려면? 자발적 훈련이 답이다. ㄴ 2군 감독은 “예전에는 감독, 코치가 강제적으로 훈련을 시켰으나 요즘은 아니다. 스스로 자기개발을 꾸준하게 해야만 한다”고 했다. 더불어 열린 사고도 아주 중요하다. ㄱ 단장은 “구단 코치진이 잘못된 점을 바로잡고자 얘기해도 메이저리그 유튜브 등을 예로 들면서 말을 전혀 안 듣는 선수가 있다. 소통이 안 되면 자기 손해라는 것을 모르는 것 같다”고 일갈했다. ㄹ 감독 또한 “자기 고집이 너무 세서 안 고치려는 선수가 더러 있다. 이럴 때는 그냥 놔두고 다른 선수를 더 가르치고 육성하면 된다. 결국 제일 중요한 것은 열린 마음”이라고 했다.

예비 프로 선수들은 빠르면 10월 중순부터 각 팀 마무리 훈련에 합류한다. 이들 중 몇몇은 미야자키 교육리그에도 참가하게 된다. 1주일에 6경기를 소화할 수 있는 몸만 만들되, 귀는 활짝 열고 프로선수 첫 발을 떼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조언이었다.

김양희 기자 whizzer4@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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