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BM 완판” ‘반도체 겨울’ 우려 꺾은 ‘풍향계’ 마이크론…삼성전자·SK하닉 투심 어디로? [투자360]
사측 제시 2024FY4Q 매출 가이던스 최대 89억弗…전문가 시선 상회
마이크론 CEO “강력한 AI 수요가 HBM 판매 주도” 과잉 공급 논란 일축
三電, 3Q·연간 영업익 전망치 대폭 하향…레거시 반도체 수요 감소 타격
[헤럴드경제=신동윤 기자] 글로벌 메모리 반도체 3위 업체인 미국 마이크론 테크놀로지(이하 마이크론)가 ‘반도체 혹한기’가 도래하고 있다는 우려와는 다르게 시장의 기대를 훌쩍 뛰어넘는 실적과 향후 전망치를 발표했다. 특히, 메모리 3사(삼성전자·SK하이닉스·마이크론) 중 가장 먼저 분기 실적을 발표해 ‘풍향계’로 불리는 마이크론이 인공지능(AI) 랠리를 주도했던 고대역폭메모리(HBM) 등 핵심 메모리 반도체에 대한 ‘공급 과잉’ 우려를 일축한 점은 반도체 업황 전반에 우려를 보이고 있는 투심을 되돌리는 데 긍정적인 재료로 활용될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글로벌 메모리 ‘톱(TOP) 2’ 삼성전자, SK하이닉스의 실적 향방과 이에 따른 주가 흐름은 HBM 공급망 내 입지와 레거시 반도체 부진 등의 영향으로 차별화 양상을 보일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26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마이크론은 25일(현지시간) 미 뉴욕증시(NYSE) 장 종료 직후 2024회계연도 4분기(6~8월) 실적을 발표했다. 매출액은 77억5000만달러(약 10조3734억원)로 인베스팅닷컴이 집계한 미 월가 전문가 예상치 76억5000만달러(10조2395억원)를 1.31% 상회했다. 이는 지난 2024회계연도 3분기(3~5월) 실적 발표 당시 사측이 제시했던 가이던스(매출 74억~78억달러, 약 9조9049억~10조4403억원) 상단에 근접한 수치다.
마이크론의 2024회계연도 매출은 총 251억1000만달러(약 33조6097억원)로 글로벌 반도체 경기가 바닥을 찍은 것으로 평가되는 전년(155억4000만달러, 약 20조8003억원) 대비 100억달러 가까이 급등했다.
주당순이익(EPS)도 미 월가 예상치인 1.11달러를 넘어선 1.18달러를 기록하면서 지난 2022회계연도 4분기(2022년 6~8월) 이후 2년 만에 1달러 대로 복귀하는 데 성공했다.
투자자의 관심이 가장 집중됐던 향후 실적 전망치도 전문가들의 기대치를 상회했다. 마이크론은 2025회계연도 1분기(2024년 9~11월) 매출 예상치로 85억~89억달러(약 11조3773억~11조9127억원)를 제시했다. 이는 하단 수치마저도 미 월가 예상치인 83억5000만달러(약 11조1765억원)를 넘어서는 수준이다.
산제이 메로트라 마이크론 최고경영자(CEO)는 “강력한 AI 수요가 데이터센터 D램 제품과 HBM 판매를 주도했으며, 낸드 매출 역시 데이터센터용 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SSD) 판매가 주도했다”면서 “마이크론 역사상 가장 강력한 경쟁력을 지닌 채 2025년을 맞이할 예정”이라고 강조했다.
이번 마이크론의 실적을 통해 금융투자업계에선 최근 미 투자은행(IB) 모건스탠리가 제기했던 ‘반도체 혹한기’ 도래 주장으로 불거진 반도체주 약세 현상이 완화될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실적 발표 후 이어진 어닝콜에서 메로트라 CEO는 HBM 등 주요 메모리 반도체 제품의 ‘과잉 공급’ 가능성에 대한 애널리스트의 질문에 “올해는 물론 내년까지 마이크론이 생산하게 될 모든 HBM이 완판됐고, 가격 역시 높은 수준에서 책정이 완료됐다”면서 “AI 산업 발전에 따른 메모리 반도체 수요가 여전히 강력하며 공급이 이를 따르지 못하는 상태가 이어질 것”이라고 답변했다. 이어 “AI용 HBM뿐만 아니라 스마트PC, 모바일 기기용 반도체에 대한 수요는 지금도 계속 커지고 있다”면서 “설비투자와 조정 등을 통해 생산량을 늘리겠지만, 이는 과잉 공급이라기보단 수요와 공급의 균형을 맞춰나가는 과정으로 봐야한다”고 덧붙였다.
앞서 지난 15일(현지시간) 모건스탠리는 ‘겨울이 다가온다(Winter looms)’란 제목의 보고서를 통해 SK하이닉스의 목표주가를 26만원에서 12만원으로, 삼성전자의 목표주가는 10만5000원에서 7만6000원으로 하향 조정한 바 있다. 국내 ‘투톱’ 반도체 업체의 새로운 먹거리로 떠오른 HBM이 내년 들어 과잉 공급에 빠질 수 있으며, 메모리 반도체 시장의 침체가 예상된다는 이유에서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마이크론의 향후 실적 전망과 CEO의 자신감 넘치는 발언은 메모리 반도체 업황이 다운사이클에 접어들 수 있단 모건스탠리의 평가가 섣불렀다는 데 무게를 싣는 근거가 될 것”이라고 꼬집었다.
당장 투자자들이 걱정에서 벗어났다는 점은 마이크론의 주가에서 나타났다. 25일(현지시간) 마이크론 주가는 장중엔 1.88% 오른 95.77달러에 마감했다. 하지만, 시간 외 거래에선 14% 넘게 상승하며 109달러 선까지 올라섰다.
마이크론의 실적 결과가 메모리 반도체 시장에 드리웠던 다운사이클 우려를 어느 정도 해소했다는 점은 글로벌 메모리 1,2위 업체인 삼성전자, SK하이닉스 주가에도 분명 호재로 작용할 것이란 분석에 힘이 실린다.
다만, 국내 증권사에선 3분기 실적 시즌이 다가온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향후 주가 방향이 엇갈릴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삼성전자의 경우 당장 10월 둘째주로 예정된 3분기 잠정실적 발표가 고비가 될 전망이다. 증권가에선 최근 삼성전자에 대한 실적 전망치를 대폭 하향 조정하고 있는 상황이다.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삼성전자 3분기 예상 영업이익은 지난달 13조6606억원(최소 11조7180억원, 최대 15조2000억원)이었지만, 9월 들어선 11조2313억원(최소 9조7000억원, 최대 14조7900억원)으로 17.78%나 하락했다. 연간 영업이익 전망치 컨센서스도 8월 45조3213억원에서 이달 40조8225억원으로 9.93% 하향 조정됐다.
이 같은 흐름을 반영하듯 삼성전자 주가는 최근 2개월 새 24.15%나 하락했다. 전날 종가도 6만2200원으로 ‘52주 신저가’에 위치했다. 이달 들어 국내 15개 증권사가 삼성전자에 대한 목표주가를 기존치보다 내려잡은 가운데, 목표주가 컨센서스도 9만9560원으로 ‘10만전자(삼성전자 주가 10만원대)’ 아래로 내려왔다.
반면, SK하이닉스의 경우 국내 증권사들의 기대감은 삼성전자에 비해 긍정적으로 보인다. 올 3분기는 물론, 연간 영업이익 전망치가 최근 한 달 새 소폭 하향 조정되거나 비슷한 수준으로 유지됐기 때문이다. SK하이닉스 주가는 삼성전자와 마찬가지로 최근 2개월 간 20.72% 내려 앉았다.
한 외국계 자산운용사 고위 관계자는 “상대적으로 HBM 분야 경쟁력이 약한 삼성전자가 글로벌 1위 HBM 기업으로 자리 잡은 SK하이닉스에 비해 주가를 회복할 체력이 약하단 평가를 받은 것”이라며 “스마트폰 및 PC 수요 감소에 따른 일반 D램 가격 하락에 레거시 반도체 수요 감소 전망까지 본격화한 것이 삼성전자 주가엔 직격탄”이라고 평가했다.
다만, 메모리 사이클이 고점에 도달하기까진 아직 시간이 남아있는 만큼 내년 하반기부터 상승 사이클이 재개되면서 SK하이닉스는 물론 삼성전자의 주가에도 호재로 작용할 것이란 분석도 있다. 백길현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D램 3사의 재고 조정이 진행중인 가운데, 내년 설비투자도 하향 전략을 선택할 것으로 보여 내년 상반기 메모리 가격 반등을 전망한다”고 짚었다.
채민숙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HBM의 경우 내년에도 공급 부족일 것으로 예측한다. 설령 공급 과잉이 발생하더라도 HBM3E 12단 신제품 가격 프리미엄으로 가격 하락이 상돼되며 평균판매단가(ASP)는 보합세를 유지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realbighead@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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