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지은의 신간] 대멸종에도 멸종하지 않은 지구
46억년 지구의 역사와
다가오는 여섯번째 대멸종
지난 46억년간 지구는 다섯번의 대멸종을 겪었다. 그리고 지금 여섯번째 대멸종 시대를 맞이하고 있다. 앞선 다섯차례의 대멸종 당시 지구의 생명체들은 화산 폭발과 움직이는 대륙, 운석의 충돌 등 자연 현상을 막을 수 없었다. 그렇다면 여섯번째 대멸종 시대는 어떻게 진행될까.
이정모의 저서 「찬란한 멸종」은 인류 대멸종, 화성 테라포밍(Terraforming·지구 외 천체에 지구와 같은 생태계를 만드는 것), 네안데르탈인과 호모 사피엔스의 경쟁, 섹스와 죽음의 출현, 달과 바다로 시작된 생명 시대의 개시 등 46억년 지구의 역사를 다룬다. 인류가 멸망한 것으로 가정한 2150년 이야기를 시작으로, 화성 테라포밍을 실행한 2100년, 지구에 아직 빙하가 남은 2024년, 그리고 46억년 전 지구가 탄생하기까지 시대를 거슬러 올라간다.
과학 스토리텔러인 저자는 다섯번의 대멸종을 겪고도 더욱 찬란하게 진화한 지구의 생명력에 주목하고, 지구에 놀라운 변화를 일으킨 생명체의 시선으로 17개 주요 장면들을 소개한다. 지구 역사 관련 책들이 인간의 시선에서 지식을 서술해온 것과 달리 이 책은 인간 대멸종을 목격한 인공지능, 범고래, 네안데르탈인, 산호, 삼엽충 등 지구를 이루는 생명체가 직접 자신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이 책은 2150년 인공지능과 2100년 화성 로봇이 인류 대멸종의 과정과 원인을 밝혀내면서 시작된다. 그리고 2024년 범고래가 들려주는 지구 온난화, 4만년 전 네안데르탈인이 말하는 자신들의 멸종, 네번의 대멸종에서 유일하게 살아남은 백상아리가 이야기하는 4억년 생존의 비밀, 45억년 전 달과 바다가 들려주는 지구와 생명 탄생의 장대한 시작 등이 이어진다.
저자는 호모 사피엔스가 등장해 문명을 일으키고, 소행성 충돌로 공룡이 멸종하고, 바다가 산소를 만들어 생명을 탄생시키는 등 수많은 사건을 시종일관 유머러스하게 풀어낸다. 지구 생명체에게 직접 듣는 지구 이야기가 인간 중심의 시선으로 볼 때와는 또 다른 감동의 순간을 선사한다.
총 3개 장으로 구성했다. 오늘날 인류 멸종의 위기를 담은 '기후위기의 시간', 대멸종으로 공룡이 사라지고 호모 사피엔스가 지구 최고의 포식자로 등극하는 과정을 담은 '호모 사피엔스의 시간', 그리고 지구와 생명이 탄생하는 경이로운 순간들을 담은 '생명 탄생의 시간'으로 나눠 방대한 역사를 서술한다.
지구의 역사를 한눈에 볼 수 있는 지질연대표와 도판, 46억년 지구의 역사를 하루 24시간으로 바꾼 지질 시계, 멸종 생명체의 모습을 되살린 일러스트를 함께 수록해 본문의 이해를 돕는다.
"우리가 겪고 있는 여섯번째 대멸종은 다르다. 지금의 기후변화는 자연적인 현상이 아니라 인류 활동의 결과이기 때문이다." 저자는 기후위기를 극복하는 데 필요한 기술 대부분이 이미 우리에게 있기에, 의지만 있다면 여섯번째 대멸종을 극복할 수 있다고 말한다.
지구는 다섯번이나 대멸종을 겪었지만 그때마다 더욱 경이롭게 진화했다며, "이 책이 지구와 생명과 인류의 방대한 역사를 마주하고, 다가올 미래를 흥미롭게 상상하는 즐거운 경험이 되길 바란다"고 덧붙인다.
이지은 더스쿠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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